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회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패착 226, 승착 229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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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5면

<준결승 2국> ○·김지석 7단 ●·구리 9단

제18보(224~240)=바둑의 끝내기는 참 어려운 수학이다. 똑같은 한 집 끝내기라도 실제로는 미세한 차이가 난다. 예전 게임이론으로 유명한 미국의 경제학자가 바둑 끝내기 문제를 만들어 한국과 일본의 프로기사들에게 도전한 일이 있다. 당시 신산(神算)으로 불리던 이창호 9단조차 그 문제들을 보더니 너무 골치가 아파 그만두겠다고 한 기억이 난다.

 224를 선수한 뒤 끝내기는 몇 군데 남지 않았다. 상황은 눈 터지는 반집 승부인데 이 판을 하나의 문제로 친다면 백의 정답은 어디일까. 김지석 7단은 226에 두었다. 상대의 선수를 막은 당연한 수. 똑같은 한 집인 227보다 약간 나은 의미가 있다. 그러나 이 수(226)가 패착이 되고 말았다. 정답은 ‘참고도’ 백1에 두는 수. 흑은 2, 4를 선수한 뒤 6에 젖히고 백은 11까지 한 집을 낸다. A는 백 선수이니 집 차이는 실전과 똑같다. 그러나 이렇게 두었으면 백이 반집을 이긴다. 실전 226의 한 집보다 ‘참고도’에서 만든 우변의 한 집이 조금 나은데 그게 바로 승부와 직결된다는 것이 뒤늦게 발견됐다.

 얼핏 보면 끝내기 같지도 않은 229, 구리 9단이 이곳을 찾아낸 것은 행운이었다. 그러나 이 판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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