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시 열흘 앞두고 … 고교생 1만7000명 성적 대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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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올 3월 새로 도입된 차세대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나이스)에서 성적 처리 오류가 발견돼 이미 통보된 중·고등학생의 1학기 내신 성적이 다시 산출된다. 학생들의 성적을 전산으로 처리하기 시작한 1997년 이래 이 같은 대규모 성적 오류는 처음이다. 다음 달 1일 시작되는 2012학년도 대입 수시모집 전형을 불과 열흘 앞둔 상황에서 오류가 방치됐다면 대학 입시에도 잘못된 내신 성적이 반영될 수 있었기 때문에 교육 당국에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교육과학기술부는 22일 긴급 회견을 열고 “나이스를 통한 올 1학기 말 성적 처리 과정에서 오류가 발견돼 긴급히 정정 절차를 진행한다”며 “고교는 동점자 처리 절차에서, 중학교는 무단 결시생에게 부여하는 점수 산출 과정에서 오류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교과부 김두연 교육정보화과장은 “나이스는 학교별 기준에 따라 동점자에 대해 석차를 매기는데, 학교별 기준을 적용할 때 컴퓨터의 계산 오차를 보정하지 않아 동점자 분류에 착오가 생겼다”며 “전체 고교생 190만 명 중 약 1%인 1만5000명의 석차가 바뀌고 2000명가량의 석차등급이 변동될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중학교의 경우 무단 결시한 학생에게 점수를 주는 과정에서 오류가 생겨 전국에서 200명가량의 학생이 영향을 받았을 것으로 추산됐다. 교과부 이대영 대변인은 “엄정해야 할 학교 성적이 나이스 오류로 불신을 초래한 데 대해 학생과 학부모, 학교 관계자에게 깊이 사과한다”며 “나이스 프로그램을 보완해 29일까지 성적 재산정 결과를 학생과 학부모에게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성적 오류를 정정하기 위해서는 사실상 전국의 모든 중·고교에서 성적 재검증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번 오류는 교과부에서 발견된 게 아니라 일선 중·고교에서 문제점을 지적하고 나선 것이어서 추가 오류 가능성도 우려되고 있다. 특히 학교에서 문제를 찾아내지 못했다면 대입 수시모집 전형에 그대로 반영됐을 수밖에 없었다. 중학교 오류가 지난 13일에, 고교가 18일에 신고됐는데도 교과부가 22일에야 성적 오류를 공개해 늑장 대처라는 비난도 나온다.

 교육계에서는 교과부가 나이스의 기능을 촉박한 기간에 무리하게 확대하는 바람에 문제의 소지가 컸다고 지적한다. 올 2학기에도 교원능력평가시스템 등이 나이스에 추가되기 때문에 추가 오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차세대 나이스는 교과부가 한국교육학술정보원(원장 천세영)에 발주했고, 삼성SDS가 시스템 개발을 담당했다.

김성탁·박수련 기자

◆나이스(NEIS·National Education Information System)=문서 위주의 교육행정을 디지털화해 효율성과 투명성을 높이자는 취지로 2002년 도입된 교육행정정보시스템. 전국 1만여 개 초·중·고교와 교육청, 교과부가 연결돼 있다. 올 3월 개통된 차세대 나이스는 학교별로 사용하던 서버를 시·도교육청 서버로 통합하면서 과부하가 자주 걸려 교사들의 불만을 사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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