[보통사람의 창업일기] '함흥신흥관' 한창권 사장

중앙일보

입력

북한 귀순자(벌목공) 출신 한창권(39)씨가 서울 길동에 운영하는 북한음식점 '함흥신흥관' 엔 지난 10일 남북 정상회담 발표 이후 손님이 늘었다.

실향민들과 북한 음식맛을 보려는 인근 주민들이 많이 찾아온 것.

창업 반년이 채 안됐지만 지난달 3백여만원의 순수익을 올려 '이제 좀 되려나' 싶은 참인데 때 맞춰 불어온 '북풍' 이 韓씨에겐 여간 반갑지 않다.

하지만 이만큼 되기까지 피혁공장 노동자.한의사.벌목공(북한)에서 안보 강사.음식점 주인(남한)으로 이어진 그의 인생 유전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30대 후반의 미혼이지만 고생 때문인지 나이가 더 들어보였다.

1994년 귀순 후 당국의 알선으로 월평균 2백만원을 버는 안보 강사를 해 왔으나 98년부터 일거리가 격감해 생계가 막막했다.

그러다가 정부가 지난해 7월 '생계형 창업 특례보증' 을 시작했다는 소식을 듣고 신용보증기금 서울 강동지점을 찾았다.

처음엔 난색을 표하던 담당 직원도 한의사 출신인 그가 내세운 '한방 음식점' 아이디어를 높이 사 드물게 1억원 한도까지 보증을 섰다.

덕분에 변변한 담보없이 은행돈 1억원을 빌리고 수중의 3천만원을 보태 지난해 11월 실면적 73평, 1백여석 규모의 번듯한 식당을 차릴 수 있었다.

하지만 마음만 앞서고 상술이 어두워 처음엔 악전고투의 연속이었다.

韓사장은 "점포 계약이나 재료 구입 방법이 서툴렀고 원가 개념 없이 공짜 북한술을 제공하는 등 기분만 내다 손해가 누적됐다" 고 털어 놨다.

북한식 양념이 구미에 맞지 않는다고 불평하는 손님도 적잖았다.

인근에 먹자골목이 있어 이 점포 자리에서 한달에 30만원 이상 팔아 본 음식점이 거의 없다는 사실도 뒤늦게 알고 놀랐다.

밤 잠을 설치고 몸무게가 5㎏이나 줄 정도로 고민하던 끝에 그가 궁리해 낸 돌파구는 차별화와 염가 전략이었다.

영계에 인삼.황기.영지 등 30여가지 한약재를 넣어 요리한 '한방계신보' , 쫄깃쫄깃한 맛을 내는 '한방 순대' 등 다른 데 없는 메뉴를 개발했다.

한방 소갈비살.불고기.돼지갈비 등의 양념을 남한 사람 입맛에 맞춰나갔다.

단골에겐 4천원 하는 백반을 점심때 3천5백으로 깎아 주고, 점심식사를 열 번 하면 저녁을 공짜로 대접하는 '마일리지' 까지 도입했다.

이 덕분에 지난달부터 하루 매출이 50만~70만원으로 올랐다.

이런 성공 조짐에 자신감을 갖게 된 韓씨는 "음식점 체인을 모집해 스스로 터득한 건강식 노하우를 전파하고 싶다" 고 말했다.

문의는 02-473-0085.

홍승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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