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470만원에서 8500만원까지 호텔마다 천차만별

중앙선데이

입력

서울 광장동에 있는 W호텔의 피트니스 클럽. 체련장인 스웨트(SWEAT), 실내수영장인 웨트(WET)에선 통유리창으로 한강 전경을 보면서 운동할 수 있다. [W호텔 제공]


"중앙선데이, 오피니언 리더의 신문"

롯데 470만원, 플라자 2200만원, 메리어트 3700만원, 코엑스 인터컨티넨탈 4900만원, 하얏트 7900만원.

회원권 거래소가 고시한 서울 특급호텔 피트니스 회원권 시세다. 모두 무궁화 5개를 받는 특1급 호텔이지만 최저가와 최고가가 15배 이상 차이 난다. 서울의 특급호텔 대부분은 멤버십제로 피트니스클럽을 운영한다. 투숙객도 이용하지만 주고객은 회원권을 보유한 회원이다. 회원들은 수천만원의 입회 보증금을 납부하고 회원권을 취득한 뒤 250만~300만원의 연회비를 내고 시설을 이용한다. 이처럼 고가인 회원권 가격과 폐쇄적인 회원제 때문에 호텔 피트니스클럽은 ‘부의 상징’으로 여겨진다. 호텔도 클럽 회원을 VVIP 고객으로 특별히 관리한다. 피트니스클럽 관련 홍보나 마케팅 활동도 거의 하지 않는다.

같은 등급의 호텔이라면 투숙료나 레스토랑 가격대는 대체로 비슷하다. 그렇다면 왜 피트니스만 이렇게 가격 차이가 큰 걸까.

피트니스클럽은 종합체육시설로 등록된다. 체련장·사우나와 수영장·테니스코트 등의 체육시설을 갖추는 조건이다. 기본 시설 외에 넓은 공간, 다양한 시설이 더해지면 가치가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각 호텔 관계자들이 “잔디가 깔린 테니스코트(하얏트)” “산책로를 따라 난 조깅 코스(신라)” “한강이 보이는 야외 자쿠지(W)” 등 다른 곳엔 없는 시설을 장점으로 꼽는 것도 이런 맥락이다. 업계에선 “신라·하얏트의 비싼 회원권 가격엔 실외수영장 가치도 일부 포함됐다”고 분석한다. 서울 특급호텔 중 실외수영장이 있는 곳은 이 둘과 워커힐뿐이다.

피트니스는 시설이 낡으면 가치가 뚝 떨어지는 시설이다. 롯데호텔의 회원권 가격이 낮은 이유도 이와 무관치 않다. 그래서 호텔들은 10여 년을 주기로 전면 개·보수를 한다. 이때 호텔은 추가 회원을 모집하거나 기존 회원에게 분담금을 받아 공사비를 충당한다. 올 초 조선호텔은 기존 회원에게 990만원(개인)을 추가 보증금으로 받았다. 입회 보증금 6000만원에 추가 회원도 모집하고 있다. 개·보수로 회원권 입회 보증금이 오른 만큼 시세도 오를 것으로 업계는 예상한다.

가격을 결정하는 또 다른 요인은 호텔 자체의 이미지다. 브랜드가 회원권 가격을 좌우한다는 것이다. 업계엔 “피트니스클럽이 호텔의 가치를 대변한다”는 말이 있다. ‘호텔의 가치가 높으면 피트니스클럽 회원권도 비싸다’는 뜻이다. 에이스 회원권거래소의 박하준 팀장은 이렇게 예를 들었다. “신라호텔 피트니스클럽을 그대로 시내 다른 호텔로 옮겨 보자. 절대로 같은 값을 받을 수 없다.” 접근성·인지도보다 ‘어떤 고객이 주로 이용하는지’ ‘분위기가 고급스러운지’가 더 중요하다는 얘기다.

피트니스 회원권은 호텔에서 분양받을 수도, 거래소에서 살 수도 있다. 호텔의 분양가는 점차 높아진다. W호텔은 2004년 개관 때 5400만원에 회원권을 분양했다. 이후 6000만원, 6400만원, 7000만원으로 높아졌다. 현재는 7300만원에 5차 분양 중이다. 지금 W호텔 회원권을 사려면 7300만원에 분양받는 방법과 앞서 분양된 회원권을 시장에서 사는 방법이 있다. 보통 초기에 분양된 회원권에는 프리미엄이 붙는다. 따라서 호텔에서 7300만원에 사든지, 거래소에서 5400만원+α(프리미엄)에 사든지 해야 한다.

