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도, 출국장 들어가며 “다시 오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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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포공항에 9시간 머물던 일본 자민당 신도 요시타카, 사토 마사히사, 이나다 도모미 의원(왼쪽부터)이 1일 오후 8시10분발 ANA 항공편으로 떠나기 위해 출국장으로 가고 있다. [안성식 기자]


1일 오전 10시59분. 일본 자민당의 신도 요시타카(新藤義孝), 이나다 도모미(稻田朋美), 사토 마사히사(佐藤正久) 의원을 태운 전일본공수(ANA) NH1161편이 김포공항에 착륙했다. 8시55분 도쿄 하네다 공항을 떠난 비행기다. 11시9분. 비행기에서 나온 신도·이나다·사토 의원은 50m가량을 걸어 입국장으로 향했다. 여유로운 표정에 간간이 미소도 지었다. 신도 의원은 “울릉도를 보고 싶다”고 말했다. 기자가 질문을 던졌다.

 -독도에 대한 입장이 뭔가.

 “다케시마(독도의 일본명)는 일본 영토다. 그래도 한국과 일본 간의 의견 차이가 있기 때문에 입장 차이를 이야기할 필요가 있다.”

 -외교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겠나.

 “입국금지가 되면 큰 외교적 문제가 될 것이다. 자율적인 통행이 확보된 일본 대표의 입국이 저지된다면 외교적으로 큰 문제다.”

 -입국 거부되면 다시 방한할 건가.

 “하겠다.”

 이들은 곧바로 법무부 출입국관리소 직원들에 의해 ‘임시 출입국 사무실’로 안내됐다. 여기서 정점자 김포공항출입국관리소장으로부터 “출입국관리법 제11조에 의거, 입국금지 조치가 돼 있어 입국할 수 없다”는 통보를 받았다.

이날 시민단체 회원들은 김포공항 주차장에서 일본 자민당 의원들에 대한 규탄 집회를 벌였다. [안성식 기자]


 오전 11시50분쯤. 입국금지 절차가 진행되는 와중에 주한 일본대사관의 가네하라 노부카쓰(兼原信克) 총괄공사가 외교부에 전화를 걸었다. “양국 우호협력 관계에 비춰볼 때 의원들 입국이 거부된 것은 유감이다.” 정부 당국자는 “매우 의례적인 수준의 항의”라고 전했다.

 자민당 의원 3명은 귀국을 거부하며 “외교부는 입국금지된 사유를 직접 설명하라”고 버텼다. 신도 의원은 “우리가 테러리스트도 아닌데 무슨 근거로 국경 안전을 해친다고 주장하는가”라며 “사생활 침해”라고 항의했다. ‘한·일 관계를 감안해 강제로 탑승시키지 않는다’는 방침을 세운 정부는 ANA에 송환지시서를 전달한 후 출국을 설득했다. 그러나 이들은 ANA에서 공수해온 비빔밥으로 점심을 먹어가며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오후 6시엔 무토 마사토시(武藤正敏) 주한 일본대사가 이들을 찾아와 면담하기도 했다.

 오후 6시50분. 출입국관리사무소는 “7시까지 출국 여부를 결정하라. 그렇지 않을 경우 일반 송환대기실로 이동시키고, 이후는 책임지지 않는다”는 정부 입장을 통보했다. “밤에 들어오는 중국발 항공편에 불법 체류자가 있을 경우 함께 밤을 보내야 한다”고도 했다. 10분 후, 이들은 정점자 소장과의 면담을 통해 “8시10분 항공편으로 돌아가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수행원들에게 “한국의 김을 사서 비행기에 먼저 타라”고 지시했다. 출국 절차를 마친 신도 의원은 “다시 오겠다”고 했다. 9시간10분간의 소동은 이렇게 막을 내렸다.

 이날 오전 김포공항 국제선 청사 인근에선 30여 개 단체 700여 명이 모여 규탄 집회를 열었다. 시위에 참여한 경기도 고양시 오마중 3학년 곽민경(15)양은 “일본에서 4년간 살다 올해 귀국했는데 교포 3세 중에도 독도를 일본땅이라 여기는 친구가 많아 놀랐다”며 “독도를 지키려 노력하는 이들이 많다는 사실을 널리 알려야 한다”고 말했다. 독도종합연구소장인 호사카 유지 세종대 교수는 “김포공항에 직접 와 보니 한국 정부가 입국금지 근거로 내세운 ‘신변 안전 확보’의 필요성을 실감한다”며 “자민당 의원들의 입국에 정치적 목적이 있는 만큼 (이번 입국금지는) 적절한 조치였다”고 말했다.

 ◆일본 대응과 반응은=일본 정부와 정치권은 한국 정부가 자민당 의원 3명의 입국을 불허한 데 대해 강하게 반발했다. 에다노 유키오(枝野幸男) 관방장관은 “합법적으로 입국하려는 우리나라 국회의원에 대해 (한국이 입국 금지로 대응한 것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이런 일이 다시는 없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마쓰모토 다케아키(松本剛明) 외무상도 이날 오후 신각수 주일 한국대사를 외무성으로 불러 유감을 표시했다. 그는 또 이재오 특임장관의 독도 방문에도 유감을 표시하고, 12일 예정된 독도에서의 국회 독도특위 개최를 중단할 것을 요구했다.

 그동안 자민당 의원들의 울릉도 방문 시도에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던 일본 언론도 이들이 입국을 거부당한 사실을 주요 뉴스로 다뤘다.

글=권호·이승호·이지상 기자
사진=안성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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