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선 후보] "23년 여성·민주화 운동 평가해달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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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근황은? 일정 소개해달라.

새벽 4시에 기상을 하고 간단하게 세면을 하고, 새벽예배를 간다. 타지역 지구당 개편대회도 참여하고 지역구 곳곳을 찾아다니며 민심을 듣기에 바쁘다.

- 가족들은 본인이 국회의원 출마하는데 별다른 반대의사 없나?

다들 잘 도와주는 편이다. 딸은 연극기획하는 일을 하고 있고 남편은 원래는 한전에 다녔는데 현재는 원자력 협회 사무총장을 맡고 있다.

- 혹시 남편이 불만을 터뜨리는 일은 없나?

지난 30년을 그렇게 살아왔는데 무슨 불만이 있겠는가. 평생을 이렇게 살아왔는데… 많이 도와준다. 기사, 논설 등도 스크랩해주고 자신의 의견도 말해주는 등 정책자문역을 해준다.

- 지역구 민심은 어떤지?

정치인을 거짓말쟁이로 본다. 나같은 재야출신은 솔직히 자존심 상한다. 정치 해보지도 않고 거짓말쟁이로 몰리고 있다. 정치에 대한 불신이 말도 못한다. 개혁에 대한 요구, 정치가 바뀌었으면 하는 바람도 크다. 재야출신이라고 잘 할 수 있겠느냐는 반신반의도 접한다.

- 두번째 출마하는데 지난번과 차이가 있나?

물론이다. 지난번엔 인지도 14%로 출발했는데 지금은 50%가 넘는다. 아침 산행에서는 내 음성만 듣고도 "김희선씨 나왔네" 할 정도다.

- 인지도가 지지도로 연결될 수 있을지?

인지도가 높다고 해서 지지도로 연결되진 않는다. 하지만 나는 정치를 하지 않았던 사람이기 때문에 인지도가 지지도로 연결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기성정치인은 다르다. 기성정치인은 인지도와 지지도가 별개의 얘기며 그간의 정치생활에 대한 평가가 따른다.

- 그간의 활동은?

내가 지난 4년간 공약을 한 것이 있다. 첫째, 일하는 여성의 집을 노동부에서 유치하겠다. 둘째, 여성복지회관을 만들겠다. 셋째, 문화시설 유치 등이다. 비록 지난 총선에서 떨어졌지만 내가 약속한 것은 거의 다 실현시켰고 계획대로 되고 있다.

당정에서 여성위원장을 맡으면서 여성의 집을 유치했고 복지회관도 추진했다. 열흘 전에 문화관광부 박지원 장관이 현 안기부 자리에 1800억을 들여 제2예술의 전당을 짓겠다고 했는데 내 요구가 반영된 것이다. 당정협의회에서 강력하게 요구했었다.

왜 강남에는 예술의 전당이 있는데 강북에는 그런 시설이 없는가. 똑같은 국민의 세금을 내면서 1등시민, 2등시민 차별하는 것인가. 삶의 질적인 차이를 없애야 한다고 주장, 내 소신대로 주장하면서 1800억 공사가 들어왔다. 이런 것들이 동대문 유권자들에게 잘 알려지고 있다.

- 동대문지역에서 다선 의원이 배출된 적이 없다. 지역주민들도 지역구 국회의원에 대한 인식이 안좋은 편인데

지금까지 동대문구에서 국회의원 15번 배출했지만, 그들이 지금까지 동대문 지역사회를 위해 한 일이 없다. 가시화된 것도 없다. 그럼에도 나는 원외지구당 위원장으로서 많은 일을 했기 때문에 유권자들이 나에 대해 새롭게 인식하는 것이다.

