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기능 결합된 디지털가전… Cyber시대의 새 장 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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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이 가전제품과 결합되면서 사이버 시대의 새로운 전기가 마련되고 있다. 앞으론 인터넷에 두려움을 느끼는 가정 주부나 중장년층들도 손쉽게 인터넷을 사용하게 될 것이다. 가정의 경제권을 쥐고 있는 주부들이 인터넷으로 자유자재로 쇼핑을 하게 되면 전자상거래는 그야말로 ''황금의 땅''이 될 것이다.

TV·냉장고·전자레인지로 인터넷을 한다

새 천년의 화두인 인터넷과 디지털이 가전제품에도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 지금까지의 전자제품은 TV는 보기만 하면 되고, 냉장고는 음식만 저장하면 그뿐이었다.

이른바 아날로그 기능만으로 소비자들에게 인기를 모아 왔으며 실제로 엄청난 판매량을 기록해 왔다. 그러나 네트워크화가 급격히 진행되고 있는 올해부터는 이 같은 기능만으로는 부족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N세대가 제품 구입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게 돼 인터넷 기능이 없는 전자제품은 미래에 살아남을 수 없게 된다. 이런 추세에 맞춰 해외는 물론 국내 전자업체들도 시장 선점(先占)을 위해 인터넷 가전을 경쟁적으로 개발, 시장에 내놓고 있다.

인터넷 가전(Internet Appliance)이란 가전제품에 인터넷 기능이 결합된 것을 말한다. 유·무선 정보통신망을 통해 원격제어 될 뿐만 아니라 원격교육·홈쇼핑·홈 오토메이션 등이 가능한 차세대 제품이다. 올 상반기 중에 국내에도 인터넷 접속기능을 갖춘 TV·냉장고·전자레인지가 시장에 나오므로 소비자들이 직접 구입할 수 있다.

인터넷 TV는 삼성전자가 96년 이미 제품 개발을 마치고 그 이듬해 제품을 선보인 바 있다. 그러나 양산은 인터넷 붐이 본격화된 올해부터 시작된다.

인터넷 TV는 무선 키보드를 사용해 실제 TV 시청거리에서 인터넷을 일반 전화선이나 랜 카드를 통해 초고속으로 즐길 수 있으며, 일반 컴퓨터로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할 수 있게 된다. 가격은 기존 TV 가격에서 10% 정도 인상된다.

인터넷 냉장고는 LG전자가 먼저 포문을 열었다. LG전자는 지난 2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국제가전제품쇼인 ''2000 콤포텍''에서 인터넷 냉장고 ''디지털 디오스''를 선보여 호평을 받았다.

디지털 디오스는 LCD 화면을 채용해 인터넷과 동영상 전화통화 기능을 갖춘 냉장고로 올 상반기 중에 본격 출시할 계획이다. 디지털 디오스는 동영상 통신기술을 업계 최초로 가전제품에 적용시킨 디지털 제품으로 정보 커뮤니케이션의 도구로서 역할을 할 수 있다.

삼성전자도 LCD를 냉장고 문에 부착시켜 인터넷 접속과 TV 시청이 가능한 인터넷 냉장고를 올 상반기 중 출시할 계획이다. 인터넷 냉장고를 이용하면 주부들은 냉장고에 설치된 화면을 통해 인터넷에 연결, 식품을 주문할 수 있다. 앞으로 전자상거래의 중요한 도구가 될 것이다.

인터넷 전자레인지는 주방용 전자제품 디지털화에서 가장 각광받는 제품이다. 인터넷 전자레인지는 인터넷을 통해 조리정보를 내려 받아 자동 요리하는 것은 물론 각 인스턴트 음식이 보유한 바코드를 읽고 요리를 하는 첨단 디지털 제품이다.

삼성전자는 98년 1차 개발을 완료하고, 99년 시카고에서 열린 ''가정용 전자제품 전문쇼''에 출품해 세계 전자업계를 놀라게 했다. 삼성전자는 올 하반기부터 인터넷 전자레인지 수출에 들어가며 국내에도 판매할 계획이다. ''2000 콤포텍''에서 인터넷 냉장고와 함께 인터넷 전자레인지를 나란히 전시한 바 있는 LG전자도 국내 출시를 서두르고 있다.

하나의 네트워크로 작동되는 ''꿈의 집''

삼성전자·LG전자가 만드는 인터넷 TV는 인터넷을 보기 위한 하드웨어에 속한다. 실제로 소비자들이 인터넷 TV를 보기 위해서는 인터넷 사이트의 채널을 찾아 이를 TV와 연결시켜 주는 기기인 셋톱박스가 필수적이다.

클릭 TV, 인터넷 TV 네트웍스(舊 조선인터넷 TV), 홈 TV 인터넷 등은 다음달부터 인터넷 TV용 셋톱박스를 무료 혹은 저렴한 가격으로 공급하면서 인터넷 TV 서비스에 본격적으로 나설 계획이다.

조선인터넷 TV는 최근 미국투자전문회사인 H&Q AP사로부터 2천만 달러 규모의 투자를 유치해 자본금을 38억원에서 3백58억원으로 대폭 확대했다. 이에 따라 다음달부터 삼성전기·삼성전자와 공동으로 인터넷 TV용 셋톱박스를 본격적으로 생산, 출시한다.

