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하탄생 연구자가 낸 『우리 별자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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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밤하늘에는 어느새 페르세우스니 헤라클레스니 하는 서양영웅들만 반짝이고 치우.신농.헌원.왕량.부열 같은 동양영웅과 좀생이별.개밥바라기.노인성을 비롯한 우리 별자리는 자취를 감추고 말았다".

올해 29살, 서울대 천문학과 박사과정에 있는 안상현씨가 최근에 낸 단행본 「우리가 정말 알아야 할 우리 별자리」 서문에 실린 한 구절이다.

근대화라는 미명 아래 우리가 얼마나 서양 쫓아가기에만 급급했는지 잃어버린 우리 별자리 이름을 통해 한번쯤 반성케 하는 대목이다.

그런데 안씨는 전공이 옛천문학이 아니다. 은하계 탄생과정을 밝히는 게 꿈이다. 그런 그가 별자리가 있는 유물과 옛 기록을 뒤지며 우리 별자리에 관한 자료는 닥치는대로 모아 이번 책을 냈다.

「삼국사기」나 「고려사」 같은 우리 옛 문헌에는 별에 대한 기록이 대단히 많다. 널리 알려진 김유신 열전의 별똥 이야기도 그 중 하나. 선덕여왕 때 비담이라는자가 명활산성에 웅거하며 반란을 일으켰을 때 왕궁 안으로 별똥이 떨어졌다.

불길함, 때론 죽음과 동의어인 별똥이 왕궁으로 떨어졌으니 반란군이 신이 날수 밖에. 반란군은 김유신에게 진압됐으나 실제로 선덕여왕은 세상을 떠났다.

이는 우리 조상들이 별이 사람들의 생로병사와 나라의 미래까지도 미리 보여준다고 생각했다는 명확한 보기다.

안씨의 이번 책은 역사기록은 물론 선사시대에서 최근에 이르기까지 우리 문화재에 나타난 우리 별자리에 관한 모든 것을 짜내다시피 했다.

우리 별자리 유물의 백미는 역시 고구려천문도로 만들었다는 조선초『천상열차분야지도』. 그러나 전공자가 아니면 둥그런 원에 2천수백개 별이 촘촘히 원점으로표시된 천문도가 멋있다고만 생각할 뿐 도대체 무슨 뜻인지 알 턱이 없다.

그런데 별들을 표시한 원점을 가만히 들여다 보면 크기가 다르다. 중국 천문도는 원점이 똑같은데 우리 천문도는 왜 다를까? 밝기에 따라 크기를 다르게 표시했기 때문이다.우리 천문도가 중국보다 앞서 나갔음은 바로 여기서도 확인된다.

안씨의 이번 책은 여느 책이나 문화재 해설서에서도 가르쳐 주지 않는 천문도 이름, 예컨대 천상열차분야지도가 도대체 무슨 뜻인지를 먼저 설명한다. 더불어 동양 천문학의 기본 틀을 알려주고 옛 사람들이 별자리를 어떻게 만들었으며 이름은 어떻게 붙였고 우리 별자리를 어떻게 나누는지를 가르쳐준다.

또 우리 별자리와 별자리에 얽힌 전설을 자미원. 천시원. 태미원의 3원과 28수와 절기별, 계절별로 나눠 조목조목 설명한다. 아마도 이 책을 읽고 나면 누구의 도움없이도 자신있게 밤하늘을 바라보며 별자리를 때려 맞출 수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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