촉매 구멍 일정한 ‘꿈의 제올라이트’ 합성 성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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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가솔린과 플라스틱 원료 등을 생산하는 석유화학 공정에서 생산성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이 촉매다. 촉매는 화학 반응이 빠르게 일어나도록 하는 역할을 한다. 그중에서도 제올라이트는 ‘촉매의 제왕’이다.

 제올라이트 연구자들의 꿈은 제올라이트의 구멍이 너무 작지도 크지도 않는 중간 크기이면서 규칙적으로 뚫려 있게 만드는 것이었다. 그래야 화학반응이 아주 잘 일어나기 때문이다.

 국가과학자인 KAIST 화학과 유룡(56·사진 왼쪽) 교수는 나경수(29·사진) 박사와 함께 그런 꿈의 제올라이트를 합성하는 데 성공했다. 연구 성과는 세계적 학술지 사이언스 15일자에 발표됐다.

 기존 제올라이트는 덩어리 내부에 무수히 많은 구멍이 있지만 그 지름이 1나노미터(㎚, 1㎚는 10억분의 1m) 이하로 너무 작다. 그래서 화학 물질의 분자가 확산되는 속도가 느렸다. 화학반응도 느려질 수밖에 없었다. 교통망으로 치면 좁은 골목길만 있어 교통 체증이 심각한 형국이다.

 반면 구멍을 너무 크게 만들면 화학반응이 제대로 일어나지 않는다. 중간 크기의 구멍을 규칙적으로 만드는 게 필요했다.

 현재 제조되는 제올라이트는 200여 종. 그러나 합성의 어려움으로 중간 크기의 구멍이 규칙적으로 나 있도록 만들지 못했다. 유 교수팀이 2009년 2차원 형태의 구멍 지름 2㎚의 제올라이트를 합성했을 뿐이다.

 연구팀은 이번에 2~50㎚의 구멍이 규칙적으로 배열돼 있는 제올라이트를 합성했다. 교통망에 비유하면 좁은 도로와 넓은 도로가 유기적으로 연결돼 교통 흐름을 원활하게 하는 것이다. 그 구멍을 현미경으로 확대해 보면 안정된 입체 벌집 형상이다. 지금까지 전혀 볼 수 없었던 구조이기도 하다.

 유 교수는 “반응물질의 분자 크기가 커서 기존 제올라이트를 적용하기 어려웠던 화학공정에도 이번에 개발한 제올라이트를 사용할 수 있으며, 고성능 촉매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방주 과학전문기자

제올라이트(zeolite)=지구상에 풍부한 실리카(모래의 주성분)와 알루미늄으로 이뤄진 광물. 그 속에 작은 분자들이 드나들 수 있는 극히 작은 구멍이 규칙적으로 무수히 많이 뚫려 있다. 가솔린 생산 등 석유화학 공정에 널리 쓰인다. 석유화학 산업에서 사용하는 고체 촉매의 40%를 제올라이트가 차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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