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븐스 “인간사, 내 임기 맞춰 되는 건 아니더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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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임을 앞둔 캐슬린 스티븐스 주한 미국대사가 17일 오후 서울 정동 미국대사관저에서 기자들과 간담회를 하고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안성식 기자]

한미친선평등호조(韓美親善平等互助). 서울 정동 주한 미국 대사관저에 걸려 있는 문구다. “김구 선생의 아들인 김신 대만 대사로부터 선물 받은 서예작품입니다. 한국과 미국이 지향해야 할 바를 가장 잘 드러내는 말이라 생각해 걸었어요.” 캐슬린 스티븐스(Kathleen Stephens·58) 주한 미 대사의 설명이다. 곧 임기를 마치는 그를 17일 관저에서 만났다.

 -미국은 동해를 일본해로 단독 표기해야 된다는 입장을 국제수로기구(IHO)에 밝힌 것으로 전해진다. 둘 다 동맹국임에도 미국이 한국보다 일본을 가깝게 여기는 것 아닌가.

 “미국 국가만큼이나 한국의 애국가를 많이 듣는 사람으로, 첫 소절이 어떻게 시작하는지 잘 알고 있다. 작곡자(안익태)도 미국에서 유학한 경험이 있어 들을 때마다 이런 생각을 한다. 워싱턴의 동료들도 이 사안의 중요성을 알고 있을 거다. ”

 -성 김 내정자 인준이 지연되고 있다.

 “오랜 동료이자 친구인 성 김 내정자의 경우 상원에서 (공화·민주 양당 간에) 살펴봐야 할 사안이 많아 휴회가 되기 전에 인준되지 못했다. 9월 초 개회되는 대로 이른 시일 내에 인준될 것이라 생각한다.”

 -책 『내 이름은 심은경입니다』에서 고(故) 김수환 추기경에 대해 ‘부드러운 방식으로 세상을 뒤흔들었다’고 썼다. 본인도 부임 때 목표가 있었을 텐데.

 “김 추기경은 1980년대 민주화 노력, 인권 투쟁에서 나에게 많은 영감과 자극을 줬다. 오랜 기간 외교관 생활을 하면서 ‘인간사가 한 정치 지도자, 한 외교관의 임기에 맞춰 마무리되는 것은 아니다’는 걸 깨달았다. 현시점에서 대북 문제와 관련된 진전을 보지 못한 건 안타까운 일이다. 그러나 한·미가 이 문제를 다루면서 긴밀히 공조했고, 한목소리를 내려 했던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도 그렇다. 가능한 이른 시일 내에 비준되길 바란다. 한·미 FTA가 비준되면 내가 어디에 있든 기뻐하며 자축하고 있을 거다.”

글=권호 기자
사진=안성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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