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련 창립 50년] 정권 따라 바뀐 이념과 역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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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1961년 창립 이래 전경련의 성향과 역할은 시대에 따라 변했다.

 초기에 전경련은 정부 산업정책의 싱크탱크 역할을 했다. 울산공단·구로공단·마산수출자유지역 설립 같은 아이디어가 60년대 전경련에서 나온 것이었다. 전경련의 수출자유지역은 규제 일변도의 정책을 바꾸고 수출 정책에 새로운 돌파구를 열어줬다.

 이런 상황은 80년대까지 이어졌다. 그 사이 때론 정권과 코드를 맞췄다. ‘사회정화’ 바람이 불어닥친 80년엔 ‘기업 풍토 쇄신을 위한 기업인 대회’를 열었다. 정화운동의 기업 버전이다. 외채가 문제가 됐던 84년에는 전경련 안에 ‘외채절감운동본부’를 두기도 했다.

 서울올림픽을 치른 80년대 후반부터 전경련에 변화가 나타났다. 급성장을 거듭한 기업들이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자 경제를 민간이 주도해야 한다는 자유시장경제주의 목소리를 높인 것. 현재 전경련이 표방하는 ‘자유시장경제에 입각한 보수’의 색채가 분명해진 것이 바로 이 시기다.

 김영삼 정권 때인 1990년대 중반 전경련은 위기를 맞는다. 전두환·노태우 대통령이 비자금 때문에 법정에 서며 이른바 정경유착의 실태가 적나라하게 드러난 때문이다. 이는 한편으로 전경련이 ‘윤리 경영’에 눈뜨게 하는 계기가 됐다. 전경련은 95년 불법 정치자금을 근절한다는 내용 등을 담은 ‘기업윤리헌장’을 발표했다.

 김대중·노무현 대통령이 집권한 98년부터 2007년까지는 한 경영학자의 말대로 “좌파 정부에 십자포화를 맞던 시기”다. 출자총액제도 등이 부활됐다.

 이 시기에 반기업 정서가 높아지면서 전경련은 사회책임 경영의 필요성을 느끼게 된다. 그래서 사회공헌위원회를 설립(1999년)하고, 중소기업협력센터를 설치(2005년)했다.

 이명박 정권 초기 전경련은 다시 활력을 되찾는 듯했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의 요청을 받아 산업정책을 제안할 인재들을 각 기업에서 뽑아서는 인수위에 파견하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정부의 정책기조와 정치권의 주안점이 ‘친서민’으로 옮겨가면서 대기업을 대표하는 전경련은 온갖 압박을 받는 처지에 몰렸다.

권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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