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노가수 산타나의 화려한 컴백

중앙일보

입력

23일(현지시간) 로스앤젤레스 스테이플스센터에서 열린 42회 그래미상 시상식은 올해 52세의 노장 기타리스트 카를로스 산타나를 위한 자리였다.

이날 '올해의 레코드'를 비롯, 모두 9개 부문상을 휩쓴 산타나는 음악생활 30년 만에 정상의 반열에 올랐다. 9개 부문 수상은 지난 1983년 마이클 잭슨이 세운 그래미 최다 수상 기록과 같다.

지난 69년 우드스톡 페스티벌에서 자신의 이름을 처음 알린 산타나. 그동안 그래미상 후보에 다섯 번 올랐지만 상을 수상한 것은 지난 88년 '베스트 록 인스트루멘털' 부문에서 딱 한 번 상을 수상한 게 전부였다. 에릭 클랩턴·보니 레이트 등과 더불어 오랫동안 그래미 투표자들로부터 소홀한 대접을 받아오다 한 순간에 주요상을 휩쓸며 명예를 회복한 셈이다. 보니는 89년에 3개 부문에서 수상했었고, 에릭은 92년 6개 상을 휩쓸었었다.

"그래서 음악이 재미있는 거다. 쉰살이 넘어서도 18세의 수많은 사람들을 감동시킬 수 있는, 멋진 일을 해낼 수 있으니 말이다." 지난번 후보 명단이 발표됐을 때 산타나는 이렇게 말했다. 이날 '올해의 음반상' 트로피를 받는 자리에서 그는 음악을 마술에 비유했다. "음악은 상처를 치료하는 마술이다"고 한 그는 "이번 〈수퍼내추럴〉의 음악은 세대의 조화를 시도한 것이었다"고 말했다. 기립박수가 쏟아지는 시상식에서 그는 '올해의 레코드' 등을 수상한 '스무드'를 연주했고 무대에서 내려가기 전에 노래를 부른 롭 토마스에게 키스했다.

대중음악평론가 성기완씨는 이번 그래미상에 대해 "지난해 미국 팝계를 휩쓴 라틴 음악의 원류이자 정점으로 산타나 음반이 그래미에 선택된 것 같다"면서 "〈수퍼내추럴〉은 산타나 고유의 매력인 따뜻함과 후배뮤지션들과의 젊은 감각과 열정이 혼합돼 대중적인 호소력을 가진 앨범"이라고 평했다.

산타나의 앨범 〈수퍼내추럴〉은 미국에서 7백만장이 판매됐으며 국내에서는 약 6만장이 팔렸다. 〈수퍼내추럴〉의 국내 음반발매사인 한국BMG측은 "현재 아시아에서는 〈수퍼내추럴〉 판매량이 일본을 앞지를 만큼 반응이 매우 좋다"면서 "이번 수상의 영향으로 20만장까지 판매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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