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십자, 바이오의약품 집중 … 글로벌 제약사 도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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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십자는 2016년까지 20여 종의 신약을 선보여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할 계획이다.

2012년 1억 달러 수출을 목표로 세운 녹십자가 세계시장 진출을 위한 연구개발(R&D) 전략을 공개했다. 좁은 내수시장에서 벗어나 글로벌 제약사로의 도약을 꿈꾸는 중요한 시점이다.

녹십자는 진입장벽이 높고 독점시장 확보가 가능한 바이오 의약품 분야에 집중할 계획이다. 올해부터 2016년까지 20여 종의 자체개발 신제품을 국내에 선보인다. 또한 미국·유럽의 선진 의약품 시장과 중국의 이머징마켓 등을 적극 공략한다.

녹십자는 우선 주력 분야인 혈액제제와 백신 부문에서 경쟁력을 강화한다. 면역글로불린 ‘아이비글로불린SN’은 이달 미국 FDA의 임상 3상 승인을 받고 본격적인 미국 진출에 나서고 있다. 세계 세 번째로 개발에 성공한 3세대 유전자재조합 혈우병치료제 ‘그린진F’ 또한 3상 임상시험 승인 신청을 진행 중이다.

세포배양 독감백신은 2014년 출시를 목표로 개발되고 있다. 녹십자는 “세계 백신제조사의 세포배양 독감백신 개발 컨소시엄에 참여하고 있어 개발 가능성이 크다”고 소개했다.

수두백신도 녹십자가 경쟁력을 보이는 분야 중 하나다. 수두백신을 제조하는 기업은 녹십자를 포함해 전 세계에 세 곳밖에 없다. 녹십자는 세계적으로 접종되는 두 개 균주 중 하나를 보유하고 있다. 수두백신의 세계시장은 3조원 규모며, 녹십자는 20% 점유를 목표로 하고 있다.

녹십자의 두 번째 전략은 바이오베터 시장의 선점이다. 바이오시밀러보다 효능 개선과 투여 횟수 감소에서 차별성을 가지면서 특허에 구애받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다. 현재 개발중인 바이오베터는 항암 항체치료제(로슈의 허셉틴), 호중구 감소증치료제(암젠의 뉴포젠), 적혈구 감소증치료제(암젠의 에포젠) 등이 있다. 녹십자는 “현재 미국과 한국에서 다국가 1상이 실시되고 있는 허셉틴 바이오베터는 바이오시밀러보다 먼저 출시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허셉틴의 세계시장 연매출 규모는 약 6조원이다.

셋째는 희귀 의약품처럼 공급이 부족한 독점시장에 진입하는 것이다. 녹십자는 현재 헌터증후군 치료제를 개발 중이며, 하반기 국내 허가를 받고 세계시장에 진출할 계획이다. 녹십자는 “헌터증후군 치료제는 제조사가 세계에 한 곳밖에 없다”며 “4200억원 규모의 시장에서 25% 이상을 점유하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이 밖에 파브리병치료제도 개발 중이다.

한편 녹십자는 지난해 4월 세계에서 네 번째로 계절 독감 백신에 대한 세계보건기구(WHO)의 사전적격심사(Pre-Qualification) 승인을 획득했다. WHO 산하기관의 독감백신 국제 입찰에 참가할 자격을 충족하면서 수출 전망을 밝게 하고 있다.

이주연 기자

☞바이오베터=유전자·단백질·세포 등을 이용해 만든 치료제가 ‘바이오의약품(Bio-medicine)’이다. 이 약의 특허가 만료됐을 때 오리지널과 가장 비슷하게 복제해 동등성을 입증한 의약품을 ‘바이오시밀러(Bio-similar)’라 부른다. 반면 오리지널을 단순 복제하지 않고 효능과 안전성 등을 개선한 바이오의약품은 ‘바이오베터(Bio-better)’다. 바이오시밀러와 달리 원천 특허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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