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조현욱의 과학 산책

바이오연료의 역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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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조현욱
객원 과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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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부장

바이오연료는 미래형 청정에너지원으로 꼽혀 왔다. 사탕수수나 옥수수를 발효시킨 바이오에탄올과 식물 씨의 기름을 가공한 바이오디젤 등이 여기에 속한다. 이산화탄소를 덜 배출한다는 장점이 있는 데다 석유가격 급등으로 경쟁력도 커졌다. 2010년 세계 수송용 연료의 2.7%를 차지했으며 세계 31개국에서 휘발유나 디젤에 섞어 쓰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실상은 그리 간단치 않다. 우선, 환경문제가 있다. 옥수수나 사탕수수로 에탄올을 만들려면 트랙터 연료, 비료, 살충제, 트럭 연료, 증류용 연료 등이 필요하다. 이 모두가 연료다. 2002년 미국 농무부에 따르면 옥수수 에탄올 생산에 투입되는 에너지 한 단위당 산출량은 1.34 단위에 불과했다. 그런가 하면 제조 공정에서 오히려 29%의 손실이 발생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그뿐 아니다. 트랙터로 파헤친 토양에서는 산화질소가 방출된다. 이는 이산화탄소보다 300배 강력한 온실가스다. 열대우림도 파괴된다. 미국 환경단체 ‘자연보호(Nature Conservancy)’의 주장을 들어보자. “브라질 미개척지의 토양을 디젤용 콩 재배지로 바꾸거나 말레이시아의 이탄지대를 디젤용 야자유 생산지로 바꾸는 것은 바보짓이다. 이 탓에 배출되는 온실가스는 이들 바이오연료가 화석연료를 대체함으로써 줄어드는 1년치 온실가스의 17~420배에 이른다.”

 유럽연합(EU)은 2020년까지 수송용 연료의 10% 이상을 재생 가능한 연료로 대체한다는 목표를 지니고 있다. 하지만 지난주 EU집행위원회는 장려책이 아니라 규제안을 승인했다. 뒤늦게 부작용을 인식한 조치다. 이에 따르면 바이오연료는 화석연료보다 온실가스를 35% 이상 덜 배출하는 것이어야 하며, 과거 숲이나 습지였던 곳에서 재배한 작물이 원료인 것은 생산도 수입도 금지된다.

 또 다른 문제는 식량 작물이 재배되던 자리를 빼앗는다는 점이다. 국제식량정책연구소에 따르면 2006~2007년 식량 가격이 급등한 책임의 30%는 바이오연료에 있다. 2008년 유엔 식량농업기구는 향후 10년간 이런 일이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문제의 강력한 비판자는 『이성적 낙관주의자』의 저자 매트 리들리다. 그는 “바이오연료 산업은 경제뿐 아니라 지구 환경에 나쁜데도 정부 보조금으로 지탱되고 있다”면서 “이 산업이 미국 정치인들의 목을 움켜쥐고 있는 주된 이유는 대기업들이 로비를 하면서 정치자금을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비판한다. 그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바이오연료는 잘못되고 왜곡된 선택이다.

조현욱 객원 과학전문기자·코메디닷컴 콘텐츠 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