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B] 다저스 고민, 헌들리를 죽여 살려?

중앙일보

입력

99시즌 한국인들이 박찬호보다도 마음을 졸이면서 쳐다봐야 했던 메이저리거는 누구였을까?

아마도, 아니 틀림없이 LA 다저스 포수 터드 헌들리일 것이다.

사실 헌들리 때문에 운 사람들은 수 없이 많았다. 골드글러브 포수 찰스 존슨과 야구에 눈을 뜨기 시작한 로저 세데뇨를 주고 퇴물을 데려왔다고 무지 구박받은 케빈 말론 다저스 단장이 대표적인 케이스다.

몸도 안 풀린 헌들리를 무리하게 출전시켜 지난 시즌을 망친 데이비 존슨 다저스 감독도 후회가 이만 저만이 아니었다.

공격형 포수 마이크 피아자에 익숙해 있다 2할 간신히 넘는 헌들리를 지켜보며 속썩었던 다저스 팬도 속을 많이 끓였다.

지난 시즌 망가질 대로 망가진 헌들리에게 올시즌 6백만달러(약 72억원)주는 것도 아깝지만 대체 포수도 마련치 못한 상황에서 96시즌 41홈런, 112타점을 올렸던 선수를 내보는 것 또한 다저스로서는 마음이 내키지 않는다.

더군다나 헌들리를 겨우 1년밖에 실험해 보지 않았고, 작년 후반기부터 살아난 도루 제어 능력과 탄탄한 몸이 만들어진 지금의 상태를 감안하면 더더욱 그에게 애착이 남는다.

결국 다저스는 헌들리를 1년만 더 실험해보기로 했다.

헌들리는 다년계약 도중 트레이드로 뉴욕 메츠에서 왔기 때문에 비시즌 중 다시 트레이드 해달라고 요청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지고 있다.

다저스는 헌들리를 지금 놓치기도 싫고 그렇다고 검증도 안된 그에게 내년시즌 6백만달러 옵션을 투자하기도 부담이 간다.

그래서 내년시즌 옵션 연봉에 대한 포기 대가로 50만달러(약 6억원)를 지불하고 올 시즌 안방마님자리를 맡겼다.

2001시즌 계약이 포기되었기 때문에 올 시즌 후 자유계약선수가 될 헌들리지만 만약 올 시즌 좋은 성적을 거둔다면 다저스가 장기계약제안을 할 가능성도 있다.

또한 그의 포수 수비력은 미덥지만 장타력이 뛰어나기 때문에 1루수나 외야수로 수비위치 바꿈을 전제로 계약을 요구 할 수도 있다.

다저스는 최근 확실히 믿을 만한 선수하고는 다년계약을 체결하고 연봉가치가 검증 안된 선수는 믿음을 줄 때까지 기다리면서 무리한 투자를 피하고 있다.

신세대 거포 샨 그린, 다저스 충성맨 에릭 캐로스와 다년 계약을 맺었으나. 박찬호, 대런 드라이포트하고는 1년만 계약하며 올 시즌을 지켜보는 조심스런 행보를 하고 있다.

헌들리의 경우도 후자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팀 웍을 끈끈히 만들면서 팀에 활력을 불어넣는 선수라고 애틀랜타 브레이브스 바비 콕스 감독이 칭찬했던 헌들리.

지금도 하루에 12시간을 구슬땀 흘리며 명예회복에 나설 준비를 하고 있다.

포수가 투수에게 주는 심리적 부담을 고려할 때 헌들리의 회복은 박찬호의 회복만큼이나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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