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사퇴는 국민의 뜻 … 후회는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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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 서울시장이 26일 오후 서울시청 서소문 별관에서 이임식을 마치고 청사를 나서고 있다. 오 시장은 24일 실시된 무상급식 주민투표가 25.7%의 투표율로 개표가 무산되자 시장직을 사퇴했다. [김태성 기자]


26일 오전 11시 서울 서소문청사 브리핑룸.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사퇴 기자회견문을 천천히 읽어 내려갔다.

 “시민 여러분께서 재선의 영광을 주셨지만 임기를 완수하지 못해 죄송스럽습니다.”

 그는 자신의 사퇴를 “국민의 뜻”이라며 잠시 말을 멈추고 90도로 허리를 숙여 인사했다. 이어 “ 분열의 정치문화를 건강한 담론의 정치문화로 바꿔가는 게 제게 주어진 ‘또 하나의 책무’인 것 같다”며 정치활동 재개 가능성을 열어 두었다.

 오 전 시장은 이날 시청 본관에서 시 간부들과 ‘마지막 오찬’을 함께 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스스로 감정을 잘 절제하는 줄 알았는데, 나도 모르게 울컥한다”며 잠시 눈물을 보였다고 한다.

 오후 5시에 열린 이임식에서 그는 “후회는 없다. 시장으로서 복지의 방향과 나라의 미래를 위해 중요한 화두를 던졌다”고 말했다. 이임식을 끝낸 그는 ‘마지막 퇴근’ 길에 청사 건물 앞에 줄지어 선 수백 명의 시 임직원과 악수를 하거나 포옹을 했다.

 오 전 시장은 이날 시의회에 사임통보서를 제출했다. 오 전 시장은 당분간 트레킹을 하며 심신을 달랠 것으로 알려졌다. 관사에 살던 그는 갑작스러운 사퇴로 아직 거처를 정하지 못했다는 후문이다. 핵심 정무직 참모들인 조은희 정무부시장, 강철원 정무조정실장, 황정일 시민소통특보, 이종현 대변인도 함께 물러났다. 27일 0시를 기해 권영규 행정1부시장이 시장권한대행을 맡았다.

  ‘오세훈표 프로젝트’의 앞날은 장담할 수 없게 됐다. 야당은 물론 한나라당 소속 시장이 당선돼도 ‘오세훈 흔적 지우기’는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당장 대규모 조직 개편이 관측된다. ‘한강 르네상스’를 총괄했던 한강사업본부는 예전처럼 ‘사업소’ 수준으로 축소될 가능성이 커졌다. ‘디자인 서울’을 이끌던 문화관광디자인본부도 축소가 불가피해졌다.

 대형 사업들도 앞날을 장담할 수 없게 됐다. 이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야권 시장이 당선돼도) 중단 없이 추진돼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했지만, 당장 민주당은 서해와 용산, 여의도를 뱃길로 연결하는 서해 뱃길사업을 중단시킬 방안을 찾고 있다. 양화대교 교각 확장공사 역시 민주당이 예비비 갹출을 통한 공사 진행을 반대해 ‘반쪽짜리 아치교’로 남을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글=양원보 기자
사진=김태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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