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김동수 '15승투수효과'

중앙일보

입력

김동수(삼성)는 15승 투수□' 자유계약선수로 올시즌 삼성에 둥지를 튼 '오리' 김동수(32)가 마운드가 아닌 안방마님 자리에서 '15승 투수효과' 를 내고 있다.

포수자리가 늘 취약했던 삼성은 김동수와 진갑용 특급포수에게 나란히 마스크를 씌워 '최강 안방' 을 구축하는 데 성공했다.

지난달 29일(한국시간) 애리조나 피닉스의 삼성 전지훈련장. 투수들의 실전피칭에서 볼을 받아준 김동수는 올시즌 선발후보로 꼽히는 신인 이용훈을 조용히 불렀다. 그러고는 매몰차게 투구를 나무랐다.

"내가 고참이라고 그렇게 던진거냐?"

"무슨 뜻입니까. "

"내가 어려워서 원바운드성 체인지업을 던지지 않은거냐?"

"아닙니다. 체인지업이 오늘 좀 밋밋했습니다. "

"내가 고참이라고 편하게 볼을 받도록 던져서는 안된다. 네가 가진 최상의 구질을 던져라. 오늘 그 체인지업이라면 앞으로 더 다듬어야겠다. "

이용훈은 머쓱했지만 기분이 나쁘진 않다는 표정으로 돌아섰다. 짧은 대화였지만 김동수 역시 고참으로서 당당한 나무람이었다는 듯 곧바로 다음 훈련으로 들어갔다.

삼성이 3년간 8억원의 뭉칫돈을 들여 김동수를 영입한 이유는 바로 이것이다. 1990년 LG 입단 이후 10년 동안 국내최고의 포수로 불려온 김동수의 노하우를 삼성 마운드에 접목하기 위해서다.

투수를 다루는 솜씨나 볼배합을 리드하는 타자와의 수읽기, 게임을 풀어나가는 수비진 지휘관으로서의 능력을 8억원에 산 것이다.

김동수는 전지훈련지에서 신인투수들을 리드하는 데서부터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있다. 게다가 지난해 두산에서 영입한 진갑용이 김동수가 온 후 몰라보게 성장, 든든한 백업요원으로 자리잡는 부수효과까지 얻고 있다.

삼성 코칭스태프는 이를 "김동수의 15승 투수효과" 라고 부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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