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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r&] 비욘세 … 음악 마술 제4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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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7면

매끈한 목소리는 사람을 압도할 수 있다. 야릇한 몸짓도 사람의 마음을 훔칠 수 있다. 대개 보컬이나 댄스 가운데 하나만 특출해도 잘나가는 가수 대열에 포함된다. 그러나 종종 세간의 기준을 뛰어넘는 이들이 있다. 목소리와 몸짓이 도무지 분리될 수 없는 뮤지션들이다. 폭발적인 가창력에다 빈틈없는 춤 실력까지 갖춘 이들이다. 이런 가수들에겐 어김없이 ‘세계적인 아티스트’란 꾸밈말이 붙는다.

미국 팝스타 비욘세(30)는 뒤의 경우다. 비욘세를 ‘세계적인 아티스트’라 부르는 걸 주저할 이가 있을까. 사실 1997년 그룹 데스티니스 차일드 멤버로 데뷔할 때부터 2003년 이후 솔로 활동에 이르기까지 그는 차근차근 세계 정상급 뮤지션으로 성장해 왔다. 하지만 비욘세를 창조적인 아티스트라 부르기에는 조금 망설여진다. 그는 사운드를 창조하기보다 이미 존재하는 음악을 제대로 뒤섞을 줄 아는 뮤지션이다. 그러니까 파격적인 재료로 세상에 없는 요리를 만들어내는 게 아니라, 이미 만들어진 여러 요리를 뒤섞어 맛깔나는 퓨전 음식을 만들어내는 편이다. 그는 스스로를 “무언가 창조하는 사람이 아니라 좋아하고 이끌렸던 세상의 음악을 섞는 사람”이라고 말한다.

그런 그가 최근 4집 앨범 ‘4(포)’를 발매했다. 이번에는 어떤 매력적인 ‘음악 음식’을 차려놓았을까.

글=정강현 기자, 사진=소니뮤직 제공

세계 언론 공동 e-메일 인터뷰

비욘세의 네 번째 정규앨범은 당차다. 재킷엔 ‘BEYONCE 4’라고만 적혀 있다. 비욘세의 네 번째 앨범이란 뜻이다. 그게 전부다. 비욘세가 네 번째 앨범을 발표했다. 그런데 또 다른 설명이 더 필요한가, 하고 묻는 것 같다.

틀린 말은 아니다. 대체 무슨 대단한 말이 있어서 구차한 설명을 덧붙이겠는가. 요즘 비욘세의 이름은 마돈나나 마이클 잭슨 옆에 놓는다고 해도 어색할 게 없어 보인다. 그래서 당차다. 전 세계적으로 앨범 1억3000만 장을 팔아 치운 이 여자 가수는 자신의 이름 석 자만으로도 이미 충분한 존재감을 확보하고 있다.

그래도 여전히 미심쩍으신가. 그렇다면 비욘세에 대한 유명인의 평가를 살짝 엿보자.

먼저 팝의 전설 스티비 원더의 말이다. “다양한 면을 보여주면서도 우아함을 잃지 않는 아티스트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부인 미셸의 평가도 있다. “비욘세는 많은 여성들의 롤모델이 된 자랑스러운 사람이다.” 그 가운데서도 전설의 록밴드 U2의 보컬리스트 보노의 평은 압도적이다. “비욘세는 전 세계를 향해 영원불멸의 노래를 부르고 있는 가수다.”

거듭 말하지만, 비욘세는 목소리와 몸짓을 분리하기 힘든 아티스트다. 카니예웨스트 등 유명 프로듀서들이 빚어놓은 음악을 무대에서 내지를 때, 비욘세의 가치가 제대로 빛난다. 그는 목소리의 힘에서 브리트니 스피어스를 압도하고, 레이디 가가에게 결핍된 ‘격(格)’을 갖추고 있다.

이번 4집 앨범은 비욘세 특유의 발라드 감성과 댄스 비트를 적절히 뒤섞은 음반이다. 모호한 사운드 대신 발라드는 더 끈끈하게, 댄스는 더욱 화끈하게 빚어냈다. 잔잔히 시작하지만 록과 R&B와 팝을 뒤섞은 전개를 보여주는 첫 곡 ‘1+1’부터 강렬한 댄스곡 ‘런 더 월드(걸스)’에 이르기까지 비욘세의 목소리를 통해 그의 몸짓을 상상할 수 있는 음악으로 빼곡하다.

그는 전 세계 언론과의 공동 e-메일 인터뷰에서 “(4집을 만들면서) 마치 미친 과학자처럼 새로운 것을 만들기 위해 이것저것 실험을 한다는 게 신이 났다”고 밝혔다.



-이번 앨범에서 비욘세의 음악이 진화했다는 느낌을 받았는데요.

“이전의 음악과 앨범보다 훨씬 더 대담해진 것 같습니다. 제가 더 성숙하면 성숙할수록, 더 많은 경험을 할수록 저에겐 더 많은 이야기가 생겨나거든요. 무엇보다 앨범에 실릴 곡이 명곡으로 남을 수 있도록 집중했어요. 오래 기억에 남을 수 있는 곡들, 제가 마흔이 되어도 부르고, 예순이 되어도 부를 수 있는 곡이 되도록 노력했죠. 모두 70곡을 녹음한 다음 12곡을 추려냈어요.”

