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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 도미노 … 오늘 서울·도쿄·상하이 시장이 답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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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5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맨해튼 타임스스퀘어에 설치된 ABC뉴스 자막뉴스가 미국 신용등급 강등 소식을 전하고 있다. [뉴욕 AFP=연합뉴스]


‘설마’가 현실이 됐다.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1941년 이후 70년 동안 유지했던 미국 신용등급을 ‘AAA’에서 ‘AA+’로 강등했다. 이로써 세계 최고 경제대국 미국의 신용등급이 군소국인 룩셈부르크보다 낮아지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빚어졌다.

 미 신용등급 강등은 그러나 끝이 아니다. 국책은행·지방정부의 ‘강등 도미노’로 이어질 전망이다. S&P는 8일(한국시간) 미국 최대 주택저당공사인 패니메이와 프레디맥의 신용 등급을 낮추는 것은 물론 주 지방정부의 신용등급도 잇따라 낮출 것으로 보인다. 패니메이와 프레디맥의 현재 신용등급은 트리플A(AAA)로 채권 발행 규모가 올 6월 말 현재 8조9000억 달러(약 9400조원)에 이른다.

 미 국채의 강등은 당장 세계 금융시장에 큰 혼선을 부를 수밖에 없다. 미 국채는 금융시장의 ‘북극성’ 노릇을 한다. 미 국채를 기준으로 다른 자산의 위험도가 정해진다. ‘북극성’이 흔들리는 판국이니 금융시장의 혼선은 당분간 불가피해졌다. 키움증권 박연채 리서치센터장은 “모든 나라, 모든 자산의 기본 자산인 미국 국채 등급을 강등했다는 것은 모든 운용사의 모범답안이 바뀐다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렇다고 미 국채값이 급락하고 달러 가치도 큰 폭으로 떨어지는 일은 예상하기 힘들다. 되레 달러값이 강세를 띠는 바람에 약한 통화들의 가치가 떨어지는 ‘통화가치 강등 도미노’도 올 수 있다. 이와 관련, 국제금융센터는 7일 “단기적으로 달러 강세, 원화 약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달러나 미 국채 이외엔 당장 대안이 없기 때문이란 이유다. 김이태 기획재정부 국제금융과장은 “미국의 신용등급 강등은 상징적으로 충격을 줬지만 막상 미 국채를 대신할 게 딱히 없다”고 말했다. 외려 국제금융시장이 불안해지면서 단기적으로 안전자산인 달러와 미 국채를 찾는 이들이 나올 것으로 보는 이가 많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보통 국가 신용등급이 떨어지면 해당 국가의 통화가치가 떨어지고 돈 빌리기 힘들어지니 그 나라 국채금리는 올라간다”며 “하지만 초강대국이자 기축통화국인 미국이 당사자가 된 만큼 계산이 복잡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매는 미국이 맞았는데 태평양 너머 한국이 더 아파할 조짐도 보인다. 해외 한국물의 부도 위험을 알려주는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은 최근 나흘간 14bp 오르며 5일 뉴욕 시장에서 115bp(1.15%)로 마감했다. 이는 지난해 11월 30일 이후 8개월 만에 최고치다. 한국의 대외의존도가 높고 금융시장이 완전 개방돼 외부 충격에 취약하다는 점이 부각된 것이다. 한국이 해외투자자의 현금인출기(ATM)라는 인식에서 아직 자유롭지 않은 셈이다.

 미국의 신용등급 강등 이후 처음 열린 중동 증시는 일제히 급락했다. 이스라엘의 TA-100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6.4% 하락했다. 이집트(4.7%), 두바이(3.7%), 카타르(2.5%) 등의 주요 지수도 내림세였다. 토요일인 6일 개장한 사우디아라비아 증시도 5.5% 급락했다.

 국제 금융시장은 오늘 열리는 서울·도쿄·상하이 등 아시아 증시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 아시아 시장의 움직임이 곧 세계 시장의 가늠자가 되기 쉽다. 정부가 7일 정부 과천청사에서 경제금융상황 긴급 점검회의를 한 것도 그래서다. 임종룡 재정부 1차관은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며 “금융시장이 과민 반응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된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 경제의 회복 상황과 유럽의 재정위기에 대한 대응 등을 감안할 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달리 경기가 다시 침체할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라고 말했다. 임 차관은 “한국 수출에서 신흥국이 차지하는 비율이 70% 이상이 될 정도로 이미 수출시장이 다변화됐다”고 강조했다.

 주요 20개국(G20)은 아시아 증시 개장 전에 금융시장 안정에 협력하는 내용의 공동성명을 추진 중이다. 임종룡 차관은 “S&P의 미국 신용등급 하향 조정에도 불구하고 한국 정부의 미 국채에 대한 신뢰도에는 변화가 없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G7도 긴급 재무장관 회의를 이번 주에 열기로 했다.

서경호·강남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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