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수술 뒤 병 재발할까봐 운동 못하세요? 맞춤운동 있지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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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가을 심장혈관이 막혀 스텐트 시술을 받은 이승목(가명·59·서울 강북)씨. 과격한 운동을 조심하라는 의사의 말에 유일한 취미생활인 테니스와 등산을 포기했다. 이씨는 우울증에 빠졌고, 체중은 10㎏이나 불었다. 그는 의사에게 어떤 운동을 하면 좋으냐고 물었지만 걷기 정도의 가벼운 운동을 하라는 말만 들을 뿐이었다. 이씨는 “의사는 어느 정도 강도로, 얼마나 자주, 어떤 종목을 택할지 알려주지 않는다”며 “이대로 가다간 심장병이 재발할까 두렵다”고 말했다.

심장 통증이 있는 한 환자가 운동부하 심폐기능 검사를 받고 있다. 자신의 최대 산소량을 파악해 안전하면서도 적당한 수준의 운동 강도를 설정할 수 있다. [세브란스병원 제공]

수술한 뒤 환자우울증 해소에 도움

이씨와 같은 고민을 하는 사람이 많다. 그동안 한국에서 심장 시술 및 수술을 받는 사람은 연간 5만여 명. 이들의 특징은 수술 후 의기소침해진다는 것이다. 50~60대에 수술을 받았다면 평균 20~30년의 여생을 심장질환이 재발하지 않을까 걱정하며 산다.

 최근 세브란스병원이 심장혈관병원 내에 ‘심장웰니스센터’를 개소했다. 심장수술만 하던 종래 병원 기능에서 수술 후 재활·관리까지 고려한 것.

 심장웰니스센터장 설준희(심장내과) 교수는 “심장과 혈관은 특성상 안 쓰면 굳고, 쓸수록 탄탄해진다”며 “수술 후 심장 재활을 하지 않으면 수술 전보다 몸이 더 나빠질 수 있다”고 말했다.

 같은 센터 강석민(심장내과) 교수도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오래전부터 심장수술 후 재활을 필수과정으로 본다”며 “우리나라도 수술 성적이 상향 평준화됐기 때문에 환자의 심장 재활에 더욱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재활은 크게 두 가지다. 환자의 몸 상태에 맞는 운동법을 알려주는 것과 직접 심장을 재활하는 것이다.

 정확한 운동을 처방하기 위해선 정밀한 사전검사가 필수. 먼저 운동 부하 심폐기능 평가를 한다. 심전도·혈압측정기·호흡기를 달고 트레드밀(러닝머신)에서 걷기운동을 시킨다. 강도를 점점 높여가며 심장질환자가 어느 순간에 힘들어하는지 파악한다.

 설 교수는 “사람마다 운동 시 필요로 하는 최대 산소량이 다르다. 노약자나 심장질환자가 운동을 하다 심장에 무리가 오는 것은 자신의 최대 산소량을 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근력검사를 한다. 심폐기능은 좋아도 다리 근육이 받쳐주지 않으면 운동을 하기 어렵다. 특수 근력측정기(BTE)를 이용해 다리를 펴는 근육과 굽히는 근육의 힘을 측정한다. 이들 근육의 힘이 6대 4 정도가 돼야 걷기운동을 잘 할 수 있다.

 3D로 몸 전체를 스캔 하는 검사도 한다. 좌우 다리 길이가 같은지, 골격이 삐뚤어지지 않았는지 등을 살핀다. 그 밖에 균형 능력을 측정하고, 체성분 인바디 검사를 통해 신체의 부족한 부분을 점검한다.

 이런 과학적인 검사 결과를 바탕으로 심장에 무리가 가지 않으면서도 심·혈관기능을 향상시키는 운동법을 알려준다. 설준희 교수는 “병원에서 알려준 방법대로 센터 또는 집에서 운동하면 된다. 이후 몇 개월에 한 번씩 재검사를 받으면서 운동량을 늘려나가면 일반인과 똑같이 운동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혈액량 늘려 심·혈관 세포 재생시키는 방법도

외부의 압력을 이용해 심장혈관을 재생시키는 재활치료도 한다. EECP(Enhanced External Counterpulsation Therapy)는 허벅지와 종아리 앞뒤 부분을 6개의 압박대로 에워싼 뒤 그 속에 공기를 불어넣어 발생하는 압력으로 혈관을 치료한다. 심장혈관이 노화돼 외과수술을 할 수 없을 때, 또는 심장수술 후 심장운동과 혈관 재생이 필요할 때 사용한다.

 심장이 이완돼 있을 때는 다리를 압박해 혈류를 위로 올라가게 한다. 반대로 심장 수축 시에는 압력대의 공기를 빼 하반신으로 오는 혈류량을 늘린다.

 강석민 교수는 “혈액이 경색된 혈관을 돌면서 새로운 세포를 생성시키고, 경색된 부위를 부드럽게 해주는 것 ”이라고 말했다. 미국 피츠버그대학병원에서 EECP로 치료받은 75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81%가 협심증의 심한 정도가 한 단계씩 내려갔으며, 지속 효과는 1년 75%, 2년 73%, 3년은 74%였다. 강 교수는 “한 번 치료 후 15~20시간만 지나도 환자의 가슴 통증이 없어지는 경우가 많다. 하루 1시간씩 주 5회, 7주에 걸쳐 35회 이용하면 눈에 띄게 효과가 나타난다”고 말했다.

배지영 기자  

세브란스 심장웰니스센터=심장재활·심장능률증진·심장검진클리닉으로 구성돼 있다. 심장재활클리닉에서는 심혈관 질환자를 대상으로 실행 가능한 운동 강도를 설정하고, 점진적으로 운동 수행능력을 향상시킨다. 심장능률증진클리닉은 일반인을 대상으로 심폐기능과 신체 구성을 측정한다. 국내 최초 신체 디자인 개념을 도입해 신체 각 부위 통증 원인도 파악하고, 이를 해결하는 디자인 운동을 제시한다. 심장검진클리닉에서는 심장기능 평가를 통해 질환을 조기에 찾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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