- 토착주민들 의견은 도시개발, 재개발에 대한 요구가 컸다. 하지만 국회의원 개인으로선 할 수 있는 일이 없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는데

맞는말이다. 국회의원 개인으로선 할 수 있는 일에 한계가 있다. 하지만 앞으로는 중앙정치, 지역정치가 같이 가는 생활정치의 시대다. "국회의원 한 사람이 바뀐다고 해서 동대문구가 바뀌겠느냐" 그건 잘못된 생각이다.

- 하지만 대다수 유권자들이 누가 되든 무슨 상관이겠느냐는 생각을 하는데 이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

극심한 정치불신이 만연된 것이 사실이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신실'한 것 밖에 없다. 유권자들이 나를 믿을 수 있게 해주는 것인데… "강은 건너봐야 알고 사람은 치워봐야 안다고" 내가 일도 안하고 유권자들한테 나를 믿어달라고는 말 못한다.

하지만 내가 민주화 운동, 여성운동에 바쳐온 23년을 평가해 달라는 것이다. 또 지난 4년간 원외지구당 위원장으로서 이 지역을 위해 봉사한 것을 유권자들에게 정확하게 알리면 그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 여성운동가로서 시작했는데, 제도권 정치에 뛰어들게 된 계기는?

여성운동과 정치는 전혀 다르지 않다. 똑같은 선상에서 움직이는 얘기다. 단지 방식이 여성운동이라는 것 자체가 한국사회가 남녀가 평등하게 함께 살아가는 사회를 만들자는 것이다. 정치에서의 민주화란 것도 인간평등이 기본인데 여성의 권리가 침해당하는, 인간 밑에 인간이 있는 사회는 평등사회, 민주사회가 아니다.

때문에 나는 동일한 목표를 이루기 위해 일하고 있는 것이지 정치를 한다는 것이 내가 지금껏 해온 일과 특별하게 다른 일을 하고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내가 해온 것도 정치제도에 대한 재야에서의 문제제기였다. 단지 이런 여성운동이 제도권 정치 안에서 구현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내 목표다.

나는 같은 일의 연장선상에서 큰 길을 가고 있다. 직접참여와 간접참여라 말하자면 지금껏 해온 여성운동이 원거리에서 간접적으로 당위성을 주장하고 사회에 문제제기를 한 것이었다. 이제는 직접 제도정치에 참여해서 구체적인 대안을 마련하고 그 생각을 실현시킬 수 있는 법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 14, 15대때 총선출마의 계기는?

나는 이미 88, 89년도에 공천을 받았었다. 전국구와 지역구 제의를 모두 받았었는데 그때까지는 아직 제도정치권보다는 바깥에서 할 수 있는 일이 더 많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수배생활 3년을 거치면서 생각이 바뀌었다.

그동안 사회가 급변했고, 개인적으로도 연륜이 쌓인만큼 재야에서의 일보다 이제는 구체적인 대안을 마련하고 실천하는 것이 역사적으로 내가 해야할 일이라 생각했다.

또 수배 3년동안 세금이 어떻게 흘러다니는지를 볼 기회가 있었다. 그러면서 깜짝 놀랐다. 너무나 많은 세금이 헛되이 쓰여진다. 또 국방비의 비중이 너무 크다. 예산의 20-30%를 국방비로 쓰니 이것이 사회복지비로 조금만, 1%만 돌려진다고 해도 우리 국민들의 삶에 질적인 향상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이 1%의 돈만 여성문제, 복지문제에 돌려져도 확 달라질 수 있다.

이제는 국민의 세금을 가지고 나라살림을 하는 것을 정치라고 한다면, 내가 이것을 해야겠다. 제도 정치권으로 가야겠다고 결심하게 됐다.

- 지난 번 총선때 3,600표 차로 고배를 마셨다. 혹시 정치입문한 것을 후회한 적은 없나?

단 한번도 없다. 내가 직업정치인을 하려는 마음을 먹었고 처음부터 지역구에서 시작했다. 전국구로 갔으면 하는 마음을 먹은 적이 없다. 나는 정치가 체질에 딱 맞고, 재미있다. 그렇게 딱 맞으니까 새벽 4시반에 일어나서 유권자들 만나러 다니지 않겠는가.

