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국악원 기획공연 '아리랑 엮음'

중앙일보

입력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를 넘어간다 나를 버리고 가시는 님은 십리도 못가서 발병난다' .

전국적으로 3천개가 넘는 '아리랑' 가운데 제일 많이 불리는 노래다. 누구나 이 곡을 전래민요라고 생각하지만 실은 춘사 나운규의 영화 '아리랑' 의 주제곡이다.

원 아리랑에서 일부를 차용했지만 '나를 버리고…' 부분은 순전히 나운규가 직접 가사를 붙인 창작품이다. 한마디로 신민요인 셈이다.

이처럼 우리가 모르던, 혹은 단편적으로만 알고 있던 아리랑의 모든 것을 알려주는 자리가 있다. 16일 오후 7시30분 국립국악원 우면당에서 펼쳐지는 국립국악원 기획공연 '아리랑 엮음' 이다. 02-580-3300.

이번 공연에서는 흔히 3대 아리랑으로 손꼽는 '정선아리랑' (강원도) , '진도아리랑' (전남) , '밀양아리랑' (경남) 을 비롯해 전국적으로 불리는 다양한 아리랑 노래를 경기대 김헌선(국문과) 교수의 해설과 함께 들려준다.

아리랑의 어원이나 유래에 대해서는 학자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하지만 우리 민족 정서를 대변하는 대표적인 구전민요임에는 틀림없다.

조지 윈스턴이나 산타첼로 등 최근 내한 공연을 가졌던 외국연주가들이 연주곡목에 포함하고 국내에서 발매되는 음반에 삽입할 만큼 아리랑은 한국을 상징하는 노래로 널리 알려졌다.

뿐만 아니라 미국 작곡가 챈스의 '관악협주를 위한 아리랑 변주곡' 은 국내외에서 자주 연주돼 이제 '아리랑' 은 국제적 지명도까지 갖고 있다.

하지만 정작 우리 나라 사람들 가운데 아리랑에 관해 잘 아는 사람은 별로 없다.

'날좀보소 날좀보소' 로 시작되는 경쾌한 가락 덕분에 핸드폰 벨소리로 사용되는 '밀양아리랑' 이나 '아리아리랑 스리스리랑 아라리가 났네' 의 꺾이는 음이 절묘한 '진도아리랑' 말고는 가사조차 낯설 정도다. 그렇다보니 아리랑의 참맛을 아는 사람도 많지 않다.

누가 처음 노래를 시작했는지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모든 아리랑 노래는 전설이 있다. 아우라지 강을 사이에 두고 사랑을 나누는 처녀총각의 사랑이야기인 '정선아리랑' , 밀양 부사의 딸 아랑에 얽힌 이야기인 '밀양아리랑' , 한 총각을 사랑하는 두 처녀의 애틋한 사랑을 노래한 '진도아리랑' 등 이에 얽힌 얘기는 듣는 이가 더욱 노래에 빠져들 수 있도록 도와준다.

중요무형문화재 제57호 경기민요 보유자인 이춘희 명창과 강원도 무형문화제 제1호 정선아리랑 보유자인 유영란 명창 등이 출연해 경기소리.서도소리.남도소리로 나뉘는 다양한 아리랑을 들려준다.

또 여러 지역의 아리랑을 현대감각에 맞게 개량악기 25현금과 18현금 이중주로 편곡한 기악곡 '아리랑엮음' (황의종 편곡) 도 색다른 감상의 기회를 준다.

국내에서 듣기 어려운 북한 지역 아리랑과 연변 아리랑은 음반으로 감상하게 된다.

이번 공연은 한 주제의 음악회를 뛰어넘어 점점 사라져가는 민족 정체성과 동질성을 찾아볼 수 있는 무대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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