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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닥은 1750~1800 … 반등은 V자 아닌 ‘나이키 커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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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왼쪽부터 이종우 솔로몬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조익재 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김학주 우리자산운용 알파운용본부장, 윤지호 한화증권 투자전략팀장.


코스피 지수가 2200선에 머무르던 지난 5월 이종우 솔로몬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3분기에 코스피가 1900선까지 떨어지는 조정을 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시장의 반응은 냉랭했다. 고점을 돌파하며 승승장구하는 시장에 그의 경고는 묻혔다. 윤지호 한화증권 투자전략팀장은 4월 “국내 경기의 둔화가 예상되는 만큼 5월 이후 지수가 오르면 주식 비중을 줄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냈다. 하지만 세계 주요국 증시 중 코스피가 가장 많이 올랐던 5월 그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하지만 두 달 만에 시장은 달라졌다. 비관론자의 전망이 현실화됐다. 9일까지 6거래일간 이어진 급락장에 코스피 지수는 370포인트 이상 하락했다. 추락했던 증시는 어떻게 될 것인가. 국내 증시의 대표적 비관론자로 불리는 이종우 센터장, 조익재 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김학주 우리자산운용 알파운용본부장과 올 들어 비관론의 대열에 합류한 윤지호 팀장에게 앞으로의 시장 전망을 들어봤다.

 대세는 반등이다. 다만 과정은 쉽지 않고 기간도 길 것으로 예상했다. 이종우 센터장은 “후폭풍에서 서서히 벗어나고 있는 만큼 아직 비관론을 벗을 때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최근 시장이 크게 무너진 것은 경기 상황이 나빠지고 있었지만 이를 무시하는 낙관이 시장을 지배했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시장은 균형점을 찾을 때까지 오르내림을 반복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들이 예상하는 바닥은 1750~1800대였다. 상승폭은 제한될 것으로 내다봤다. 윤지호 팀장은 “연내엔 전고점을 넘기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 과정에 거센 폭풍도 몰아칠 수 있다고 했다. 김학주 본부장은 “유럽 등의 재정 위기 등으로 한 번 정도 더 ‘패닉 셀링’에 휘둘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시장이 또다시 충격을 받게 되면 낙폭이나 바닥을 추정하는 것도 의미가 없다고 덧붙였다.

 예상 반등 시점은 9월 말이나 10월 초. 4분기에 안정을 찾아가겠지만 반등은 ‘V자 회복’이 아닌 ‘나이키 커브’가 될 것이란 분석이 많았다. 조익재 센터장은 “상승의 촉매제를 하는 것이 뚜렷하지 않은 상황에서 시장이 안정되는 데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시장이 빠르게 회복된 것과 달리 탄력을 많이 잃을 것”(김학주)이란 전망도 내놓았다.

 시장이 또 한 차례 출렁인다면 주범은 유럽일 것으로 예측했다. 조익재 센터장은 “미국의 국가 신용등급 강등이 야기한 신용경색이 유럽발 금융위기를 가져올 수 있다”며 “이탈리아와 스페인 등 유럽 주요 국가의 국채 금리를 예의주시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지호 팀장은 “각국의 갈등 구조가 복잡하다 보니 정책 조합이 쉽지 않다”며 “최선의 정책이 아닌 적당한 수준의 정책이 나오면서 위기를 더 키울 수도 있다”고 말했다.

 중국의 역할에는 시각이 엇갈렸다. 김학주 본부장은 “3년 전엔 중국이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부동산 시장이 과열되면서 세계 경제의 회복세를 이끌었지만 이제는 중국도 지친 상태”라며 “국내 증시를 비롯해 각국 증시가 올라갈 곳이 많이 없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에 조익재 센터장은 “중국 물가는 7월 정점을 찍고 내려올 가능성이 크다”며 “더 이상 긴축할 필요가 없어지면 경기 반전이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처럼 변수가 많다 보니 시장을 뒤흔든 혼란이 어느 정도 수그러든 뒤 투자에 나서는 것이 낫다는 게 이들의 조언이다. 김학주 본부장은 “지금 주식을 사는 것은 늦었다고 본다”며 “시장이 다시 조정을 받고 ‘패닉 셀링’이 발생했을 때 분할매수하는 것이 나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익재 센터장은 “현재 주가는 싸다고 할 수 있지만 결국 지수가 올라가야 수익을 얻을 수 있는 것”이라며 “내려갈 가능성은 작아졌지만 올라갈 힘은 없기 때문에 뚜렷한 상승의 계기가 보일 때 투자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달 말 정도부터 관심을 가지는 것이 적절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윤지호 팀장은 “소규모 개방경제인 한국은 미국과 중국 등 주요 소비국의 영향을 크게 받는 만큼 미국 소비의 향방을 가늠할 수 있는 9월 이후에 투자를 고려하는 게 좋겠다”고 강조했다. 미국의 소비가 개선될 조짐을 보이지 않으면 시장은 다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종우 센터장도 “‘떨어지는 칼날은 잡지 말라’는 말이 있다”며 “당분간은 시장이 바닥을 다져야 하는 만큼 매매를 자제하는 한편, 실질적인 경제 지표를 확인하며 시장의 방향성을 가늠해 투자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하현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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