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기업, 대학에 기금·장학금 공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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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한국과학기술원(KAIST) 의 문경덕 기금조성팀장의 입가엔 미소가 떠나지 않는다. 올들어 이 학교에 기금.장학금 기탁 행렬이 줄을 잇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월 이 학교 졸업생이기도 한 새롬기술 오상수 사장이 10억원을 기탁한데 이어 같은 달 메디슨의 이민화 회장등 이 학교 출신 벤처기업가들이 1백억원을 기부했다.

지난달 28일에는 유니슨산업의 이정수 회장이 5억원을 기부했다.

벤처기업들이 각 대학에 구애의 손길을 뻗치고 있다.

대외적으로 부의 사회 환원 차원에서 기탁해 회사 이미지를 높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최근 극심한 구인난을 겪고 있는 벤처기업들이 대학의 유능한 인재를 끌어들이는 데 유리한 위치에 서는 실속도 챙길 수 있기 때문이다.

문팀장은 "예전과는 달리 요즘엔 벤처기업과 대기업들이 단순한 장학금보다는 투자형태로 수십억원을 제시하고 있다" 며 "창업지원.기술개발 등 부대 조건을 달거나 유능한 인재에 대한 추천의뢰를 하는 경우도 많다" 고 말했다.

이같은 상황은 연세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연세대 관계자는 "지난달 29일 백신생산업체인 케이디알로부터 10억원의 연구개발기금을 받았다" 면서 "최근 벤처기업으로부터 기금기탁 의뢰가 부쩍 늘었다" 고 말했다.

메디슨측은 "벤처 창업 등 기술 중시 분위기가 확산되면서 기업과 학교가 공동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기금을 기탁했다" 며 " ''기술력 있는'' 대학과 긴밀한 관계를 통해 우수인력을 유치할 수 있는 부수 효과도 누릴수 있는 장점이 있다" 고 말했다.

아직 대학과 연결되지 않은 업체들도 대학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할 ''묘수'' 를 찾는데 고심하고 있다.

다음커뮤니케이션 관계자는 "벤처업계에 지원하는 사람은 많지만 정작 필요한 우수 인력은 크게 부족한 상태" 라고 말하고 "대학기금 기탁 등 대학과 연계할 수 있는 여러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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