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 스토리] 백악관 신경제 회의

중앙일보

입력

"뉴이코노미(신경제)의 호황은 언제까지 계속될 것인가. 이 호황의 열매를 뉴이코노미의 그늘에 있는 사람들에게까지 돌아가게 할 방도는 없는가."

5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신경제 회의' 에서 빌 클린턴 대통령이 던진 질문이다.

미국의 정계.재계.학계의 기라성같은 인물들이 총집결한 이날 토론에서 이에 대한 똑부러진 답은 나오진 않았다.

그러나 참석자들의 대체적인 견해는 '우려 속의 낙관' 이었다.

사상 최대.최장의 호황을 구가하는 미국의 이른바 신경제는 적잖은 조정과 진통을 겪겠지만 앞으로도 상당기간 번영을 지속할 것이란 결론이다.

이날 오전 개막사에서 클린턴 대통령은 "컴퓨터와 인터넷으로 상징되는 뉴이코노미가 많은 사람들을 가난에서 벗어나게 하고 그들의 꿈을 실현시키도록 할 수 있을 것" 이라고 강조했다.

오전회의에서 주제발표를 한 로런스 서머스 재무장관은 "오늘날 정보기술이 가져다준 신경제가 저인플레.저실업률.저금리라는 3저현상을 낳았다" 며 뉴이코노미의 업적을 치켜세웠다.

그러나 그는 "이러한 정보기술에 접근하기 어려운 저소득층은 그 혜택을 누리지 못할 우려가 있다" 며 '디지털 격차(digital divide)' 에 대해 우려했다.

이날 회의는 신경제 호황의 산물로 여겨지던 나스닥 주가지수가 한바탕 요동을 친 직후에 열림으로써 특히 월가의 시선을 집중시켰다.

월가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투자전략가로, 실제로 지난주 하이테크 주식의 보유비율을 줄여야 한다는 발언으로 나스닥 주가 폭락을 촉발시킨 장본인인 골드먼 삭스의 애비 조지프 코언 여사는 정작 이날 회의에서는 "장기적으로 투자수익률이 떨어지긴 하겠지만 미국의 주가전망은 여전히 낙관적" 이라고 말했다.

오후회의의 막을 연 앨런 그린스펀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장 역시 최근의 주식시장 분위기를 의식한 듯 "연준의 통화정책이 (주가를 포함한)자산가격의 수준을 목표로 삼고 있지는 않다" 고 발을 뺐다.

그는 "정보기술의 생산 및 수요의 증가가 유례없는 경기확장을 가져온 것은 분명하고, 최근 수년간 과거 경기순환과는 다른 근본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있음은 부인할 수 없다" 고 말해 경제학 교과서로는 설명할 수 없는 신경제의 실체를 인정했다.

그는 그러나 "하이테크 분야의 생산성 증가에도 불구하고 전반적인 생산과 소비의 불균형과 노동인력의 부족이 인플레 우려를 증폭시키고 있다" 고 말해 추가 금리인상 가능성을 강력히 시사했다.

예일대의 윌리엄 노드하우스 교수는 신경제 호황에 대해 "경제성장의 제한속도(적정 성장률)가 높아지긴 했지만 속도제한은 분명히 있다" 며 앞으로 성장률이 둔화될 것으로 예상했다.

반면 텍사스대의 제임스 갈브레이스 교수는 "생산성의 급증이 저실업.저인플레 속의 고도성장을 지속시키고 있다" 면서 "미국민의 과다한 개인부채를 감안할 때 고금리 정책이 이같은 호황에 위협이 되고 있다" 고 주장했다.

회의에서 언론의 관심이 집중된 인물은 이틀전 미 연방법원으로부터 반독점법 위반 판결을 받은 마이크로 소프트사의 빌 게이츠 회장이었다.

그는 클린턴 대통령의 옆자리에 앉아 귓속말을 나누는 등 의연함을 과시했다.

게이츠 회장은 반독점 소송에 대해서는 일절 언급하지 않고 컴퓨터 기술혁명의 업적과 미래의 변화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피력했다.

그는 "우리는 컴퓨터가 가져다준 변화의 시작에 서있으며 앞으로 더 큰 변화를 겪게 될 것" 이라 말하고 "앞으로는 인류의 건강증진을 위한 기술발전이 (신경제의)최우선 과제" 라고 강조했다.

워싱턴〓김종수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