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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개월 지나서야 … 곤파스 복구 첫삽 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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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서울 서초구 우면산은 지난해 9월 태풍 곤파스와 집중호우로 큰 피해를 봤다. 남부순환도로 방면 기슭에 있는 유점사·덕우암 약수터 인근 나무가 뽑히고 토사도 유실됐다. 서울시와 서초구는 복구 계획을 세웠지만 실제 공사는 지난 4월에야 시작할 수 있었다. 복구 공사를 착수하는 데만 7개월이 걸린 것이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그 이유는 공사 예산을 확보하는 데 아까운 시간을 흘려보냈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3개월이 지난 지난해 12월 17일에야 재난관리기금 및 예비비로 74억원, 2011년 예산에서 22억원을 편성해 총 96억원을 마련했다. 예산 확보가 늦어지면서 우면산 복구 공사 설계 용역은 지난해 12월 24일 발주했고 설계가 마무리된 것은 3월 26일이었다. 이에 따라 공사는 지난 4월 29일이 돼서야 시작할 수 있었다. 이춘희 서울시 자연생태과장은 28일 “공사가 시급한 곳이나 공사비가 적게 드는 곳은 빨리 시작할 수 있었지만 우면산은 규모가 커 예산 마련이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시작이 늦어지니 장마철 전에 공사를 마무리하긴 어려웠다. 서울시와 서초구는 이달 29일 공사를 끝낸다는 목표를 세웠지만 지난 6월부터 32일 동안 비가 내리면서 공사는 계속 늦어졌다. 현재 공정률은 70%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이 때문에 서울시와 서초구가 장마철 전에 공사를 마무리하지 못한 것은 문제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장마철이 되면 비가 와 공사를 하기 어렵고 기존에 한 공사 현장도 훼손될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복구가 지연되면 산 전체의 지형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나무 뿌리가 땅을 잡고 있는 상황과 맨 흙이 그대로 노출된 상태의 차이는 크기 때문이다. 서일원 서울대 건설환경공학부 교수는 “인간도 한 번 상처 난 곳이 약해지듯이 우면산도 지난해 피해로 많이 약해져 있었다”며 “복구가 빨리 되지 않았고 지반이 딱딱하게 뭉쳐지지 않은 상태였기 때문에 이번 산사태에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일선 담당자들도 예산 확보가 늦어지면서 공사가 장마철까지 지연된 것을 아쉬워하고 있다. 익명을 원한 서울시 관계자는 “장마철이 오기 전에 처리하고 싶었지만 예산 마련 절차가 까다롭고 거쳐야 하는 심의가 많다”며 “이를 지키지 않으면 감사원의 지적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안 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고 말했다.

전영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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