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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중 접근” MB 한마디에 ‘병원 주식회사’ 올스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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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제주는 안내판만 제주헬스케어타운 부지에 무단 경작을 금지하는 안내판이 설치돼 있다. 부지에는 소나무·고사리 등이 무성했다. [김도훈 기자]


“안 그래도 여러 가지 현안이 많으니 예민하고 민감한 사안인 만큼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시간을 갖고 논의하라.”

 기획재정부 윤증현 전 장관과 보건복지부 전재희 전 장관이 투자개방형(영리) 병원을 두고 대립하자 2009년 12월 이명박 대통령은 이렇게 주문했다. 사실상 전 장관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현 정부에서 투자병원 논의는 그때 끝났다”고 말했다. 그 이후 정부 내 논의는 일절 없었다.

 김대중·노무현 정부가 깃발을 올리고 이명박 정부가 가로막고 있는 셈이다. 이명박 정부는 2009년 1월 미래 한국을 이끌 17대 신성장동력의 하나로 ‘글로벌 헬스케어’를 선정했다. 하지만 이를 위한 핵심 장치인 투자병원에는 소극적이다. 이유는 2008년 광우병 촛불정국의 트라우마(외상) 때문이다.

 그래서 타협한 대안이 경제특구와 제주다. 한정된 지역에서 시행해보고 확대할지를 결정하자는 것이다. 하지만 야당과 시민단체들은 “여기서 뚫리면 전국으로 확산될 것”이라고 반대한다. 8월 임시국회에서 관련 법률이 통과하더라도 제주는 2013년, 송도는 2016년에야 투자병원 문을 열 수 있다. 시범사업 기간을 감안하면 향후 5~10년 안에 다른 지역에 투자병원이 들어서는 게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송도나 제주 투자병원 관련 법률안은 3개다. 송도의 경우 한나라당 황우여 의원이 2008년 11월 투자병원 설립 절차를 담은 법률을 대표 발의했다. 국회 보건복지상임위원회에서 꼼짝하지 않자 경제부처 주도로 같은 내용을 담은 법률이 국회 지식경제위원회에 제출됐지만 이 역시 마찬가지 신세다. 복지위원회 계류 법안은 6월 국회에서 논의도 안 됐다.

 서울대병원 성명훈(이비인후과 교수) 국제사업본부장은 “그래도 참고 추진해 왔는데 이제 지쳤다. 우리 의료의 미래가 상당히 비관적”이라고 말했다. 서울대병원은 2009년 미국 존스홉킨스병원과 송도 투자병원 설립 양해각서(MOU)를 체결했으나 국회에서 법이 처리되지 않는 바람에 무산된 상태다.

 의료특구에 투자병원을 허용하는 제주특별자치법 개정안도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 묶여 있다. 그동안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가 일본 의료법인 의진회·NK바이오, 미국 필라델피아 9개 병원 연합체(PIM-MD), 북대청조그룹·엔지니스 등 4개 그룹과 투자병원 설립 양해각서(MOU)를 체결했지만 다 물거품이 됐다.

 특히 지난해 6월 재미동포 치과의사가 주축이 된 ‘스템스USA’가 투자병원 설립 신청을 했으나 허가를 받지 못했다. 허지웅 전 스템스USA 기획이사는 “5층 건물을 사서 리모델링까지 했지만 (제주 측이)너무 까다로웠다. 현 도지사(우근민 지사를 지칭)가 있는 한 안 될 것 같다”고 말했다.

◆특별취재팀=신성식 선임기자, 박유미 기자, 첸나이=강신후 기자, 베이징·방콕=장세정·정용환 특파원, 윤지원 인턴기자(세명대 저널리즘스쿨 대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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