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목고·자율고 탐방 ④ 하나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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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형사립고(자율고)인 하나고는 교육과정을 학교 재량에 따라 자유롭게 운영한다. 인문사회와 외국어 위주로 교육과정을 편성하는 국제고·외국어고와 달리 자율고는 이공계 교과를 골고루 편성하고 교과선택도 자유롭다. 이러한 까닭에 자연계열 학생들도 문을 두드리고 있다. 서울 진관중 3학년 김현민·유진솔군과, 은평중 3학년 배근령·한예인양이 지난달 28일 하나고를 찾아 자신의 진학·진로 계획을 밝히고 학습계획서 작성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지도교사 이름·연락처·평가도 곁들여 설득을

 김군의 교과성적은 1.5등급 정도로 우수하다. 하지만 리더십 부문에서 내세울 만한 것이 없어 고민했다. 하나고 유동훈 교사(기획홍보실장)는 “결격 사유는 아니지만 사소한 것이라도 작성하는 것이 좋다”며 리더십을 발휘한 경험을 채우도록 당부했다. 축구동아리에서 활동했다면 “무슨 게임을 하면서 어떤 역할을 맡았고 팀에 어떻게 협력했다고 쓰라”고 설명했다.

 학업적 우수성과 재능을 묻는 항목에서 김군은 영어 능력을 어떻게 밝혀야 되는지를 물었다. 유 교사는 “이왕이면 영어 원서로 공부한 경험을, 읽기·듣기뿐만 아니라 말하기·쓰기능력도 함께 갖추고 있음을 제시하라”고 조언했다. 원서를 읽을 정도의 수준이며 4개 영역의 능력을 고루 갖춘 점을 입학담당관에게 알릴 수 있다는 설명이다. 유 교사는 “과학탐구 능력이라면 준비기간, 실험내용, 실험설계 과정, 참고도서 등을 구체적이고 명료하게 쓸 것”을 주문하며 “지도교사의 이름과 연락처까지 적어도 좋다”고 말했다. 이는 자신의 활동경험을 자신하는 증거로 보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어 “지도교사의 평가까지 곁들인다면 우수한 내용”이라고 덧붙였다.

남과 다른 경험 찾아 장점으로 만들길

 유군은 “경험(활동)은 부족한데 학습계획서에서 어떤 점을 내세워야 할지 막막하다”고 하소연했다. 유 교사는 “1년 동안 영재학교 100시간을 수료한 경험은 자신을 알리는 좋은 근거”라며 장점을 짚어줬다. 흔치 않은 경험인데다 다른 학생과도 차별을 둘 수 있는 경쟁력이라는 설명이었다. 그것을 중심으로 자신의 재능을 풀어내면 자기 가치를 높이는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유 교사는 “1학년 때 30~40등대에 머물던 수학 석차가 2학년 땐 20등대로 상승한 것도 자기주도학습 사례로 활용할 것”을 제안했다. 성적이 부진한 과목에 대해선 왜 떨어졌는지, 어떻게 보완했는지, 앞으로 어떻게 실력을 올릴 것인지에 대한 계획을 구체적으로 밝힐 것을 당부했다. 하나고 홈페이지에서 교육과정 특징, 방과후 활동 등을 살펴보면서 입학 후 학업계획을 설계하라는 조언도 잊지 않았다.

하나고 교육과정에 맞는 학습·진로 계획을

 배양의 2학년 때 교과성적은 1학년 때에 비해 다소 떨어졌다. 유 교사는 “면접에서 왜 성적이 떨어졌는지를 물을 수 있다”며 그에 대한 준비를 요구했다. 이는 지원 학생이 하나고 교육과정을 따라갈 수 있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질문이다. 만일 국어 성적이 부진하다면 외국에서 공부한 조기유학생일 수 있다고 면접관은 생각하게 된다. 이럴 경우 전통속담이나 어휘를 물어 수업 청취에 학습장애가 없는지 판단한다는 것이다.

 “과학과 미술을 조합한 학문을 탐구하고 싶다”는 배양의 진로 계획에 대해 유 교사는 “진로를 좀 더 구체화 할 것”을 주문했다. 하나고는 예체능 학교가 아니기 때문에 자칫 면접관의 오해를 살 수 있어서다. 이를 보완하려면 그와 관련한 비교과 활동을 제시하는 방법이있다. 예를 들어 찬반토론을 했다면 논쟁주제는 무엇이며, 어떤 주장을 펼쳤는지, 그에 대한 교사나 친구의 평가는 어땠는지 등을 보여주는 식이다.

진로 관련 독서경험을 제시해야

 유 교사는 “교과성적 추이가 단순히 높은 것보다 꾸준히 올라가는 모습에 평가 가중치를 더 주게 된다”고 말했다. 교과성적이 5%라도 꾸준한 상승세를 보이면 학교생활에 충실도를 보여주는 근거가 돼 합격을 기대할 수 있다. 이 경우특정 교과나 성적이 부족한 교과에 대해 어느 수준까지 공부했는지를 물어볼 수 있다.

 유 교사는 “입학 뒤 자신의 부족한 능력을 보완할 학습전략을 세우기 어렵다면 하나고 입학선배들이 쓴 수기를 읽어볼 것”을 당부했다. 자신과 비슷한 사례를 찾아 배우거나 선배들이 말하는 교육 프로그램을 찾아보라는 것이다. 정치인이 꿈이라면 닮고 싶은 인물을 쓰고, 정치 관련 도서를 읽은 경험을 보여줘야 한다. 이때 도서목록 10권 중 5권은 중학교 추천도서를, 나머지는 진로 관련 도서를 쓰는 게 적절하다. “자신의 꿈인 정치인이 되는 데 도움이 될 책을 찾아 읽은 독서경험을 제시하라”는 주문이다.


[사진설명] 유동훈(오른쪽)교사가 하나고를 방문한 중3 수험생들에게 2012학년도 선발전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박정식 기자 tangopark@joongang.co.kr 사진="김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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