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베이너 미국 첫 ‘정적과의 골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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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18일(현지시간) 워싱턴DC 인근 앤드루 공군기지 내 골프장에서 존 베이너 하원의장(맨 오른쪽), 존 카식 오하이오 주지사(가운데) 등과 골프를 쳤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베이너 의장을 위해 골프 카트를 직접 운전하고 깃대를 옮기는 등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워싱턴 AP=연합뉴스]


미국의 재정적자 축소와 정부부채 한도 증액, 대(對)리비아 군사 개입 등에서 날카롭게 대립했던 버락 오바마(Barack Obama) 대통령과 존 베이너(John Boehner·공화당) 하원의장이 골프장에서는 사이 좋은 한 편이었다.

 18일 오전(현지시간) 두 사람은 워싱턴DC 인근 앤드루 공군기지에서 ‘골프 정상회담(Golf Summit)’을 즐겼다. 조 바이든(Joe Biden) 부통령과 존 카식(John Kasich·공화당) 오하이오 주지사도 함께했다.

 오바마는 이날 전동식 골프 카트를 직접 운전하며 옆자리의 베이너를 모셨다. 언론을 위해 잠시 공개된 첫 홀의 퍼팅 장면은 다른 골퍼들의 모습과 다를 바 없었다.

바이든이 5m가량의 긴 퍼팅에 성공하자 오바마는 취재진을 향해 활짝 웃으며 “모두 저것을 (사진으로) 잡았느냐”고 말했다. 뒤이은 오바마의 버디 퍼팅은 살짝 벗어났다.

 베이너 역시 짧은 파 퍼팅을 성공시킨 뒤 “그렇지”라고 탄성을 질렀다. 파5인 1번 홀에서 네 사람은 모두 파를 기록했다. 오바마는 2번 홀로 이동하면서 베이너의 등을 가볍게 톡톡 치기도 하는 등 친근한 사이임을 과시했다.

 이날 게임이 홀마다 어떤 방식으로 진행됐는지는 전해지지 않았다. 그러나 18번 홀에서는 오바마와 베이너가 같은 편이 됐다. 두 사람은 바이든-카식 조를 상대로 한 게임에서 이겨 2달러(약 2200원)씩 나눠 가졌다. 네 사람은 골프를 즐긴 뒤 골프장 내 클럽하우스에 모여 시원한 음료를 즐기며 담소를 나눴다.

 백악관은 이날 골프 스코어와 이들의 대화 내용을 공개하지 않았다. 제이 카니 백악관 대변인은 “만일 골프장에서의 몇 시간이 민주·공화 간 타협에 좀 더 가깝게 갈 수 있게 한다면 이번 일은 할 만한 일”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1인자인 오바마와 공화당 1인자인 베이너의 골프 회동은 미 대통령 역사상 최초의 ‘정적(政敵)과의 골프’라 할 수 있다. 지금껏 미 대통령의 골프는 정치적 동지끼리의 친목 도모에 국한됐다. 취임 뒤 2년 반 동안 71차례 라운드한 오바마도 측근·친구·각료만 동반자로 골랐다.

워싱턴=김정욱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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