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봤습니다] 포드 ‘뉴 익스플로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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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지난달 출시된 신형 익스플로러는 랜드로버 디스커버리4 느낌을 주는 고급스러운 전면 디자인에 3열 전동접이식 시트 같은 첨단 편의장치가 돋보인다. 무게를 기존 모델보다 45㎏ 줄여 연비가 28% 향상됐다.


포드 익스플로러는 15년 연속 미국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시장 1위에 오른 차다. 미국에 유학ㆍ연수를 간 한국 사람들이 싼 맛에 중고차로 많이 구입해 친숙한 차다. 익스플로러는 단단한 차체와 3만 달러 이하의 합리적인 가격으로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크고 작은 품질 문제와 허술한 내장으로 판매가 급락했다. 2009년 도산 위기를 딛고 재기한 포드는 그동안 지적됐던 단점을 해결하기 위해 ‘기본으로 돌아가기’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었다. 과거 포드를 대표했던 뛰어난 상품성과 디자인, 그리고 품질까지 무장한 것이다.

이런 포드의 새로운 기치를 알리는 차가 바로 지난달 국내에 선보인 뉴 익스플로러다. 새로운 디자인, 기존 모델보다 28%나 개선된 연비와 각종 편의장치로 새 단장했다. 상품성이 좋아지면서 1차 선적분 200여 대가 한 달 만에 모두 팔렸다.

우선 디자인부터 대변신을 했다. 기존 미국 차의 엉성함이 아니라 선 하나하나가 살아있는 고급스러운 디자인이다. 3개의 바(Bar)로 구성된 라디에이터 그릴과 랜드로버 디스커버리4 느낌이 나는 전면 디자인은 일품이다.

실내는 ‘이게 진짜 포드 차일까’하는 놀라움이 들 정도다. 이전에 손가락 하나가 쑥 들어갈 만큼 틈새가 많았던 것에 비해 깔끔하게 마무리를 했다. 소재도 고급스러워져 볼품없던 플라스틱 소재는 찾아보기 어렵다. 실내공간은 커진 차체만큼 여유롭다. 특히 머리ㆍ어깨 공간이 넓어져 3열 시트에 어른 두 사람이 충분히 앉을 수 있다.

놀라운 변신은 3열 접이식 시트를 전자동 시스템으로 바꾼 것이다. 일일이 수작업으로 힘들게 시트를 접어야 했던 것에 비해 버튼 2개를 조작해 전동식으로 접거나 세울 수 있게 했다. 시트를 접으면 자전거 2대를 충분히 넣을 공간이 마련된다.

시동을 걸고 달려봤다. 최고 290마력에 35.3㎏·m의 토크를 뿜어내는 3.5L V6엔진은 2.2t의 차를 부드럽게 움직인다. 시속 120㎞까지 무리 없이 가속이 진행된다. 정숙성은 일본 차를 능가할 정도다. 이미 포드가 링컨 MKS에서 보여줬던 정숙성을 익스플로러에 그대로 담아냈다. 확실한 품질 개선이 이뤄진 셈이다. 연비도 기존 모델보다 20% 이상 좋아졌다. 알루미늄 후드 등 경량 소재를 사용해 무게를 45㎏가량 줄인 덕분이다.

사륜구동인 이 차의 또 다른 변신은 새로운 전자식 지형 관리 시스템이다. 도로 상황에 따라 간편하게 다이얼을 돌려 포장도로ㆍ진흙ㆍ모래ㆍ눈길 네 가지 모드를 선택할 수 있다.

요즘 미국 자동차의 한국 시장 점유율을 놓고 한-미 자동차 메이커 간에 신경전이 미묘하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최근 “한국에서도 포드ㆍ크라이슬러ㆍ쉐보레를 운전하는 사람들을 보고 싶다”고 말해서다. 익스플로러만큼 미국 차의 상품성이 개선된다면 오바마 대통령이 굳이 이런 말을 하지 않아도 될 듯싶다.

김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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