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전문 객원기자 오갑성의 메디컬 뉴스] 의사 커플 ‘부부싸움 해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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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갑성
삼성서울병원 성형외과 교수

사회의 가치관이 변하듯 의사들의 결혼에 대한 생각도 많이 바뀐 듯하다. 필자 또래들이 결혼했던 1970~80년대만 해도 전체 160명의 의대생 중 여학생은 10~20명이었다.

의대생끼리 공개적으로 사귀기도 힘들었다. 남들 눈에 띌지 몰라 조심조심 만나야 했고, 제3자를 대동하는 고전적 방법을 썼다. 그래도 여의사들은 남자 의사와 결혼하는 경우가 많았다. 나머지 남자 의사들은 음대나 미대 출신 배우자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았다.

 요즘은 의대생의 절반 이상이 여자다. 삼성서울병원 전공의 중 50%가 여성이다. 과거 남성의 전유물이던 외과·흉부외과 등에서도 여자 전공의를 자주 볼 수 있다. 그러다 보니 의사 커플이 많이 늘었다. 최근 한 조사에 따르면 여자 전공의의 약 70%가 의사와 결혼한다고 한다. 다음으로는 판사나 검사와 같은 법조인 등 다른 전문직종을 선호한다.

 의사들이 꼽는 최고의 배우자는 누굴까. 남녀 구분 없이 단연 의사를 꼽는다. 같은 직종에 근무하다 보니 서로를 가장 잘 이해해 주는 점 때문이다. 서로가 도움을 줄 수 있는 점도 이유가 된다. 새벽에 갑자기 응급호출을 받거나 결혼기념일·배우자 생일에 병원에 나가더라도 이해를 구할 수 있다. 병원에서 일어난 일에 대해 쉽게 공감할 수도 있다. 한마디로 ‘말이 통한다’고나 할까.

 반대로 서로 생활패턴을 너무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동선에 제약을 받거나 사생활을 감추기 힘들다는 점, 다른 맞벌이와 마찬가지로 육아·자녀교육·집안일 등에 소홀해진다는 점을 단점으로 꼽는다.

 전공의 과정은 고되고 길고 힘들다. 의과대학 6년, 인턴-레지던트 과정 5년 등 총 11년의 힘든 과정을 거친다. 학업을 게을리할 틈이 없다. 그 사이 서로 부대끼면서 미운 정 고운 정 다 든다. 그 과정에서 자신을 위로해 주고 도움을 주는 누군가에게 자연스럽게 끌리게 된다.

최근에는 남녀 전공의끼리 도와주고 끌어주다 사귀고 결혼하는 경우가 많아졌다고 한다. ‘연상녀-연하남 커플’도 자주 볼 수 있다. 이러한 풍속이 정착하면서 조건을 중시하는 중매결혼이 예전보다 크게 줄어들고 있다.

 그렇다면 의사 부부는 부부싸움을 어떻게 할까. “나 쓰러지면 CPR(심폐소생술) 해줄 거야?” “마우스(입) 투 마우스로 해달라는 거야?”

 이렇게 싸우다 보면 어느새 앙금이 풀린다고 한다.

오갑성 삼성서울병원 성형외과 교수

◆필자 약력

- 귀 기형 재건수술 전문
- 저소득층 얼굴기형 무료수술 사업 ‘삼성밝은얼굴찾아주기’ 책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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