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규 KBS行 '밤바야~' 와 콤비

중앙일보

입력

MBC의 간판 개그맨 이경규(41)가 이번 주 KBS로 옮긴다.

1980년대 중반에 데뷔한 이경규는〈일요일 일요일밤에〉등 MBC의 오락 프로그램에만 주로 출연, 농촌드라마〈전원일기〉 의 '김회장님' 최불암처럼 이경규는 MBC 개그쇼의 트레이드 마크였다.

그가 이번주부터 KBS 2TV〈이경규.심현섭의 나이트쇼〉(매주 금 밤 9시50분)의 진행을 맡는다.

이경규와 공동진행자인 심현섭(31)은〈개그콘서트〉(KBS2)에서 '사바나추장' 으로 나와 '밤바야…' 등 유행어를 히트시키고 있는 10년 밑의 후배다.

방송가에서는 둘의 만남이 순발력(이경규)과 개인기(심현섭)의 조합이라며 앞으로 좋은 하모니를 이룰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주말을 준비하는 금요일 황금시간대를 파고 들어간〈이경규.심현섭의 나이트쇼〉는 이 스타 듀엣의 합세로 경쟁 프로들이 초긴장 상태다.

당장 같은 시간대에 편성된 SBS의〈기분 좋은 밤〉(이영자.박수홍 진행)이 주도권 싸움에 휘말릴 것으로 보인다.

프로그램 외적으로도〈이경규.심현섭의 나이트쇼〉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바로 드라마에서는 열세를 면치 못하지만 오락에서 유독 강세를 보이고 있는 '달리는 말' KBS에 채찍을 가하는 격이기 때문이다.

KBS의〈서세원쇼〉와 〈개그콘서트〉는 20%대의 시청률을 꾸준히 유지하면서 '스테디셀러' 로서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17일 첫회 분은 다분히 SBS의〈기분좋은 밤〉을 의식한 맞대응 전략이 두드러진다.

옛 애인과의 만남을 주선하는 '다시 한번' 코너는〈기분좋은 밤〉 의 '결혼할까요' 와 낯선 사람이냐, 아니냐의 차이일 뿐 닮은꼴이다.

이밖에 남자 대학생들이 출연, 담력과 재치 등을 겨루는 'Mr.유니버시티' 와 스타의 사생활을 탐색하는 '이밤의 스타' 코너가 준비된다.

이번 주에는 가을까지 활동중단을 선언한 가수 조성모의 고별 인터뷰가 나간다.

이경규와 심현섭의 만남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94년 당시 인기절정이던 이경규의〈지금은 특집방송중〉(MBC)의 '개그박스' 코너로 심현섭이 데뷔한 것이다.

이경규는 관록있는 개그맨이지만 심현섭은 갖은 고생끝에 지난해부터 겨우 뜨기 시작한 새내기다.

심현섭은 "서로 부족한 점은 보완하면서 환상의 콤비를 이루겠다" 며 각오를 다졌다.

이경규는 김국진.최훈 등 상대를 가리지 않고 호흡을 맞춰온 콤비플레이의 명수지만 심현섭은 독립된 프로의 간판MC로 활동하긴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을 계기로 이경규가 KBS호를 타게 된 것은 최근 흔들리는 듯 보이던 자신의 아성을 새롭게 하기 위한 포석으로 방송가에서는 해석하고 있다.

이경규는 지난해 가을 일본 유학을 마치고 돌아와 MBC의〈전파견문록〉을 맡았지만 진부한 포맷으로 인해 부진을 면치 못했다.

미국 유학을 다녀온 이홍렬이〈이홍렬쇼〉(SBS)로 건재를 과시하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었다.

그러나 연출자인 양기선PD는 "이경규의 상품성은 아직 녹슬지 않았다" 며 그의 성공적인 재기를 확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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