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중국 항모 시대 … 동북아 전략적 각축 예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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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이석수
국방대학교 교수

중국은 경제성장과 함께 꾸준히 군 현대화 계획을 추진해 왔다. 첨단 무기체계인 스텔스 전투기 개발, 잠수함 능력 증강, 대함(對艦) 미사일 능력 개선 등 해·공군력 첨단화를 통해 주변국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특히 바랴크급 항공모함의 시험 항해를 공개하고 ‘중국 항공모함시대’의 개막을 선포한 것이 그렇다.

 중국의 항공모함에 대한 관심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번에 시운전을 실시한 항공모함의 정확한 군사적 능력을 확인하기는 어렵지만 미국의 이지스 시스템과 유사한 레이더 시설, 방공 미사일 체계, 엄호체계를 구비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항공모함 자체가 작전능력을 지니려면 필요한 무기체계와 함재기 운용능력이 구비돼야 하고, 작전에 투입되기 위해서는 항모강습단이 구성돼야 한다. 항모강습단은 항공모함 보호와 지원을 위해 구축함, 순양함, 잠수함, 조기경보기, 대형 보급함 등으로 구성된다. 중국의 항공모함 자체가 완전한 전투능력을 구비하고 항모강습단을 구축하는 데 보다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중국이 항공모함 개발계획을 추진하는 배경은 첫째, 정치적으로 강대국을 과시할 수 있는 상징적 무기체계를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국가의 자부심과 위신을 고양하는 데 항공모함만큼 적절한 수단도 없다. 항공모함의 전략적 유용성과 중국 항모 기술수준에 회의적인 일부에서는 중국이 정치적 효과를 중요시하고 있다고 본다. 둘째, 지속적 경제발전에는 원거리 해상교통로의 안정적 확보가 필수적이다. 이를 위해 작전반경을 확대할 수 있는 항공모함이 요구되는 것이다.

 중국으로선 군사적으로 힘의 투사능력을 강화할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역내 해상 영토분쟁이 날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그 때문에 중국은 자국 영토를 방위하고, 이웃국가들에 강압외교를 효과적으로 전개하며, 아태지역에선 유사시 미국 해군의 접근을 거부할 수 있는 해상 항공력 우위가 필요하다고 판단할 수 있다. 한 나라의 전반적 국력과 국제적 위상이 급속히 상승하는 경우에 국가이익의 내용도 변화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중국의 항공모함 개발 목적이 복합적이라는 점은 어쩌면 당연하다.

 중국이 항공모함의 시험항해를 실시함에 따라 ‘중국 항공모함시대’는 이제 주변국가들이 감당해야 할 군사적 현실이 되었다. 미국은 중국에 대해 군사적 투명성을 요구하는 선에서 반응을 자제했다. 오히려 미국은 중국의 스텔스 전투기, 대항공모함 탄도미사일 전력 등을 더욱 염려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일본은 중국에 항모 능력이 필요한 이유를 밝히라고 요구하면서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일본이 항모 능력 구축을 시도한다면 동북아에서 중·일 해군력 경쟁이 심화될 가능성이 있다. 특히 중국의 항모 능력에 민감한 인도는 중국의 인도양 진출을 우려하고 있다. 인도양에서 인도와 중국의 전략적 각축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더욱이 남중국해 영토분쟁에 관련된 베트남, 필리핀 등도 중국의 항공모함 개발에 불안해 하고 있다.

 중국의 항공모함 개발은 한국에도 중·장기적 도전과 전략적 과제를 제시한다. 동북아에서 항모 능력을 포함한 해군력 경쟁은 한국에 심각한 도전요인이다. 장차 한반도 유사시 중국이 미 항공모함과 대치 혹은 접근을 거부하는 시도를 할 수 있다. 한국은 여러 상황에 대비해 군사적 억지와 협력의 두 가지 접근방식을 효과적으로 조합해야 할 것이다. 억지력 확보는 한·미 연합 억지력 강화를 통해 가능하다. 동시에 한국과 중국이 다양하고 활발한 군사협력을 통해 군사 투명성을 높여 나가야 한다. 중국의 ‘항공모함시대’ 진입은 한국의 지혜롭고 유연한 전략적 대응을 요구하고 있다.

이석수 국방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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