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16개 일반은행들은 지난해 5조원의 적자를 기록, 1997년 외환위기 이후 3년 연속 적자 행진을 계속했다.
장사로 따져서는 6조원이 넘는 이익을 남겼지만 대우에 물린 부실을 씻어내는데만 8조원이 들었고 새 자산건전성 분류기준(FLC)도입에 따라 충당금을 쌓는데 3조원의 추가 부담이 생겼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은 2일 지난해 일반은행들은 영업부문에서 6조3천2백93억원의 이익을 냈으나 영업외부문에서 11조3천2백2억원의 손실을 봐 4조9천9백9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 적자 수렁 왜 못벗어나나〓지난 3년간 은행들은 부실 청소비로 42조원의 공적 자금을 지원받았다. 그러고도 97년 3조9천억원, 98년 11조원, 지난해 4조9천억원 등 3년 내리 적자를 기록하는 최악의 성적표를 냈다.
그러나 이자·수수료 수입 증가와 인원·점포 등의 감축 경영으로 경상영업에서는 98년과 달리 이익구조로 돌아섰다. 문제는 아직 선진 금융기법을 활용한 상품개발.고객관리 등 경쟁력 강화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예견된 일이었음에도 대우사태가 터지자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 대형 적자로 돌아설 수밖에 없었던 것도 그 때문이다.
◇ 은행간 차별화 가속된다〓전년도에 이어 은행별 명암이 뚜렷이 갈렸다. 대형 은행일수록 적자를 많이 낸 것은 덩치가 큰 만큼 부실 요인도 많았던 과거의 '원죄' 를 완전히 씻어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올해는 원금에서 2천만원까지만 보장하게 돼 있는 예금자보호법의 발동에 따라 자금이 급속도로 우량은행을 찾아 이동하면서 제휴.합병이 가속되는 것은 물론 은행별 성적표도 크게 차이날 전망이다.
◇ 올해는 흑자 날까〓금감원은 지난해 은행들이 ▶대우 여신에 대해 최대한 손실을 반영했고▶대손충당금을 1백%(광주은행 50%) 쌓은데다▶경기회복과 업무영역의 대폭 확장 등에 힘입어 올해는 3조~4조원의 흑자를 낼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대우 계열사나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기업의 정상화가 지연될 경우 덩달아 은행의 부실 요인이 늘어난다.
또 내년부터 적용되는 신 국제결제은행(BIS)자기자본비율 제도 도입도 부담이다.
금융연구원은 이와 관련, 지난달 내부 보고서를 통해 은행들이 올해에만 8조~12조원의 충당금을 더 쌓아야 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정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