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도 에셜론 도청당해"-NSA 前근무자 주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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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영국의 통신 감청망인 ''에셜론'' 이 미국과 영국의 정치인은 물론 고(故) 다이애나 왕세자비와 교황.테레사 수녀 같은 유명인사의 통화도 도청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영국의 선데이타임스지는 27일 미 국가안보국(NSA) 에 20년간 근무했던 웨인 메드슨이란 인물의 증언을 인용,에셜론이 영국의 다이애나 왕세자비와 마거릿 대처 전 총리의 아들인 마크 대처의 통화내용도 도청했다고 보도했다.

메드슨에 따르면 다이애나비는 대인지뢰 금지운동을 포함한 국제자선활동이, 대처는 토네이도 전폭기 판매 등 사우디아라비아와의 무기거래가 도청 대상이 됐다.

메드슨은 이들 외에도 국제사면기구.그린피스 등 국제단체들도 도청당했으며 교황청도 예외가 아니어서 교황이나 테레사 수녀가 다른 사람들에게 보내는 메시지들이 고스란히 도청당해 고위 정보관계자들에게 전달돼 왔다고 전했다.

이와 함께 미국의 인터넷 신문인 드러지 리포트도 지난 24일 NSA가 에셜론을 이용해 미 정치인들의 전화 내용까지 도청하고 있다고 폭로했다. 이 신문은 이같은 내용이 미 CBS방송의 시사 다큐멘터리 프로그램 ''60분'' 에서 관계자들의 증언을 통해 공개될 것이라고 전했다.

NSA의 지국인 영국 멘위드힐에서 근무했던 마거릿 뉴섬이라는 여성은 이 프로그램에서 미국 정치인들도 도청의 대상이 돼 왔다고 증언하고 자신도 상부 지시에 따라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출신 미 하원의원인 스트롬 더몬드의 통화를 도청했다고 밝혔다.

NSA에서 20년간 일하다 은퇴한 마이크 프로스트는 "내가 일했던 캐나다 지국의 상급자가 당시 대처 영국 총리에 관한 정보를 수집하기 위해 영국정부 고위관리들의 통화를 감시했다" 고 폭로했다.

NSA 활동을 감독하는 미 하원 정보위원회의 포터 고스 위원장은 "미 당국은 일반인의 통화를 포함한 어떠한 전화 내용도 감청할 수 있으며 심지어 NSA가 나의 전화내용도 들을 수 있다" 고 시인했다.

그는 그러나 도청을 통해 얻은 정보의 오용을 막을 수 있는 장치가 정보기관 내에 마련돼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앞서 유럽의회는 지난 23일 사법내무위원회 청문회를 열고 영국 기자 출신의 독립 조사관인 던컨 캠벨로부터 에셜론의 도청활동 내용을 들었다.

이날 캠벨은 "미국이 군사안보뿐 아니라 상업적 목적으로 에셜론을 활용하는 바람에 유럽의 대기업들이 수십억달러에 이르는 사업계약을 미국 기업에 빼앗겼다" 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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