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view &] 관광수지 적자 이대로 방치할 건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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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이동근
대한상공회의소 상근부회장

지루한 장마가 끝나면 본격적인 휴가철이 돌아온다. 벌써부터 들뜬 마음으로 휴가 계획을 세우는 이들도 적지 않을 것이다. 직장인들에게 여름휴가는 그동안 바쁘게 지냈던 날들을 돌아보고 재충전하는 귀한 시간이다. 예전에는 여름휴가라고 해도 2, 3일 정도 집에서 쉬거나 가족끼리 교외로 나들이 가는 정도였다. 그러던 것이 요즘에는 한정된 휴일을 전략적으로 잘 쓰기 위한 ‘휴(休)테크’라는 말까지 생겨날 정도로 그 가치가 높아졌다. 삶에 있어 휴식의 중요성이 그만큼 커졌기 때문일 것이다.

 올해도 어김없이 많은 사람이 해외에서 여름휴가를 보낼 것이라고 한다. 항공·여행 업계는 이번 휴가철의 출국자 수가 지난해보다 10% 정도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이 탓에 올해 관광수지 적자 규모는 지난해보다 30% 이상 늘어난 약 45억 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한다. 그런 만큼 올해는 우리나라의 아름다운 명소를 둘러보면서 동시에 부진한 내수를 살리는 데도 도움이 될 수 있도록 국내 휴가 계획을 세워보는 것은 어떨까.

 사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국내 여행에 대한 인식은 부정적이었다. 갈 만한 곳도 별로 없고, 막상 간다 해도 교통 정체와 편의시설 부족, 호객 행위와 바가지요금 때문에 기분이 상하는 일이 적지 않았다. ‘노는 게 고역’이란 말이 생겼을 정도이니 말이다. 그러나 요즘은 많이 달라졌다. 각종 TV 프로그램과 여행 서적을 통해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았던 명소들이 하나둘 공개되고 있다. 정보기술(IT) 강국답게 스마트폰 등으로 쉽게 관광 정보나 서비스를 접할 수 있어 더욱 편리한 여행이 가능해졌다.

 관광 인프라도 크게 개선됐다. 곳곳마다 가족이나 친구 단위로 머물 수 있는 깔끔한 숙박시설이 많아졌다. 또 주말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의 영향으로 캠핑족을 위한 시설도 이전보다 쉽게 찾아볼 수 있게 됐다. 고속도로가 확장 개통되고 KTX 등이 운행하면서 교통 여건도 좋아졌다. 지방자치단체에서도 관광지를 조성하고 정비하는 데 여러 노력을 기울이는 한편 특화된 지역 관광상품을 내놓고 있다.

 많은 전문가가 우리 경제의 불안요인으로 지나친 대외의존형 체질을 지적한다. 실제로 지난해 우리 경제에서 수입·수출 등 대외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이 국내총생산(GDP)의 85% 수준을 넘어섰다. 자원이 부족한 우리나라가 지난 40여 년간 고속성장을 해온 데에는 수출주도형 정책이 크게 기여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그렇다 보니 상대적으로 내수가 취약해져 외부 충격에 경제 전체가 쉽게 흔들린 사례가 적지 않았다. 그동안 겪은 몇 번의 경제위기도 해외로부터의 충격에 의한 것이었다. 우리 경제가 안정적으로 지속 성장을 하기 위해서는 수출과 균형이 맞는 내수 시장의 확충이 필요하다. 통계적으로 봐도 선진국은 내수 비중이 90%에 가까운 데 비해 우리는 50%도 채 되지 않는다.

 이를 위해선 여러 방안이 있겠으나 국내에서 여름휴가를 보내는 것도 내수 발전과 지역경제 활성화에 큰 힘이 될 것이다. 대한상공회의소에서도 회원 기업을 대상으로 여름휴가를 국내에서 보내도록 독려해 달라는 요청을 하고 있다. 이미 많은 기업이 적극적으로 동참하고 있다.

 건강한 휴가를 보내기 위한 10계명 중 하나가 ‘멀리 떠나야 한다는 강박감을 갖지 말 것’이라고 한다. 휴가라는 게 꼭 비행기를 타고 떠나 이국적인 풍광 속에서 보내야 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올해는 우리나라의 숨은 아름다움을 느끼며 내수산업 발전,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보탬이 되는 일석삼조의 여름휴가 계획을 세워 봄이 어떨는지. 2018년 평창 겨울올림픽 유치로 다시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말이다.

이동근 대한상공회의소 상근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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