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섭 민주당 의원“조세부담률 2%P만 올려도 돈은 충분”나성린 한나라당 의원“부담 완화가 초점 인하와 지원은 큰 차이”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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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2호 06면

‘반값 등록금’이 대한민국 최대 쟁점으로 떠올랐다. 이 구호에는 모든 세대의 고통이 녹아 있다. 저성장·물가·일자리 때문에 빚어진 현상이다. 20대는 학자금·취업, 30대는 출산·양육, 40대는 주택·자녀교육, 50대는 일자리·노후 불안에 떨고 있다. 반값 등록금은 황우여 한나라당 원내대표가 거론하면서 모든 세대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자녀 등록금 때문에 등골이 휘는 40∼50대는 물론, 예비 대학생인 고교생까지 촛불 시위에 동조하는 양상이다.

중앙SUNDAY 긴급 토론 여야 의원이 말하는 반값 등록금

그러나 재정 지원 말고는 속 시원한 다른 해법이 보이지 않는다. 대학 구조조정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지만 대학 당국은 ‘등록금에 거품이 많다’는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다. 한나라당의 ‘등록금 부담 완화 태스크포스(TF)’를 주도하는 나성린 의원과 민주당 대변인 이용섭 의원의 지상 토론을 통해 두 당의 대책을 따져봤다. 대담은 10일 오후 중앙일보빌딩 3층 회의실에서 이양수 중앙SUNDAY 편집국장 대리의 사회로 두 시간 동안 진행됐다. 다음은 대담 내용을 요약한 것이다.

▶사회(이양수)=반값 등록금은 2006년 지방선거 당시 한나라당이 공약했고 2007년 대선 때 이명박 후보의 공약이었다. 지난해 6·4 지방선거에서도 공약으로 재탕됐다. 선거공약이었지만 여야 모두 실천 의지가 별로 없었다. 올 들어 무상급식에 이어 반값 등록금 논란이 벌어지면서 우리나라에선 ‘무상’ ‘반값’이 화두로 떠올랐다. 자칫 세금이 오르고 국가재정이 취약해질 것을 걱정하는 시각도 많다. 등록금 인하에 대한 각 당의 방안을 소개해 달라.

▶나성린 의원=한나라당 안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당내에선 재원 마련의 어려움과 함께 포퓰리즘이란 지적도 있었다. 그러다 등록금 부담 완화로 방향을 잡았다. 우리나라 등록금 부담은 대단히 높다. 과거에는 고통을 감수하고라도 자녀들에게 대학 교육을 시키려고 했지만 한계에 도달했다. 하지만 반값 등록금, 이렇게 해버리니까 기대감을 너무 불러일으켰다. 장기적으로는 반값 등록금으로 갈 수 있겠지만 단기적으로는 어렵다. 한나라당 단일안은 곧 마련하겠지만 기본적으로 기초수급자와 차상위 계층의 경우 100% 가까운 장학금으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한다. 또 소득 하위 50%엔 장학금을 차등 지급하는 안이 있고 중산층 이상에 대해서는 취업 후 상환제도(ICL)를 활용하면서 대출금리 등을 낮춰 주는 방법이 있다. 최근에는 등록금 고지서 금액 자체를 깎아줘야 하는 거 아니냐는 논의도 있다. 여기에 대학 당국에 자체 재원 조달을 촉구하고 기부금 조세 혜택을 확대하는 방안도 강구 중이다.

▶이용섭 의원=우리가 전 세계에서 미국에 이어 둘째로 등록금이 비싸다고 한다. 하지만 우리는 대학생 80%가 사립대를 다닌다. 미국에선 국립대를 다니는 학생도 많다. 한국 사립대와 미국 국립대를 비교하면 실제로는 우리가 더 높다. 민주당은 학부모들의 등록금 부담을 절반으로 내리자는 것이다. 두 단계로 간다.

첫 번째는 등록금 수준을 인하하는 것이다. 우리나라 평균 등록금이 685만원(사립대 754만원, 국립대 438만원)이다. 거품이 많으니 낮춰야 한다. 그러려면 재정지원을 강화해야 한다. 고등교육에 투입하는 돈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경우 국내총생산(GDP)의 1%다. 반면 우리는 0.6%밖에 안 된다. 또 민간 부담은 우리가 OECD 평균의 세 배를 넘는다. 두 번째는 미국처럼 기업·개인의 기부 활성화다. 대학도 국민이 공감하는 수준으로 자구 노력이나 혁신을 해야 한다. 나머지 차액에 대해서는 저소득 계층 위주로 지원할 수밖에 없다. 기초생활수급자, 차상위계층은 100% 감면하고 대부분의 중산층도 혜택을 볼 수준까지 지원하자는 게 민주당 입장이다. 또 정치권의 실천 의지를 보여주기 위해 6월 중 추경안을 편성해 올 하반기 등록금부터 조금씩 낮춰주자는 것이다.

“추경안 편성 요건 안 맞아 문제”
▶나 의원=등록금 고지서 액수가 일괄적으로 내려가면 소득 수준에 상관없이 다 혜택을 본다. 그렇게 할지, 아니면 소득 수준에 따라 차등 지원할지가 문제다.

▶이 의원=우리 등록금 수준이 다른 나라에 비해 높지 않으면 그렇게 할 필요가 없다. 2000년부터 2011년까지 국립대는 207.7%, 사립대는 172%나 올랐다. 이 거품을 빼줘야 한다.

