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8·15 전후 남북관계 중대 변화 ? … 청와대, 신중 모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6면

22일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을 계기로 남북 간 비핵화 회담과 북·미 회담 성사 기류가 조성되면서 8·15 광복절을 전후해 남북 관계에 ‘중대한 변화’가 있을 것인지 주목되고 있다. 이미 한나라당 홍준표 대표 등 정치권 인사들은 “남북 관계가 8월 중 중대하게 변할 수 있다”는 ‘기대’를 내놓고 있다. 그러나 청와대는 이 같은 남북 관계의 ‘중대한 변화설’에 대해 ‘신중 모드’를 유지하고 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24일 “남북한 간에 비핵화 회담이 열렸다거나 금강산에서 인도적 지원과 관련한 논의를 한다 해도 이를 남북 관계의 해빙이나 정상회담에 직결시키는 것은 비약”이라며 “다음 달 당장 중대한 변화가 나타나기엔 시기상조인 듯하다”고 말했다. “제비 한 마리가 왔다고 봄이 오는 게 아니다”는 말도 했다.

 청와대는 그간 ‘세 트랙’(남북 간 정치·군사회담, 다자틀 속에서 이뤄지는 비핵화 논의, 대북 인도적 지원)의 대북 접근법을 써 왔다. 남북 간 정치·군사회담에선 천안함·연평도 사건에 대해 북한이 어떤 식으로든 입장 표명을 해야 문제가 풀릴 수 있지만, 다자의 틀에서 이뤄지는 비핵화 논의나 인도적 지원 문제엔 천안함·연평도 사건에 대한 사과를 전제로 달지 않겠다는 것이다. 22일 남북 비핵화 회담에서 천안함·연평도 문제가 의제에 포함되지 않은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남북 정치·군사회담의 경우 천안함과 연평도 사태에 대한 북한의 진지한 입장 표명이 선행돼야만 돌파구가 마련될 수 있다는 청와대의 입장엔 변화가 없다. 남북 정상회담 등이 성사되려면 북한이 질색하는 천안함·연평도 사과 문제에 대한 정리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청와대가 “원칙이 달라진 건 없다”고 말하는 까닭이다.

 주목되는 것은 다자간 비핵화 회담이다. 북한이 우라늄 농축 중단 등의 예비적 조치를 취하는 등 ‘진정한 의지’를 보인다면 6자회담이 재개되는 등 상황이 급진전할 수 있다. 청와대에선 “ 갈 길이 멀다”는 입장이지만 여권 내에선 이를 위해 “강경파 대북 라인을 교체해 북한과 새로운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특히 현인택 통일부 장관의 거취가 논란의 중심에 있다. 벌써 후임에 류우익 전 대통령실장, 권철현 전 주일대사 등이 후보로 거론되기도 한다. 청와대에선 그러나 “이재오 특임장관을 빼곤 아직 유동적”이라는 입장이다.

고정애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