-앨범 발표에 앞서 1년간 휴식했는데 어땠나요.

“제 인생 최고의 한 해였을 거예요. 가족과 시간을 보내고 조카를 학교에 데려다 주고, 제 침대에서 잠을 자고, 제 사무실을 꾸몄어요. 잘 쉬었다는 생각이 들고 개인적인 시간이 정말 필요하다는 것을 배웠죠.”

-당신 같은 스타는 어떻게 탄생한다고 생각하나요.

“스타는 스타로 태어나는 것 같아요. 저는 지금 하는 일을 하기 위해 태어났어요. 저는 우리 모두가 스타가 될 수 있는 요소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해요. 다만 각자 가지고 있는 요소가 무엇인지 알아야 하고, 삶에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제가 지금 이 자리에 있을 수 있는 것도 좀 더 일찍 제가 해야 할 일을 깨달았기 때문이라고 봐요.”

-히트곡을 미리 예감하는 편인가요.

“잘 모르겠어요. 어떤 때는 노래를 발표하고 라디오에서 노래가 나올 때까지 히트를 기록한 건지 전혀 알 수가 없어요. 그저 좋아하는 음악을 하고 사람들이 그 노래를 좋아해 주길 바랄 뿐이죠.”

-여성들의 자유나 아름다운 몸매에 대한 노래 등이 많았는데요.

“저는 여성들을 위한 여성 뮤지션이에요. 여성들은 서로를 가르치고 또 서로에게 많이 배울 수 있다고 믿거든요. 전 언제나 여성이 얼마나 이타적인 존재인지에 대해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여성들의 유대감을 돈독히 하고 여성들에게서 가장 많은 것을 이끌어내는 노래를 부르고 싶어요.”

-이제 30대로 접어들었는데 두려움 같은 건 없나요.

“서른 살이 된다는 건 매우 흥분되는 일이에요. 사람들이 30대가 된다는 것 때문에 겁을 먹고 두려워한다는 것이 잘 이해가 가지 않아요. 제 친구들이 대부분 저보다 나이가 많아서 이렇게 느끼는 건지도 모르겠네요. 전 언제나 젊다고 느끼고 있어요. 한 살을 더 먹을수록 제가 더 현명하게 성장할 것이 몹시 기대가 됩니다. 서른, 정말 최고의 나이에요. 여자이면서도 아직 젊으니까요.”

글=정강현 기자, 사진=소니뮤직 제공

비욘세 지젤 놀스(Beyonce Giselle Knowles)

-출생

1981년 9월 4일 미국 휴스턴

-데뷔

1997년 3인조 R&B 걸그룹 데스티니스 차일드

2003년 솔로로 전향

-정규 앨범

2003년 ‘데인저러슬리 인 러브(Dangerously in Love)’

2006년 ‘비 데이(B’Day)’

2008년 ‘아이 엠 사샤 피어스(I Am... Sasha Fierce)’

2011년 ‘4’

-영화

2003년 ‘파이팅 템테이션스’

2006년 ‘드림걸스’

2008년 ‘캐딜락 레코드’

[시시콜콜] 4는 행운의 숫자?

비욘세·남편 모두 4일이 생일, 결혼식 4월 4일 4시에, 4집 앨범 제목도 ‘4’

비욘세의 4집 앨범(사진)의 타이틀은 숫자 ‘4’다. 그의 네 번째 앨범이기 때문에 ‘4’를 붙인 건 분명하다. 하지만 숫자 ‘4’의 의미는 그리 단순하지가 않다. 비욘세는 “유독 4와 관련된 특별한 일이 많은 편이다. 평소 4를 행운의 숫자로 생각해 왔다”고 했다.

이를테면 비욘세 개인사에서 숫자 ‘4’는 이런 인연들과 관계가 있다. 비욘세는 남편인 힙합 가수 제이 지와 2008년 4월 4일 오후 4시에 제이 지의 아파트에서 결혼식을 올렸다. 남편 제이 지가 1969년 12월 4일에 태어났고, 자신이 1981년 9월 4일에 태어난 것에서 착안해 숫자 4가 일렬로 나열되는 4월 4일 4시를 택했다고 한다. 그뿐 아니라 비욘세의 엄마 생일도 1월 4일이라고 한다. 게다가 남편 제이 지가 운영하는 댄스 클럽의 이름도 ‘40/40’이다. 묘하게도 모두 숫자 4가 포함돼 있다.비욘세의 행운의 숫자가 통한 것일까. 이번 4집 앨범은 발매 1주일 만에 미국에서만 무려 31만 장이 팔렸다. 이달 9일 발표된 빌보드 앨범 차트에서도 당당히 1위에 올랐다. 비욘세가 2003년 솔로로 데뷔한 이후 발표한 4장의 정규앨범 전체가 빌보드 차트 1위를 기록한 것이다. 이로써 비욘세는 브리트니 스피어스에 이어 발매된 4장의 정규앨범을 연속해서 빌보드 차트 1위에 올린 두 번째 여자 가수로 기록됐다. 비욘세는 “4일에 일어난 특별한 일들이 많아서 ‘4’는 내게 항상 의미 있는 숫자였다. 가끔 라스베이거스 카지노에서도 4와 관련한 숫자로 돈을 따기도 했다. 이번 앨범에 ‘4’를 타이틀로 사용한 것도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숫자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정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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