유권자들에게 내가 품은 뜻을 알리고, 이것이 민주화에 일정부분 기여한다는 것을 생각하면, 그리고 어떻게 하면 내가 만나는 사람들을 나와 같은 생각을 하게 만들지 생각하면 이건 신나는 일이다.

- 외부 이미지, 화장 등은 어떻게 관리하는가?

난 화장이란 걸 모르고 살았다. 지난 24-5년을 청바지에 티셔츠 하나 입고 돌아다녔다. 그러던 사람인데 정치란 걸 시작하고 나니 유권자에 대한 예의 등을 생각해야겠더라. 처음에는 50이 넘은 나이에 화장을 어떻게 하는지, 머리는 어떻게 손질해야 하는지 잘 몰라서 그것이 가장 큰 스트레스였다. 그래도 자주 하니까 좀 늘은 편이다.

- 중앙일보에서 여성화장실 문제로 기획취재를 한 적이 있다. 실생활에서 매일 접하는 문제지만 공론화시키는 어려운 일이었다. 의원이 된 이후로 여성들의 실질적 권익신장을 위해서 어떤 계획을 갖고 있는가?

크게 공감하는 문제제기였다. 하지만 내가 국회의원이 됐다고 해서 이런 이런 여성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것은 아니다. 그보다는 더 크게 국민적인 차원에서 문화를 바꿀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마련할 생각이다.

내가 동대문갑 지역구에 온 이유도 그래서다. 전국구 제의가 있었지만 안했던 것은 직업정치인은 지역 유권자들과 같이 호흡해야 한다고 생각해서다. 지역유권자들의 요구가 무엇이고, 이것이 시대의 요구와 맞아떨어지는지 이것을 정치인은 어떻게 풀어야할지 연구하고 생각할려고 지역구에 온 것이다. 그런 차원에서 보자면 국회의원은 우리나라가 건전한 민주정치를 이루기 위해서 할 일을 해야한다고 생각한다. 대표적인 문제가 교육이다.

- 만약 16대 국회의원이 된다면 어떤 포부를 갖고 있는지?

양적으로만 팽창해왔던 우리의 삶이 질적으로도 향상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예를 들자면 내 공약중에 동대문갑구를 문화관광특구로 만들겠다는 것 등이다.

- 지역구는 길 하나차이로 동대문을 쪽에 속해있지만 청량리 588사창가 문제는 여성운동에 헌신해온 후보의 이력상 간과할 수 없는 문제인 듯하다. 마련해 놓은 복안이 있는지?

지역구 차원의 얘기가 아니다. 여성운동하면서 매매춘이란 말도 만들어내지 않았는가? '필요악'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지만 역사가 발전하면서 과연 이대로 가야할지 개인적으로도 숙제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미성년자 매매춘 문제만은 모든 사람의 공감을 얻고 있는 만큼 청량리서측이 강경하게 나갈 것이고 마찬가지 생각이다.

- 행정당국측이 강경하게 나가서 금지를 시킨다고 해도 그 이후가 문제가 될 것인데…

그렇다. 단속을 하고 나서 사창가에서 나온 사람이 어디로 갈 것인가의 문제인데, 내가 여성복지, 재교육 문제등도 그런 차원에서 제기한 것이다.

- 선거자금 문제에 어려움은 없는지?

중앙정치에서 정치자금 얘기가 끊이지 않는데 기본적으로는 선거공영제가 되야 한다. 정치인이라면 누구든지 시달리는 문제다. 하지만 이것은 정치인과 유권자가 함께 풀어나가야 할 일이다. 유권자들도 입으로는 욕하면서 그런 정치인들을 계속 뽑아오지 않았는가? 하지만 선거공영제가 실현되면 상당부분 해결될 것이라 생각한다.

