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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차기 사법부, 법치 바로세워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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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이명박 대통령이 그제 양승태 전 대법관을 차기 대법원장 후보로 지명했다. 6년 만에 수장이 바뀌면서 사법부는 적잖은 변화를 겪게 됐다. 36년간 판사의 길을 걸어온 양 후보자는 법과 원칙에 엄격한 정통 법관으로 평가된다. 지난해 11월 정치적으로 민감했던 ‘용산 참사’ 사건 상고심의 주심으로 농성자들에게 징역 2~5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한 것도 ‘법치(法治)’를 강조하는 그의 성향을 보여주는 대표적 판결이다. 사법부의 독립성을 높이면서 법원 내부의 변화를 이끌어야 하는 대법원장의 막중한 역할과 책임에 소홀함이 없을 것이란 기대를 걸게 한다.

 진보적인 색채를 띤 것으로 평가돼 온 이용훈 현 대법원장 체제에도 물론 공(功)이 있다. 공판중심주의 강화로 검찰의 무리한 수사에 제동을 거는 등의 사법개혁 성과는 유지·발전시켜야 할 부분이다. 그러나 이념 논란 등으로 사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추락하는 등 과(過)도 적지 않다. 양 후보자가 우선적으로 바로잡아야 할 사안이다.

 무엇보다 판사들의 ‘편향 판결’ ‘기교 재판’ 시비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강기갑 의원 공중부양 사건이나 MBC PD수첩 광우병 보도의 무죄 판결 등이 대표적인 예다. 판사 개인의 정치적 성향이나 이념에 따른 판결로 사회적 논란을 일으킴으로써 사법부가 오히려 갈등과 분열을 부추기는 잘못을 거듭해선 안 된다. 일관성이 결여된 판결도 법적 안정성을 흔들고 법원의 신뢰를 떨어뜨린다는 점에서 경계해야 한다. 재판부마다 유·무죄가 엇갈린 전교조 시국선언 교사 1심 판결이 그런 경우다. 개인의 양심·이념이 아니라 법의 잣대로 판결할 수 있도록 판사들에게 원칙과 기본에 대한 방향을 제대로 제시해야 한다.

 사법행정 개혁에도 전향적 자세가 필요하다. 국회에서 논의 중인 대법관 증원 문제만 해도 사법권 독립 침해라며 반발만 할 일이 아니다. 국민이 신속하고 정확한 재판을 받게 한다는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국회 동의를 거쳐 다음달 25일 새로 시작될 양 대법원장 체제가 법치를 위한 사법부, 신뢰받는 사법부로 거듭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