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LS 큰 인기 속 HSCEI 쏠림 주의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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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2면

증시의 조정이 길어지자 돈이 주가연계증권(ELS)에 몰리고 있다. ELS는 주가지수나 개별 종목의 주가를 기초자산으로 구성한 파생상품. 기초자산의 가격이 하락하더라도 미리 정해 놓은 구간에서 움직이면 약속한 수익을 돌려준다.

 13일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달 발행된 ELS 규모는 3조8856억원으로 월별 기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2008년 6월 기록한 종전 최고치(3조6488억원)를 약 3년 만에 넘어선 것이다. 지난달 발행 건수도 1577건을 기록, 역시 최고치를 고쳐 썼다. 올해 5월까지 발행된 ELS 규모는 총 16조5938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발행 규모(8조7429억원)의 두 배 수준이다. 특히 지난 3월부터 3개월째 발행 규모가 3조원을 웃도는 등 최근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최근 미국 경기 둔화 우려와 남유럽 재정위기 등으로 증시의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ELS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대우증권 글로벌세일즈본부 김강수 본부장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원금 손실 위험도를 더욱 낮춘 ELS가 많이 나왔다”며 “주식에 비해 원금 손실 위험이 낮고, 채권·예금보다는 훨씬 높은 수익을 거둘 수 있다는 매력이 부각되고 있다”고 말했다.

ELS는 원금 보장 여부에 따라 크게 ‘원금보장형’과 ‘비보장형’으로 나뉜다. 비보장형이 더 높은 수익률을 제시한다. 동양종금증권에 따르면 지난달 판매 비율은 비보장형 상품이 79%로 원금보장형(21%)을 압도했다.

 상대적으로 더 위험한 비보장형이 많이 팔리는 것은 국내 증시가 각종 대외 악재에도 꾸준히 상승세를 이어 왔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또 투자자들이 시황에 따라 발 빠르게 대처할 수 있도록 3개월 또는 6개월 단위로 조기 상환을 하는 ELS가 늘고 있다는 점도 비보장형이 인기를 모으는 이유다.

 고객이 직접 자신의 투자 성향에 맞춰 ‘주문 제작’하는 사모 ELS 발행도 호조다. 최근 하나대투증권에서 선보인 ‘KODEX 레버리지 ETF’를 기초자산으로 한 ELS는 10억원 이상의 자산을 보유한 고객의 요청으로 만들어진 상품이다. 하나대투증권 상품기획부 강한신 부장은 “고액 자산가들이 수익 예측 가능성이 큰 투자대안으로 ELS에 관심을 갖고 있는 추세”라며 “금융위기 이후 웬만한 ELS는 수익률 조건을 충족해 조기 상환됐는데, 이런 투자 경험이 있는 고객 중심으로 투자가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ELS가 언제나 수익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기초자산의 가격이 일정 범위를 벗어나면 수익을 얻지 못하며, 비보장형의 경우 원금 손실을 볼 수 있다. 상품 구조에 따라 다르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이상의 폭락장이 펼쳐진다면 원금의 절반 이상을 날릴 수도 있다.

 특히 최근에는 중국 항셍중국기업지수(HSCEI)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ELS가 많아지고 있다는 게 ‘복병’으로 지목된다. 지난달 HSCEI를 활용한 ELS 발행금액은 1조8399억원으로 전체의 47.4%를 차지했다. HSCEI의 경우 우리나라 코스피보다 변동성이 큰 데다 시장 흐름을 분석하는 데 있어 정보도 부족하고 제약이 많은 편이다.

 동양종금증권 이중호 연구원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치자 HSCEI를 기초자산으로 설정된 ELS들이 대거 원금 손실을 봤다”며 “HSCEI로의 쏠림현상이 나타나는 것은 주의해야 할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손해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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