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시라 “제 스윙 폼이 박세리 닮았대요, 스코어는 형편 없지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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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7면

TV드라마에서 ‘천추태후’로 주가를 높인 탤런트 채시라(43)씨는 요즘 칼이 아니라 골프 클럽을 휘두르고 있다. 지난 8일 golf&과의 인터뷰를 위해 서울 중구 중앙일보 본사를 방문한 채씨는 “중학교 2학년 때인 1982년 중앙일보에서 발행하던 학생중앙의 표지모델로 연예계에 데뷔했는데 그때가 아직도 눈에 선하다”고 말했다. 그 이후 29년이 흘렀지만 채씨는 여전히 맑고 밝았다. 톱스타 중 골프를 즐긴다는 사실을 공개하기 꺼리는 경우가 많은데 채씨는 “골프처럼 멋진 운동을 하는 걸 숨길 이유가 없다”며 활짝 웃었다.

남편(가수 출신 사업가 김태욱씨) 자랑부터 늘어놨다.

“태욱씨는 간간이 70대를 치는데, 키가 커 장타를 때리고요. 그린 주위에서의 쇼트게임도 매우 좋은 편이에요. 퍼팅도 예술이에요.”

남편 자랑만 할 거냐고 했더니 “골프 스윙 폼 희한한 사람이 많잖아요. 남편도 약간 그런 편”이라며 “스윙이 좀 더 멋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채씨는 남편과 딱 반대다.

“남편이 나더러 스윙 폼은 박세리 같대요. 그런데 스코어는 형편 없어요. 묻지도 마세요.”

한결같은 젊음을 유지하고 있는 채시라씨는 “골프에서 그래야 하는 것처럼 살면서도 일희일비하지 않으려 노력한다”고 말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채씨의 베스트 스코어는 90대 초반이며 90대 후반을 치면 잘 친 것이고, 100타를 넘어가면 조금 실망하는 수준이란다. 방송 일을 하면서 아이 둘을 키우다 보니 아무래도 연습량이 부족하다. 그래도 스윙 폼이 좋은 것은 젊어서 배웠고 재능도 조금 있었기 때문이란다. 97년 아버지가 “훌륭한 연예인이 되려면 품위 있는 스포츠인 골프와 승마를 배워야 한다”면서 클럽을 선물해 골프를 시작했다고 털어놨다. 채씨는 “당시 연습장에 가면 사인을 해달라는 사람도 많고 얼굴을 보려고 기웃거리는 사람도 많아 배우기가 쉽지 않았는데 연기자라서 그런지 남이 하는 걸 따라 하는 재주는 있었던 것 같다”고 했다.

천추태후 역을 하게 되면서 말을 많이 탔고, 그래서인지 골프에도 힘이 붙었다.

“기마 자세는 어드레스 자세와 비슷하거든요. 다리에 힘이 붙은 이후 드라이버가 아주 잘 맞으면 220야드 정도까지 날아가요. 발끝 내리막 샷과 벙커샷이 어려웠는데 운동을 하고 나서 쉬워졌어요”라고 했다.

채씨는 승리욕이 강한 편이다. 연기도 육아도 똑소리 나게 하고 있다. 아이를 가르치기 위해 직접 중국어를 배웠을 정도다. 그러나 골프는 겸손하게 즐기자고 생각한다.

“잘 못 치면 그냥 웃어요. 티샷 잘 못 되면 두 번째 샷을 잘 하면 된다 생각하고 그게 안 돼도 그린에서 원 퍼트로 파나 보기를 할 수 있는 것 아닌가 생각해요. 반대로, 티샷 잘 쳐 놓고 교만해지면 다음 샷이 잘 안 돼요. 골프 하면서 마음대로 안 되는 것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생각대로 잘 안 되는 것, 그게 골프의 매력이라고 봐요. 골프는 인생과 비슷한 것 같아요. 일희일비 하면 안 되고 깊이 있는 마음가짐이 중요하잖아요.”

처음엔 파3 홀이 제일 좋았다고 한다. “딱 한 번만 잘 치면 되는 거니까. 그래서 운 좋게 버디도 몇 번 잡았어요.” 그런데 골프를 하면 할수록 부담스러웠던 파4나 파5 홀이 좋아지고 있다고 했다. 프로 선수들은 파3를 가장 어려워한다. 한 번 실수를 하면 만회할 기회가 없기 때문이다. 채시라씨도 이제 서서히 고수가 느끼는 리커버리샷의 매력을 느끼고 있다.

골프의 또 다른 재미는 맛있는 음식을 먹는 거라고 채씨는 생각한다.

