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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학파라치’로 2억원 벌게 하는 교육 정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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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정부가 ‘사교육과의 전쟁’을 선포하면서 꺼내 든 칼 중 하나가 ‘학파라치제(불법 학원 신고포상금제)’다. 학원을 사교육의 ‘원흉’으로 보고 일반인·학부모까지 끌어들여 학원 불법·편법 행위를 신고하게 하고 포상금을 준 것이다. 이달로 시행 2년을 맞는 동안 1232명이 34억원의 포상금을 받았다고 한다. 포상금만으로 억대 연봉자 반열에 오른 사람도 적잖다. 경기도 분당에 사는 30대 주부는 지난 2년간 학파라치 활동으로 2억원을 벌어 개인 최고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학원이 무등록 영업을 하거나 수강료 초과징수, 교습시간 위반 등의 불법 영업을 할 경우 단속해야 하는 건 당연하다. 그러나 그건 교육 당국의 몫이다. 그런데도 단속인력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학파라치’까지 동원한 건 아무래도 모양새가 좋지 않다. 학파라치 활동은 학생을 미행하고, 학원에 들어가 학부모로 위장해 상담을 하거나 학원 앞에서 잠복을 하는 게 기본이다. 학원도 엄연히 교육의 영역인데 불신과 밀고 풍토를 조장하는 비교육적 행태가 벌어지는 셈이다. 그런 분위기가 학생들에게도 교육적으로 바람직할 리 없다.

 학파라치제가 학원 단속의 실질적 보완 효과가 있는지도 의문이다. 입시학원이나 영어·수학 등 교과목 학원의 불법 영업 같은 대어(大魚)는 못 잡고 예체능 학원이나 성인용 교습소 같은 피라미만 잡는다는 지적만 해도 그렇다. 변죽만 울리고 있다는 얘기다. 학원이 이웃 건물을 빌려 독서실로 등록하고 사실상 교습시간을 연장하거나 오피스텔에서 고액과외를 하는 등 신종 편법행위에도 속수무책이다.

 학원을 직접 규제해 사교육을 줄이는 데는 한계가 있다. 더군다나 비교육적 방식인 학파라치제가 해법이 될 수는 없다. 그런데도 정부는 오히려 법제화를 통해 학파라치제를 강화할 태세다. 이는 세금 낭비요, 번지수를 잘못 짚은 것이다. 사교육은 교육 수요자의 욕구를 충족해 주지 못하는 공교육의 부실이 초래한 결과가 아닌가. 정부는 공교육을 강화해 사교육 수요 자체를 줄이는 방향으로 사교육과의 전쟁을 끌고 가는 게 정도(正道)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