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서울 강서을 한나라당 이신범 후보

중앙일보

입력

▶ 재선에 임하는 심정은?

- 그 동안 국회가 제대로 역할을 못한 부분이 많았다. 이는 국회가 제기능을 못할 정도로 대통령 권력이 지나치게 강하기 때문이다. 현재 대통령이 여당총재를 겸임하며 국회를 무력화시켜왔다.

그동안 나는 국회운영을 개혁하기 위해서 초선의원들과 함께 여러 가지 국회개혁을 위한 법을 만들고자 했는데, 지난 2월 8일에 그 일부가 실천이 됐다. 예결위 상설화, 인사청문회 일부 도입, 표결 실명화 등의 조치는 나를 비롯한 초선의원들이 힘을 합쳐 얻어낸 성과이다.

이 성과를 바탕으로 재선이 되면 정치개혁을 보다 철저하게 할 생각이다. 국회가 제기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힘쓰겠다. 우리나라 정치가 새로운 차원으로 발전할 수 있는데 보탬이 되고자 재선에 임하고 있다.

▶ 이 의원은 법대 출신이었는데 학창시절 고시를 치를 생각은 없었나?

- 나는 민주화운동과정에서 몇 차례 피고인 신분이 되었었다. 그 과정에서 법률에 해박해졌다. 그 덕택에 재작년 한나라당 인권위원회 부위원장, 법률지원단장도 했다.

가끔 변론을 하는 현장에 있다보면 변호사가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가끔 한다. 하지만 이제와서 시험을 준비할 수 있겠는가. 단지 내가 갖고 있는 법률지식으로 변호사 못지 않다는 말을 듣는데에 대한 자부심을 갖고 있다.

▶ 정치권에 뛰어든 계기는 무엇이었나?

- 나는 95년에 민자당에 입당하면서 정치를 시작한 것이 아니라 88년에 제1야당이던 통일민주당에 입당하면서 정치생활을 시작했다. 그 당시 민주당 정책실장으로 일을 했었다. 그 뒤 3당 합당에 반대하면서 정계를 떠났다.

당시 정계 입문 동기는 민주화 투쟁을 제도권 속에서 실천을 해야겠다는 생각에서였다. 제1야당에 몸을 담아 입법활동·5공청산 청문회에 기여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당시에는 피선거권이 회복되지 않아 현실정치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지는 못했다.

▶ 이 의원은 그 동안 폭로전에만 치중하지 않았나?

- 그 지적에 대해선 두 가지를 말하고 싶다. 하나는 내가 주요 언론이나 시민단체로부터 의정활동이 우수한 의원으로 해마다 평가를 받고 표창도 받았다는 점이다. 의정활동의 일부만 보고 폭로만 일삼는다는 평가를 내리는 것은 지나치게 단편적으로 평가하는 것이다.

그리고, 나는 내가 하는 일이 폭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는 국민의 알권리를 위해 야당의원으로서 당연한 활동을 수행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국민의 알권리는 야당의원이 적극적으로 의혹을 제기하고 그것을 정부가 해명하는 과정이 없으면 충족되지 않는다.

따라서 폭로라고 보지 말고 의혹제기 내지는 국민의 알권리를 지키기 위한 야당의원의 직무수행으로 평가해주면 좋겠다.

▶ 이의원은 국회에서 통일외교위원회 활동을 하고 있는데 정부의 이번 베를린선언 발표와 관련 대북관계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가?

- 남과 북의 당국간 접촉이 확대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남북간의 교류협력이 확대되는 것은 좋은 일이며 그러한 정책은 꾸준히 추진되어야 한다. 하지만 남북관계를 총선에 악용하거나 정략적으로 이용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발상이다.

또한 북한에 현금을 많이 제공하거나 북한에 일방적으로 끌려다니거나 짝사랑하는 정책은 옳지 않다. 남북간에 상호주의를 철저하게 적용할 수는 없겠지만, 상호주의가 어느 정도까지는 적용되어야 한다.

예를 들면 우리가 많은 현금을 제공했다면 북한이 화학무기금지협정에라도 가입하게끔 하던가, 북한이 최소한 당국간의 대화에 응하게는 만들어야한다. 현재 남북관계의 문제점은 북한이 미국과 흥정하고 현대와 접촉하여 경제적 이득을 취하고는 있지만 한국정부를 철저히 배제하겠다는 원칙에서는 조금도 벗어나 있지 않다. 이런 점을 볼 때 김대중 대통령은 지나치게 일방적이고 시혜적인 대북정책을 함으로써 북한에 잘못된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나는 현 대북정책의 이러한 점을 비판한다.

▶ 최근 지난 71년 서울대생 내란음모사건 당시 같이 연루되었던 김근태 의원이 민주당에서 당권도전선언을 했다. 이 의원의 정치적 포부는?

- 나도 재선이 되면 정치적으로 활동영역도 넓히고 또 정치적 활동의 수준도 한 단계 높이려고 생각한다. 하지만 내가 지금 당장 하고 싶은 일이라면 우리나라 정당을 원내중심정당으로 발전시켜 진실로 민생과 국민을 위한 정책토론이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정치풍토를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의미에서 재선이 되면 주요 당직에도 앞으로 진출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원내총무라든가 기타 원내에서 활발하게 활동할 수 있는 자리에 도전을 하고 그런 과정에서 정치발전에 이바지할 것이다.

▶ 이 의원은 민주화운동, 투옥, 망명, 여당의원, 야당의원을 거치는 등 굴곡이 많은 정치여정을 걸어왔는데 그 중 가장 어려웠던 시기는?

- 고문을 극심하게 당하고 독방에 오래 유폐되어 있을 때가 가장 고통스러웠다. 미국에 망명하여 맨주먹으로 간 후 언제 조국에 돌아갈지 모르면서 살았던 시절 또한 고통스러운 시기였다. 또 현정권 들어 여당의원에서 야당의원이 됐을 때, 주위의 선거구인 영등포·양천·김포에 있던 신한국당 의원들이 여당으로 변절해 당적을 옮겼었다. 그 당시 나 혼자 야당을 지킨다는 것도 매우 어려웠다.

▶ 끝으로 강서 지역 유권자들에게 한마디.

- 우리나라 정치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튼튼하고 건강하고 선명한 대안정당이 있어야 한다. 대안정당이 야당으로 제도로써 정착이 되도록 유권자들이 도와주어야 한다. 그 동안 집권당이 저지른 여러 가지 실정에 대해 국민이 준엄하게 심판을 하고, 대통령의 독선과 전횡에 대해서 강한 경고를 해야한다고 믿는다. 이번 선거에서 강서구 구민들은 서울의 유권자들이 어떤 행동을 해야 하는지를 잘 판단하여 한나라당에 힘을 많이 실어달라는 말을 하고 싶다.

조인스 닷컴=신경진 기자<xiaokang@joins.com>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