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A챔피언십] 매킬로이의 비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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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가 12일(한국시간) 끝난 PGA챔피언십 1라운드 3번 홀에서 나무 뿌리에 걸린 공을 쳐내다 손목을 다치면서 클럽을 놓치는 순간. [애틀랜타 AP=연합뉴스]


12일 새벽(한국시간) 올 시즌 마지막 메이저 대회인 PGA챔피언십 1라운드가 열린 애틀랜타 애슬레틱 골프장(파70·7467야드) 3번 홀.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의 짧은 비명 소리가 들려왔다. 매킬로이는 나무 뿌리에 걸린 공을 쳐내다 오른 손목을 다쳤다. 이후 샷을 할 때마다 그는 얼굴을 찌푸렸고 때론 클럽을 놓치기도 했다. 한 조에서 경기한 고향 선배 대런 클라크는 안쓰러운 얼굴로 쳐다봤다. 얼음 찜질을 한 채 경기를 지속하다 경기 중 물리치료사에게 손목 치료를 받고 붕대를 감고 경기를 계속했다. 매킬로이는 2라운드(12일 오후 10시 현재) 이븐파 70타 공동 25위 다.

 나무는 골퍼들에겐 골칫거리다. 1981년 유러피언 투어 벤슨&헤지인터내셔널에서 베른하르트 랑거(독일)는 공이 자작나무에 걸려 나무에 올라가 샷을 하기도 했다. 99년 PGA 챔피언십에서는 세르히오 가르시아가 나무 뿌리에 걸린 공을 치면서 부상이 겁이 났는지 눈을 감는 장면이 TV에 잡혔다.

 타이거 우즈는 올해 마스터스에서 아이젠하워 나무 때문에 무릎 부상이 재발됐다. 17번 홀 왼쪽 페어웨이에 있는 이 나무는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 클럽의 회원이었던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전 대통령을 성가시게 한 나무여서 이런 이름이 붙었다. 대통령이 제발 잘라달라고 부탁했는데 클럽은 거절했다. 올해 마스터스 4라운드에서 우즈의 공이 이 나무 밑으로 들어갔고 백스윙이 나무에 걸리지 않도록, 구식 변기에서 용변을 보는 것처럼 엉거주춤한 포즈로 스윙하던 우즈의 무릎에 무리가 갔다.

 이번 대회에서 명예회복을 노린 우즈는 1라운드 7오버파라는 참담한 스코어를 냈다. 2라운드가 시작된 이날 오후 10시 현재 공동 126위다. 2002년 스코틀랜드 뮤어필드에서 악천후 속에 펼쳐진 디오픈 3라운드에서 81타를 친 이후 메이저대회 최악의 스코어였다. 우즈는 평소 4라운드에 입는 검은색 바지와 붉은색 티셔츠를 이례적으로 첫날부터 입고 나왔다. 첫 홀(10번홀·파4)에서 5m 버디 퍼팅을 성공시키며 기분 좋게 출발했고 12번 홀(파5)에서 버디를 추가했다. 그러나 가장 어려운 홀로 손꼽히는 15번 홀(파3·260야드)에서 제동이 걸렸다. 4번 아이언으로 친 티샷이 그린 앞 물에 빠져 더블보기를 범했다. 우즈는 “3번 아이언을 잡아야 했는데 샷 감각이 너무 좋아 4번 아이언으로 드로샷을 구사했다. 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스티브 스트리커(44·미국)는 1라운드에서 보기 없이 7언더파 63타를 기록해 메이저대회 18홀 최소타 타이 기록을 세웠다.

 한국 선수 중에서는 최경주(41·SK텔레콤)가 이븐파 공동 25위로 가장 성적이 좋다. 2009년 이 대회 우승자 양용은(39·KB금융)은 2라운드 2번 홀까지 1오버파로 노승열(20·타이틀리스트)과 함께 공동 36위다. 골프전문 채널 J골프는 14~15일 3, 4라운드는 오전 3시30분부터 전 라운드를 생중계한다.

애틀랜타=문승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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