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노 2집 음반 낸 '모하비'

중앙일보

입력

귓바퀴를 빨아들일 듯 질퍽대는 전자음. 진통제처럼 퍼져나가는 몰입감을 거부하긴 힘들다.

전곡을 테크노로 채워낸 데뷔음반 '잡동사니〓타나토스' 로 3년전 화제를 뿌렸던 뮤지션 모하비가 막 내놓은 2집은 이렇게 환각적이면서도 인간미 넘치는 사운드를 들려 준다.

테크노 특유의 차가움 대신 아날로그 템포와 정서가 두드러진다.
디지털 악기에 둘러싸인 테크노 뮤지션들이 놓치기 쉬운 따스하고 한국적인 맛을 십분 살려냈다. 산울림의 명곡을 리메이크한 '내 마음은 황무지' 와 '트랜지스터' 는 그 대표격이다.

모하비 본인이 어릴적 '백판(무허가 복제음반)' 을 찾아 헤매던 서울 황학동 고물시장의 느낌을 표현한 곡들이다. 오래전부터 갖고 싶었던 음반을 산 뒤 어묵을 한입 베어 물던 행복한 기억과 그때 하늘에 깔리던 노을을 그렸다.

'이왕표 군단 파트1, 2' 역시 어릴적 즐겨보던 프로 레슬링 스타들을 추억한다. 김덕수 사물놀이를 샘플링한 '오늘산 리듬/후회하길 바래' 도 비슷하다.
이 노래들은 테크노의 이질적인 느낌을 덜어주는 친화력을 가졌다.

그러나 좀더 귀에 들어 오는 곡은 프로그레시브와 아트록에 영향 받은 모하비만의 팝적인 성향을 살린 곡들이다.

영화 '메트로폴리스' 에 등장하는 여성 로보트를 모델로 한 '진주 공주' 는 로보트의 요염하고도 차가운 느낌을 진주 보석의 질감으로 연결시킨 심미적인 곡이다.

7분이 넘는 대곡으로 액체처럼 질척질척한 몽환적인 리프가 듣는 이를 빨아들인다.

퓨전 재즈적인 기타 연주와 댄스 비트를 접목시킨 '올리브 트랜스' 도 맛이 짭짤하다.

올해 스물 여덟인 모하비는 다른 뮤지션과 어울리지 않고 집에서 홀로 음악을 만들어온 '원맨 밴드' . 대학에서 독문학을 전공한 그는 자기 음악에 대한 해설도 철학적이다.

기계음악 테크노가 왜 가장 인간적인지 설명하는 대목은 그럴 듯하다. "기계는 인간을 앞서는 것같지만 결국 인간에 굴복한다.
끝없이 업그레이드 되며 버려지는 컴퓨터들을 보라. 그 버려진 기계는 바로 인간의 영혼이며 테크노는 그것이 부르는 노래다. "

음반은 단점도 있다.

타이틀곡 '달려라 요요' 는 대중적이지만 실망스럽다. 쉽고 명료한 멜로디와 1980년대풍 신디사이저 편곡이 특징이지만 전체적으로 밋밋하며 비어있는 느낌이다. '내마음의 황무지' 역시 원곡의 카리스마에는 처지는 감이 든다.

그렇더라도 테크노란 장르의 깊고 다양한 무늬를 느껴보기에는 부족함이 없는 음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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