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정부 해킹대책, 기업들로부터 외면

중앙일보

입력

정부기관과 주요 기업 등의 웹사이트에 대한 해킹 피해가 잇따르는 가운데 미국 정부의 사이버 범죄대책이 기업.연구기관 등 컴퓨터 사용자들로부터 크게 외면당하고 있다.

7일 LA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전역에서 발생한 주요 해킹 피해사례 가운데 연방수사국 (FBI) 과 상무부 등에 신고된 비율은 32%에 머물렀다.

이처럼 신고율이 낮은 것은 기업들이 수사당국의 능력을 불신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 정부는 1998년 사이버 범죄수사 전담기구로 FBI 산하에 국가인프라보호센터 (NIPC) 를 설치했다.

컴퓨터 전문가들은 그러나 NIPC의 예산이 연간 1천8백만달러에 불과한데다 2백여명에 지나지 않는 수사인력의 전문성도 크게 떨어져 첨단기법으로 무장한 해커들의 추적엔 역부족인 상황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또 수사기관에 의한 사후단속과 처벌보다는 암호화 기법의 개발 등 예방정책이 보다 효과적인 데도 오직 사법적 대책에만 매달리고 있다는 비판도 일고 있다.

정보통신업체 퀄컴의 보안전문가 필 칸은 "여태껏 인터넷 공간을 배척해오던 FBI가 갑자기 우리들 (인터넷) 의 친구가 되려하고 있다" 며 "정부는 법에 의한 처벌을 유일한 해법으로 생각하고 있다" 고 꼬집었다.

기업체 등은 또 자체 전산망에 담긴 각종 기밀들이 수사과정에서 누출될 것을 우려해 수사당국을 기피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기업 관계들은 FBI가 수사과정에서 전문 프로그램을 사용, 해킹 피해를 당한 기업의 전산망을 분석할 수 있도록 법에 규정돼 있는등 그 권한이 지나치게 광범위하다는 비판도 제기하고 있다.

상원 Y2K문제 대책반의 로버트 베네트는 "일부 민간기업에서 해킹당한 증거를 갖고 있지만 이들은 정부와 정보공유를 꺼리고 있다" 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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