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선엽 장군 새긴 부조 기념비 임진각에 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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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권총을 든 백선엽 장군(가운데)을 중심으로 병사 등이 진격하는 모습을 담은 부조. 6·25전쟁 참전 기념비가 완공돼 25일 파주시 임진각에서 제막식을 한다. [파주시청 제공]


한국전쟁의 영웅 백선엽(91) 장군의 얼굴이 새겨진 기념비가 6·25전쟁 61주년을 맞아 남북분단의 현장인 경기도 파주시 임진각에서 25일 제막된다. 이인재(51) 파주시장은 24일 “백선엽 장군을 비롯해 한국전쟁 당시 파주지역 전투에 참가한 참전용사와 학도의용군 등의 숭고한 나라사랑 정신을 기리기 위해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 접경인 파주에 6·25 참전기념비를 건립했다”고 말했다.

이인재 시장

 기념비는 가로 13.15m·세로 9.10m·높이 4.35m 크기의 대리석 구조물로 만들어졌다. 기념비에는 가로 2.8m·세로 2.4m 크기의 전투장면을 조각한 브론즈 부조(浮彫)가 설치됐다. 부조에는 백 장군을 중심으로 그를 따르는 참전용사와 학도의용군들이 진격하는 장면이 새겨져있다.

 이와 함께 참전용사와 학도의용군 1347명(전사자 573명 포함)의 이름을 새긴 돌기둥 4개와 헌시·준공기도 마련됐다. ‘조국이 없으면 나도 없다’라는 구호도 새겼다.

이근배 시인은 ‘자유여, 영원한 호국의 횃불이여’란 제목의 헌시를 통해 ‘구국의 명장 백선엽 장군이 세운 무공이 겨레의 내일을 밝히고 있다’고 적었다. 기념비 제작에는 경기도비 2억원과 추진위가 모금한 성금 2300여 만원이 들었다.

 이 시장은 지난해 7월 1일 부임 직후부터 이를 구상하기 시작했다. “6·25의 실상을 모르는 후대에게 안보의식을 일깨우기 위해 북한과 접경인 파주의 시장으로서 뭔가를 해야 할 책임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던 게 계기였다. 그래서 ‘6·25 전쟁영웅 백선엽 장군 기념 조형물’을 설치하기로 마음 먹었다.

 이 시장은 당초 백선엽 장군 동상 건립을 유력하게 검토했다. 하지만 지난해 8월 파주시를 방문한 백 장군이 “나만이 아니라 참전용사와 학도병들이 함께 6·25전란에서 나라를 구한 것”이라고 조언해 이를 받아들였다. 지역의 진보정당과 일부 시민단체의 반발도 있어 백 장군의 얼굴을 새긴 부조가 포함된 기념비를 세우기로 방향을 정했다. 민주당 출신이지만 ‘안보에 관해서는 보수 꼴통’을 자처하며 파주지역 일각의 반대운동에 맞서온 이 시장은 “어떤 이념과 논리도 국가안보보다 우선할 수 없다”고 힘주어 말했다.

 백 장군은 2010년 1월부터 1년2개월 동안 중앙일보에 ‘남기고 싶은 이야기-내가 겪은 6·25와 대한민국’을 연재했다. 그는 6·25 발발 직전인 1950년 4월 1사단장으로 부임하면서 파주지역과 인연을 맺었다. 전쟁이 나자 파주 전선을 지키기 위해 문산·파평산·봉일천·법원리·임진강 등지에서 치열한 전투를 벌였다. 6·25전쟁이 한창이던 52년 32세의 나이로 육군참모총장에 올랐다.

전익진 기자

자유여, 영원한 호국의 횃불이여

이근배

타오르는 불길이 있다

반만년 장엄한 이 나라의 역사에

조국의 이름으로 겨레의 이름으로

목숨 바쳐 자유, 평화 지켜낸

자랑스러운 승리가 있다

저 북한 공산군의 침략으로

자손만대의 보금자리 금수강산이

한 핏줄 형제들의 피로 물들일 때

임진강에서 밀리면 서울이 무너지고

서울이 무너지면 대한민국이 위태롭다고

결사항전으로 적을 무찌르고

마침내 오늘의 조국 번영을 안겨준

파주 전투 참전용사들의

산을 뚫는 용맹과 하늘을 찌르는 나라 사랑

구국의 명장 백선엽장군이 세운 무공이

겨레의 내일을 밝히고 있다.

듣는가, 백두대간 한 허리를 감돌며 흐르는

저 임진강 끝없는 속울음의 증언을

그날 동족상잔의 불 뿜는 포화 속에서

산화해간 꽃다운 젊음들이 피로 쓴

거룩한 구국의 신화를, 지축을 흔들던

진군의 노래를,

허나 예순 해의 긴 시간을 넘어

아직도 산과 물을 철조망이 갈라놓고

내 형제의 가슴에 총부리를 겨누고 있나니

호국의 영령들이시여

이 충혼의 기념비에 길이 새겨 겨레의

영광 바치오리니

칠천만 하나 되는 조국 대한민국

억압과 굶주림에 갇힌 북녘동포들

더불어 자유, 평화의 품에 함께 사는

통일의 새날을 맞게 하소서

지구촌에 우뚝 서는 큰 나라 이루어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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