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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천역 → 여수역 바꾸면 더 혼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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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전남 여수시와 여천시·여천군 등 이른바 삼려 (三麗)가 하나로 묶여 여수시로 출범한 게 1998년 4월이다. 3개 시·군은 여수시로 통합은 됐으나 지역색은 남았다. 이 를 상징적으로 보여준 게 두 개의 기차역 이름이다. 여수시내에선 13년 넘게 ‘여수역’과 ‘여천역’이 병존했다. 여수를 찾는 외지인들은 행정구역과 다른 두 개의 역 이름 때문에 헷갈렸다.

 여수시가 내년에 열리는 세계박람회에 앞서 역 이름을 바꾸기로 한 이유다. 박람회엔 국내외에서 1000만명이 찾을 것으로 추산된다. 한국철도공사는 이 같은 시의 요청을 받아들여 지난달 17일 역명 심의회원회를 열어 ‘여수역’은 ‘여수엑스포역’으로, ‘여천역’은 ‘여수역’으로 각각 변경하기로 했다. 역명 변경은 9월 전라선 KTX 개통에 맞춰 이뤄진다. 시는 이번 주 중 교체 비용을 조사하고 교체 작업에 들어갈 예정이었다.

 문제는 최근 여수시의회가 홍보 부족에 따른 승객 혼란을 이유로 제동을 걸고 나서면서 불거졌다. 시의회는 11일 ‘여수 역명 명칭 변경 반대’ 결의문을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여수시가 역명 변경에 반대하는 여론 수렴 작업을 소홀히 한 데다 시의회와 협의조차 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시의회는 결의문에서 “역명 변경과 관련된 예산을 세우는 데 협조하지 않겠다”고 주장했다. 또 철도공사에 역명 변경 심의·의결을 유보해 줄 것을 요청하기로 했다. 역명을 바꾸더라도 여수박람회 개최 이후에 해달라는 거다. 고효주 여수시의원은 “엑스포 개최를 위해 모든 시민의 역량을 결집해도 모자랄 판에 여수시가 실효성이 떨어지는 사업을 강행해 여론을 분산시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여수시는 계획대로 역명 변경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여수역의 경우 엑스포 사업구역에 포함돼 있으므로 박람회장과 연계되도록 역 이름을 바꿔 주는 게 혼선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역명 변경 과정에서 ▶시민 공청회 ▶시민과 대화 ▶여론조사 등 여론 수렴 과정을 거쳤다고도 했다. 5월 여론조사 기관에 맡겨 실시한 설문 조사에선 응답자의 65.1%가 역명 변경에 찬성했다고 시는 밝혔다. 한 여수시 간부공무원은 “적법한 절차를 거쳐 역명 변경이 확정된 상황에서 철회하라니 난감하다”며 “이제는 엑스포 개최를 위해 마음을 한 곳으로 모아야 할 때다”고 말했다.

최경호 기자

◆KTX 전라선=전북 익산~ 전남 여수 187.9㎞ 구간을 운행하는 고속열차. 9월30일 개통되면 서울에서 여수까지의 운행 시간이 3시간18분으로 단축된다. 현재는 새마을호 열차로 5시간13분이 걸린다. 여수세계박람회 기간 동안 132만여 명이 이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당초 전 구간을 복선 철도로 만들 예정이었으나 여천역까지만 복선화 공사가 진행 중이다. 여천역~여수역 9.5㎞ 구간은 단선으로 운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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