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고기 값 떨어져도 설렁탕 8.5% 올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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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가 고공 행진이다. 1일 서울 중구 충정로 하나로클럽을 찾은 한 쇼핑객이 세일용품 전단지를 살펴보고 있다. [김상선 기자]


직장에 다니는 이모(37·여)씨는 지난 주말 오랜만에 동네 수퍼를 찾았다가 민망한 경험을 했다. 초등학생 아들의 성화에 과자 세 개를 골랐더니 6000원이 넘어갔다. 결국 슬그머니 과자 한 봉지를 계산대에서 내려놓았다. 그는 “‘애들 과자 값’이란 말도 옛말이 된 것 같다”며 “한 달에 한두 번하던 가족 외식도 지난달에는 건너뛰었는데 이젠 과자도 맘 놓고 사 주지 못하게 됐다”고 말했다.

 요즘 주부들, 줄이는 게 일이다. 과자 값만 오른 게 아니기 때문이다. 예컨대 L마트에선 지난달 말 수박 한 통(8㎏) 값이 1만4500원이었다. 1년 전 9800원보다 48% 오른 것이다. 이러니 주부들이 줄이고 줄여도 득달같이 오르는 물가를 감당하는 게 버겁다. 이는 통계에서도 확인된다.

 6월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은 4.4%를 기록, 4%대 상승 행진을 여섯 달째 이어 갔다. 전달보다 0.3%P 올랐다. 3월(4.7%)을 고비로 기세가 좀 꺾이는 듯하더니 지난달 다시 반등한 것이다.


 고통의 체감도도 높아지고 있다. 연초 농축산물·석유 등에서 시작한 물가 파고가 시차를 두고 가공식품과 외식비, 집세 등 생활과 밀접한 품목으로 밀어닥치고 있기 때문이다. 하반기에는 에너지 등 공공요금의 줄인상도 예정된 상태다.

 과자·빙과 등 가공식품은 최근 물가 오름세를 주도하고 있다. 6월에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6.7% 올라 2009년 7월(7.7%) 이후 23개월 만에 가장 큰 폭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이는 설탕·밀가루 등 원재료가 3~4월 집중적으로 오른 여파다.

 외식비(3.5%)도 3개월째 오름세다. 원재료 값 상승도 영향을 줬지만 인플레 기대심리까지 가세했다. 쇠고기(-17.6%) 값은 내렸지만 설렁탕(8.5%)·갈비탕(6.6%)이 오르는 식이다. 집세 상승률(4.0%)도 2003년 4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통계청 양동희 물가동향과장은 “예년에 2%대에 머물렀던 집세가 4.0% 올라 근원물가를 상당히 끌어올리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근원물가는 일시적으로 가격 변동이 심한 농산물과 석유류를 제외한 것으로 장기적이고 추세적인 물가 흐름을 반영한다. 6월에는 전년 같은 달에 비해 3.7% 올라 2009년 5월(3.9%) 이후 25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농·축·수산물은 전년 같은 달에 비해 9.3% 올랐다. 돼지고기(46.3%)의 오름세가 단연 눈에 띈다. 쌀 가격도 12.9% 인상됐다.

 쌀 값 오름세에 정부는 2010년산 쌀 8만t을 10% 할인해 시중에 내놓기로 했다. 정부 비축미 5만t에 이번 겨울 군수·사회복지용으로 지급할 예정이었던 3만t을 추가했다. 이를 20㎏당 4만원 이하에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것을 조건으로 양곡도정업체에 공급하는 것이다. 또 2010년산 수입쌀도 종전보다 ㎏당 200원 정도 내려 4일부터 판매한다고 농식품부는 밝혔다.

글=조민근 기자
사진=김상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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