턱없이 적은 교향악단 예산 ' 단골' 레퍼토리만 반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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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청중은 레퍼토리,일본 청중은 지휘자,한국 청중은 협연자 때문에 교향악단 연주회에 간다고들 한다.
오케스트라 자체에 매력을 느끼는 청중이 국내에 유독 없는 까닭은 뭘까. 레퍼토리의 개발, 객원 지휘자 초청에 따른 공연 제작비가 턱없이 부족해 베토벤.브람스.차이코프스키 등의 레퍼토리만 반복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오케스트라의 예산은 거의 인건비에 쓰이고 있기 때문이다.

KBS교향악단 공연부장을 역임한 강석흥 한국공연매지니먼트협회 회장이 중앙대 예술대학원에 제출한 석사논문 '한국 교향악단 발전방향에 관한 연구' 에 따르면 국내 오케스트라 예산 가운데 인건비의 비율은 평균 90%. 인천시향의 인건비 비율은 95.3%로 가장 높았다.

서울.인천.부천 등 대부분의 시립교향악단에서는 단원 후생비와 관리비도 공연제작비에 포함시키고 있어 이를 감안한다면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율은 더욱 높아진다.
강씨는 "대부분의 국공립 교향악단이 단원의 생활비 전액을 보장하지 못하고 있고 지방 시립교향악단의 경우 상임단원도 전체의 62.6%뿐인 현실에서 공연제작비를 늘리기 위해서는 전체 예산의 증액이 필요하다" 고 지적했다.

공연제작비가 턱없이 부족해 국내 교향악단의 병폐로 지적되고 있는 레퍼토리의 고착화가 일어난다는 것. 그는 훌륭한 공연을 제작하기 위한 방안으로 해외공연이나 공연 활성화 및 단원 복지 등을 위해 별도의 기금을 설치 운영할 수 있도록 한 부산시향의 경우를 꼽았다.

모범적인 시립교향악단 운영 사례로 손꼽히고 있는 영국 버밍엄심포니의 경우 총수입 중에서 버밍엄시로부터 받고 있는 공공지원금은 41.6%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공연수입(44.2%),방송.녹음(5.7%)으로 충당하고 있다. 이 중 민간지원금도 6.7%나 된다.

강씨는 "국공립 오케스트라들도 창작곡 연주.청소년 교육 프로그램 등에서는 문예진흥기금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고 주장했다.

이장직 음악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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