나같은 경우에는 서약서를 내기도 했다. 법정선거비용을 지키겠다. 하지만 솔직히 얘기해서 그 돈도 없다. 법정선거비용도 다 쓸지 의문이다.

지역유지들이 세 번 후원회를 해주며 돈을 마련해주었고, 그 돈으로 쓰고 있다. 또 알음알음으로 10만원, 20만원씩 모았다.

- 우리나라에서 여성정치인이 적은 이유가 무엇이라 생각하는지?

우리나라는 가부장제 문화 아닌가? 5천년동안 정치권력에는 여성이 배제되는 여자는 안사람, 남자는 바깥사람이라는 인식이 수천년 내려왔는데 쉽게 바뀌지 않는다. 여성이 그 테두리에 들어갈 수 없었던 것이다.

또 한국은 민주주의를 쟁취한 나라가 아니다. 해방이 되면서 민주주의가 주어진 나라이고 처음 민주주의를 받았던 사람들이 정치깡패들 아니었나. 이런 거친 판에 여성들이 어떻게 감히 뛰어들 수 있었겠는가.

물론 당시에도 박순천씨 같은 자기 몸을 헌신하신 분도 계시지만 극히 일부분일 수밖에는 없던 것이다.

- 여성정치 지망생들의 잘못은 없었다는 말인가?

그들의 잘못은 아니다. 가부장제 구조의 사회에서 길들여진 탓 일뿐이다. 도전하고 응전하겠다는 용기가 없기는 했지만 그 문제를 개인의 문제로 돌릴 수는 없다.

여성이 정치인하라면 저 사람은 "권력지향적이고 야망있다"라고 말 듣지 않나? 나같은 경우에도 88년에 옥중출마 제의를 받았을때 "저 여자는 권력에 눈 멀었다" 이런 소리가 듣기 싫어서 출마안했다.

정치판에 들어올때 가장 큰 걸림돌이었다. 한국사회에서 이런 편견이 없어져야만 훌륭한 여성정치인들이 많이 탄생할 수 있다.

- 군필자 가산점 문제에 대한 의견은?

군생활을 마치고 나온 남성들이 자신의 것을 빼앗긴다고 느꼈을 수 있다. 하지만 이 제도는 여성에게 매우 불리한 제도였다. 똑같이 줘야 한다. 단지 여성도 사회봉사활동 등의 경력을 인정해주자는 것이다.

하지만 남성들도 자신들의 특권이 원래 그들에게 주어진 것은 아니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사회가 민주화되면서 평등하게 되는 과정일 뿐이다.

처음 이 문제가 남성들에게 잘못 전달된 측면이 있는데, 당의 입장은 기본적으로 여성들의 경력도 인정해주자는 입장일 뿐이다.

- 16대 총선은 본격적인 사이버 정치의 시대가 열리는 계기가 될 것이라 말하는 사람이 많다. 김희선 후보측도 개인 홈페이지를 꾸리고 신경을 많이 쓰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네티즌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홈페이지 접속하는 사람이 많은 편이다. 실은 내 이름이 탤런트 김희선이랑 같지 않는가. 그래서 검색해서 그 김희선인 줄 알고 들어와서 "아.. 이런 정치인이 있구나" 하는 사람도 있다고 들었다. 게시판에서 나를 지지하는 의견도 보고, 비판하는 의견도 봤다. 다 나에 대한 관심이라고 생각해서 감사하게 생각한다.

네티즌을 대상으로 한 전략이랄것 까지는 없지만 우선 내 홈페이지를 정성들여 만들고, 방치하지 않고 끊임없이 업데이트시킬 계획이다.

- 혹시 채팅을 해본 적 있는지?

아직 없다. 하지만 이 인터뷰를 보고 나에게 메일을 띄워주는 사람들에게는 정성들여 답변도 하고 기회가 닿는다면 젊은 네티즌들과 대화의 기회도 갖고 싶다.

조인스닷컴=손창원 기자 <pendor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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