“라운드 전에 먹는 해장국 맛이 그렇게 좋을 수 없어요. 어릴 적 아버지를 따라 산에 다녔는데 그때 먹던 해장국 생각이 나서 기분이 새로워요. 그늘집에서 먹는 간식도 맛있어요. 얼마 전 골프장에 갔는데 아이스크림을 공짜로 주기에 두 개나 먹었어요. 라운드를 마치고 마시는 맥주 한잔도, 동반자들과 함께하는 저녁 식사도 골프의 즐거움이에요.”

그의 매니저인 조혜성씨는 “시라 누나는 밥심으로 산다. 세 끼 모두 꼭 밥을 챙겨 먹는다”고 말했다. 채씨는 인터뷰를 마친 뒤 점심 식사 도중 다른 사람이 먹지 않고 남긴 고구마 튀김까지 다 챙겨 먹었다. 많이 먹어도 군살 하나 없는, 다른 여성들이 부러워할 유전자를 가지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채씨가 페어웨이만 밟고 살아온 것은 아니다.

“아이를 키우면서 방송일 하는 게 쉬운 게 아니에요. 천추태후 촬영 마치고 새벽 3시에 집에 들어갔는데 아이가 열이 나서 간호하느라 5시가 넘어서 잠들었어요. 그렇게 선잠을 자고 또다시 일을 하러 나가야 하는 경우도 많았어요. TV에는 완성된 모습만 나오니까 사람들은 저의 화려하고 웃는 모습만 기억하지만 항상 그렇지는 않아요.”

그렇다고 해서 채씨가 자신이 다른 사람보다 특별히 더 힘들다고 여기는 것은 아니다. 방송을 안 할 때는 평범한 엄마, 전업주부라고 생각한단다. 아이들 목욕 시키고 유치원 보내고, 공원에 갔다 오고 아이들에게 영어와 중국어도 직접 가르치느라 손톱 깎을 시간도 없이 보낸다고 한다.

“어떤 일이든 다 어려운 것 같아요. 어떤 상황에서든 내가 행복하고 감사하다고 생각해야 한다고 느껴요. 좋은 생각을 하면 좋은 기운이 들지 않나요.”

아이에 대해서는 끔찍하다. 육아 관련 책 읽고, 아이가 읽는 동화책도 같이 읽는다. 서울에 살기 때문에 아이들에게 자연을 느끼게 해주려 마당에 토마토와 고추 심고, 달팽이까지도 키워봤다고 한다. 남편 김태욱씨는 그런 채씨에게 약간 불만도 있다고 한다.

“친구들은 부인이 이것저것 다 챙겨주는데 남편이 골프장 갈 때 보스턴 백도 챙겨주지 않는다”며 볼멘소리를 한다는 거다. 그러나 부부는 아직도 알콩달콩인 것 같다.

“남편이 골프 코스에서 내가 입은 옷을 보고 예쁘다고 하더니 코스에 나갈 때마다 그걸 입으라고 하는 거예요. 무척 더운 날에도 그 옷을 고집해 힘들기도 했어요. 그 다음 코스에 나갈 때 다른 옷을 입고 나갔더니 옷장에서 그 옷을 찾아와서는 또 입으라고 하는 거예요. 그러느라고 정작 자기는 옷가방을 챙겨가지 않아 골프장에서 허겁지겁 옷을 사서 입기도 했어요.”

채씨는 주로 가족과 함께 골프를 한다. 친정식구, 시부모와 함께 골프 여행을 가기도 했다고 한다.

“인도네시아 발리의 한다라라는 골프장에 갔는데 산 중턱이라 여름인데도 서늘하고 구름이 끼어 있는 것이 신선놀음 하는 것 같았어요. 나인브릿지 마지막 홀에서 석양이 질 때의 모습도 정말 아름다웠고요. 미국 샌프란시스코로 휴가를 떠나 페블비치와 스페니시 베이 등 명문 골프장에도 갔어요. 스페니시 베이에서 해가 질 무렵 바람이 부는데 바람막이가 펄럭펄럭하는 사이에 석양이 지고 백파이프를 든 사람이 연주를 하면서 필드를 지나가는데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이 될 것 같아요. 페블비치에선 타이거 우즈가 골프 쳤던 곳에서 나도 친다고 하니 행복했죠. 7번 홀이던가 그 유명한 홀에서는 골프 잘 하는 남편도 공을 물에 빠뜨렸어요.”

채씨는 “골프는 정말 좋은 운동이어서 아이들 크면, 아니 아이들 크기 전에도 틈틈이 시간을 내서 골프 여행을 자주 다니고 싶다”고 했다. 채씨는 “목표는 80대 타수에 들어가는 것인데 요즘 퍼터가 좀 되니까 곧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성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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