또 74개 협력업체를 확보해 협력업체에서 제공하는 인터넷 정보와 자체 개발한 콘텐츠를 서비스하며 연내 20만명의 가입자를 유치할 계획이다.

클릭TV도 다음달부터 1천 개의 인터넷 사이트를 채널화하고, TV를 통해 인터넷을 검색할 수 있도록 셋톱박스 보급에 나서기로 했다.

최근 광전자 INT라는 회사와 인터넷 TV용 셋톱박스 생산을 위한 계약을 체결, 다음달부터 협력관계를 맺은 건설사와 초고속통신망 사업자들을 통해 판매할 계획이다. 클릭 TV는 또 주요 언론사와 가전사, 증권사, 통신업체 등을 중심으로 인터넷 사이트 2백여 개를 확보하는 등 서비스 본격화를 위해 협력업체 확보에도 발빠르게 나서고 있다.

이들 업체와 달리 홈TV인터넷은 PC형태의 인터넷 셋톱박스를 이용한 인터넷 TV사업을 시작하고 있다. 다음달부터 기륭전자를 통해 TV화면에 인터넷을 구현하는 홈서버를 본격 생산, 가입비와 월 사용료를 받는 조건으로 무료 공급한다.

이를 위해 최근 현대건설과 연간 2만7천 가구에 이를 공급하는 계약을 맺고 사이버아파트 건설 전담회사인 아이씨티로를 통해 기존 아파트 및 신규 아파트 단지를 대상으로 공급물량을 늘려 나갈 예정이다.

인터넷 전화기는 기존의 휴대폰에 인터넷 기능을 첨가한 인터넷 폰과 화상·소리·인터넷 접속을 포괄적으로 할 수 있는 웹폰이 있다.

인터넷 폰은 삼성전자·LG전자·현대전자가 지난해 경쟁적으로 제품을 개발, 이미 상당수 소비자들이 사용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인터넷 폰, 현대전자의 걸리버 네오미 등이 이에 속한다.

웹폰은 인터넷을 통해 기존의 전화기처럼 음성통화도 하고, PC처럼 인터넷 검색 등을 동시에 할 수 있는 인터넷 복합 단말기를 말한다. 통상 웹폰은 웹 비디오폰과 웹 스크린폰, 웹 오디오폰으로 분류된다.

웹 비디오폰은 화상이 전송돼 전화를 거는 사람과 받는 사람이 서로 얼굴을 보면서 인터넷으로 화상통화를 하며, PC처럼 인터넷 접속도 할 수 있는 단말기다.

웹 스크린폰은 화상은 지원되지 않으나 인터넷으로 무료 음성통화와 PC처럼 인터넷 접속도 할 수 있는 단말기다. 웹 오디오 폰은 웹폰의 가장 간단한 형태로 인터넷으로 음성통화만을 담당하는 단말기다.

현재 삼성전자는 웹 비디오폰의 상용화를 위해 해외 현지적응 시험과 웹폰 서버 응용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고 있다. 또 지난해 말 노르웨어 텔레노사에 2002년까지 약 1억6천만 달러 규모인 35만 대의 공급 계약을 체결하는 등 시장 선점을 위한 마케팅에 집중하고 있다.

웹 스크린폰은 국내 전자업체들이 많이 수출하고 있는 제품이다. 전화와 인터넷을 동시에 사용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초고속인터넷망(ISDN), 공중교환전화망(PSTN), 근거리통신망(LAN) 등 모든 인터페이스를 지원한다.

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사의 빌 게이츠 회장 집은 곳곳에 컴퓨터 칩이 숨어 있는 것으로 유명한다. 빌 게이츠가 소파에 앉으면 TV가 자동으로 켜지고, 그가 자리를 뜨면 자동으로 꺼진다.

또 움직임을 파악해 이동하는 발자취에 따라 전등이 차례로 켜지고, 몇 가지 간단한 명령으로 가전제품을 움직일 수 있다. 지금은 세계적인 재벌만이 홈 네트워크를 갖고 있지만 앞으로는 모든 사람들이 하나의 네트워크로 연결되는 집을 갖게 될 것이다.

이에 따라 인터넷 가전도 개별 제품들이 인터넷과 연결되는 수준에서 나아가 집 전체가 하나의 네트워크를 이루어 서로 작동되는 기능을 갖게 될 것이다.

미국 제너럴 일렉트로닉(GE)사 회장은 지난해 회사의 임원들을 불러놓고 "앞으로 GE라는 이름은 G + E, 즉 G + e비즈니스"라고 선언했다고 한다. 앞으론 인터넷을 통한 e비즈니스가 더욱 중요해짐을 의미한다.

GE는 최근 마이크로소프트(MS)와 인터넷 접속기능을 갖춘 디지털 가전제품 개발을 위해 제휴를 체결했다. 빌 게이츠는 올해 초 열린 라스베이거스 동계 전자쇼에서 인터넷으로 모든 전자제품을 연결한 ''컨셉트 홈''을 선보인 바 있다.

세계적인 전자업체인 필립스도 침실·주방·거실 등 가정 어디에서나 필립스 제품으로 인터넷을 볼 수 있도록 연결한 ''필립스@홈''을 선보였다.

일본의 소니도 인터넷에 기반을 둔 네트워크 가전 시스템을 자체 개발했으며, 일본은 정부차원에서 디지털TV에서 냉장고까지 모든 가전제품을 인터넷망으로 연결하는 네트워크 구상을 2010년까지 완성키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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