혜택은 같지만 장단점이 있다. 박 팀장은 “보증금은 호텔에서 환급해 주기 때문에 시세 변동의 영향을 받지 않고 안전성을 원하는 사람은 호텔에서 사는 걸 택한다”고 설명했다. 반면 “돈 묻어 두기를 꺼리는 사람은 거래소에서 싸게 사는 걸 선호한다”는 것이다. 이 경우 보증금은 승계되기 때문에 환급받을 수 있지만 시세에 따른 프리미엄은 보장받을 수 없다. 명의 변경 수수료와 중개 수수료도 든다. 이런 특성 때문에 피트니스클럽 회원권은 예외적인 경우(환급 조건 만기를 못 채운 회원이 급히 돈이 필요할 때)가 아니면 보증금 아래로 값이 떨어지진 않는다.

호텔은 회원 수를 맘대로 늘릴 수 없다. 투자비에 따라 정해진 숫자를 행정기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W호텔은 애초에 많은 회원 모집을 승인받고, 이를 여러 번에 나눠 분양한 경우다. 그렇지 않으면 재투자(리모델링)를 통해 추가 모집을 승인받을 수도 있다. 1999년 첫 분양 이후 처음으로 8500만원에 추가 분양 중인 코엑스 인터컨티넨탈이나 조선호텔이 이에 해당한다. 반면 롯데·신라·플라자·하얏트 등 추가 분양을 하지 않는 곳도 있다. 이 회원권을 사려면 거래소를 통할 수밖에 없다. 이미 한도를 채워 추가 모집이 안 되는 호텔도 있지만 여력이 있는데도 모집을 하지 않기도 한다. “신라호텔은 W처럼 초기 승인 한도가 크지만 정책상 회원 모집을 중단한 걸로 알고 있다”는 게 박 팀장의 설명이다.

서울 삼성동의 파크하얏트호텔은 입회 보증금이 있는 멤버십제를 택하지 않았다. 대신 연 525만원(부가세 별도)의 회비만으로 등록을 받는다. 파크하얏트 임수연 과장은 “호텔 규모가 크지 않아 다른 곳처럼 1000명이 넘는 회원을 받을 수 없는 데다 고객 중에 목돈을 보증금으로 묶어 두는 걸 꺼리는 30~40대 전문직이 많아 멤버십제를 운영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2000년대 초 호텔 회원들은 주상복합아파트 내 시설이나 고급 퍼블릭클럽으로 대거 이동했다. 하지만 2006년께 호텔로 돌아왔다. 서비스 때문이었다. 어떤 시간대에 운동하는지, 성향은 어떤지, 세심하게 회원을 챙기는 서비스는 호텔을 따를 수 없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시세도 2007~2008년이 최고치였다. 99년 2800만원에 분양된 코엑스 인터컨티넨탈 회원권은 2008년 8000만원까지 올랐다. 경기도 좋았지만 “호텔만 한 곳이 없었기 때문”이라는 것이 박 팀장의 설명이다.

이후 시장은 내림세로 돌아섰다. 현재 코엑스 인터컨티넨탈호텔 회원권은 5000만원 안팎에 거래된다. 박 팀장은 가격 하락과 함께 “시장에서 재테크 목적이 퇴색됐다”고 했다. 경기에 둔감해졌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러면서 골프장·콘도 회원권과 비교했다. 모두 멤버십제로 운영되지만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먼저 제한된 시장이다. 골프장과 콘도가 전국을 대상으로 하는 데 반해 호텔 피트니스클럽은 부산의 몇 곳을 빼고 서울에만 형성된 시장이다. 최대 회원을 보유한 메리어트호텔의 회원 수가 약 3000명. 1000~2000명 수준인 각 호텔의 회원을 다 합쳐도 시장에 풀릴 수 있는 회원권 수량은 얼마 안 된다. 보유 목적도 다르다. 박 팀장은 “피트니스 회원권은 효용 때문에 사는 것”이라고 말했다. “골프장은 한 달에 몇 번, 콘도는 1년에 몇 번 이용하지만 피트니스는 매일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피트니스 회원권은 돈보다는 몸을 만드는 생활밀착형 회원권이라는 얘기다.

홍주희

중앙SUNDAY 구독신청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