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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정몽준과 현대 가족’이 기부한 5000억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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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현대차그룹과 현대그룹을 제외한 범현대가 그룹사들이 5000억원 규모의 사회복지재단을 만들기로 한 것은 ‘가진 자의 나눔’이라는 시대적 화두에 부응하는 또 하나의 발전이다. 굳이 ‘공생발전’을 강조한 이명박 대통령의 8·15 경축사를 인용하지 않더라도 양극의 간격을 줄이는 것은 한국 사회의 최우선 당면과제로 되어 있다. 양극화에 대한 분노와 좌절은 지난해 6·27 지방선거를 비롯해 여러 현상에서 증명되고 있다.

 이러한 선행(善行)이 취지를 100% 살리려면 추진 방법과 시점에서 순수하고 신중한 고려가 있어야 한다. 재단기금 5000억원 중 4000억원 이상을 현대중공업계열의 정몽준 회장과 기업들이 부담한다. 대선주자인 정 의원이 사실상 주도하는 것이다. 그래서 대선가도에서 ‘거대한 부(富)’가 부담으로 작용할까봐 정 의원이 재단설립에 나섰다는 시각도 있는 게 사실이다. 그가 이런 기부를 수년 전에 했다면 더욱 좋았을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의 300억원 청계재단은 대통령의 기부라는 좋은 선례를 만들었다. 그러나 그도 재산 사회환원을 대선 직전인 2007년 12월 공약했다가 득표용이라는 논란에 처한 적이 있다. 5년 전 이건희 삼성회장 가족은 8000억원을 출연했다. 이 돈으로 만들어진 재단은 장학·복지 등에서 어려운 사람을 많이 돕고 있다. 하지만 이 재단도 ‘외부적 환경’과 관련이 없었더라면 의미가 더욱 깊이 새겨지고 있을 것이다.

 거액 기부로 유명한 미국 투자자 워런 버핏은 “돈 많은 부자들이 더 많은 세금을 내야 한다”는 지론을 최근에 다시 강조했다. 미국의 기부는 정치·사회·경제적 배경과 관련이 없어 더욱 빛난다.

 정몽준 의원을 비롯한 현대가의 출연으로 한국 사회는 거액 기부의 기록을 쌓아 가고 있다. 시간이 흐르고 사례가 추가될수록 한국의 기부도 더욱 건전한 모습을 갖출 것이다. 삼성이나 현대·LG 같은 대표기업은 이제 기업의 차원을 넘어 공동체의 주요한 기둥이다. 이들이 선도하는 올바른 나눔 문화는 한국 사회의 긴장해소에 기여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