▶나 의원=등록금이 많이 올랐지만 그걸 등록금 거품으로 규정하는 건 부적절하다. 등록금이 높은 주요 이유는 정부의 재정지원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물론 대학의 경영 잘못도 있긴 하다. 미국의 명문 사립대는 등록금이 수천만원씩 한다. 우리는 재정 지원도 적은 상태에서 경쟁력을 키워야 하는데 등록금을 한꺼번에 다 낮출 수 없다. 올 하반기부터 등록금을 내리는 게 핵심 이슈인데, 문제는 추경안 편성 요건에 안 맞는다는 것이다. 추경안은 전쟁이나 천재지변, 상당한 경제위기가 왔을 때 편성하는 것이다. 여야가 합의한다면 어쩔 수 없겠지만 무분별하게 법을 위반하면서 추진하는 게 바람직하지 않다.

▶이 의원=우리나라 1인당 GDP 대비 등록금 비중은 32.5%로 세계 둘째로 높다. 분명히 거품이 있다. 지금은 원인 분석보다 대책을 마련하는 게 중요하다. 국가재정법을 위반하면서까지 추경안을 하자는 건 아니다. 하지만 정치권이 합의하면 ‘기타 조항’에 따라 추경을 편성할 여지가 있다. 여·야·정 합의체가 만들어져 작은 것부터 실천해야 국민이 신뢰하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사회=민주당도 즉각적이고 전면적인 반값 등록금을 하자는 건 아닌 것 같다.

▶이 의원=학부모 부담을 절반으로 줄이자는 뜻이다. 한 해 등록금 총액이 14조~15조원 정도 된다. 이 중 장학금이 3조5000억원쯤이다. 이를 빼면 실제로 학부모·대학생이 부담하는 등록금은 11조원이다. 우리가 반값 얘기하는 건 11조원을 절반 수준으로 낮춘다는 것이다. 그러려면 5조5000억원이 필요하다. 저소득 계층은 등록금에 해당하는 액수를 100% 감면하자는 것이고 중산층은 그 절반 정도, 고소득층은 등록금 고지서의 인하 수준만큼 혜택을 주자는 얘기다.

비효율·중복 예산만 줄여도 가능
▶사회=등록금 체계를 학생 성적이 아니라 가정 형편에 맞춰 바꾸는 게 맞는가.

▶이 의원=능력은 있는데 집안이 가난해 대학에 갈 수 없는 사람을 방치하면 그건 나라가 아니고 정글이다. 시장경제란 부자는 더욱 부자가 되고 가난한 사람은 더욱 가난해지는 본질적인 문제를 안고 있다. 그걸 치유하기 위해 정부가 존재하는 것이다.

▶사회=그러면 대학교육이 의무교육이 돼야 한다는 건가.

▶이 의원=그건 아니다. 노인과 기초수급자 등을 국가가 지원하는 것처럼 국민 모두 더불어 살자는 취지다.

▶나 의원=핵심은 국민 혈세를 쏟아부어 공부 안 하는 학생, 부실 대학까지 지원해 줘야 하느냐다. 가난하지만 공부하는 학생은 지원해야 한다. 모든 학생에 대해 무차별 지원을 할 것인지는 심각히 고려해 봐야 한다. 어느 정도 거르는 장치가 필요하다.

▶이 의원=민주당도 단계적으로 가자는 것이다. 다른 것 다 제쳐두고 대학생 등록금에만 매달리면 균형이 깨진다. 재정에서 감내할 수 있는 범위에서 하자는 거다.

▶나 의원=복지를 강화해야 하는데 정부 재원은 한정돼 있다. 그래서 무슨 분야를 어떻게 강화하느냐가 관건이다. 무상복지를 너무 처음부터 여러 영역으로 넓히면 안 된다. 유럽 국가들도 보편적 복지로 갔다가 재정 문제 등이 커져 선택적 복지로 돌아오고 있다. 그런데 한번 갔던 길을 다시 돌아오기란 굉장히 고통스럽다. 표를 잃고 정권까지 내놓을 각오 없이는 할 수 없다.

▶사회=반값 등록금의 실현 시기는 언제로 보고 있나.

▶이 의원=우리는 애초 2013년 시작해 2017년에 끝낸다는 거였다. 우리는 반값으로 내리는 게 목표다. 내년부터 재정이 허용하는 범위에서 빠르게 하자는 것이다.

▶사회=반값 등록금을 위한 재원 마련 방안은 뭔가.

▶이 의원=올해 예산이 308조원인데 비효율적이고 중복적인 예산도 있다. 홍보 예산이나 4대 강 예산, 판공비, 업무추진비를 줄여야 한다. 한 해 예산의 5%만 줄여도 15조원이다. 또 9개 부처에서 28개 복지급여가 나가고 있다. 복지 전달체계를 제대로 갖춰 이중으로 나가는 돈만 줄여도 상당한 돈이 들어온다. 건강보험 부과기준도 종합소득 기준으로 바꾸면 4조원 이상 더 들어온다. 상위 9% 정도만 보험료가 올라가기 때문에 대부분 국민에겐 별 영향이 없다. 나머지는 조세개혁을 통해 재원을 확보하면 된다. 참여정부 말기 조세부담률이 21%였는데 지금은 19%로 떨어졌다. 이걸 다시 2%포인트만 올려도 된다.

▶나 의원=한나라당도 차기 정부 5년간 고등교육 재정지원을 GDP 대비 1%까지 높이려고 한다. OECD 평균 수준이다. 단기적으로 2조, 3조 확보는 그렇게 어렵지 않지만 문제는 장기적으로 어떻게 계속 확보하느냐다. 매년 예산을 더 확보하기 위해 세출을 조정하고 고등교육 재정교부금을 도입하면 된다. 당장 조세부담률을 올리는 건 반대한다.

대학 수 너무 많고 진학률도 높아
▶사회=부실 대학 구조조정도 시급하다. 또 사립대학의 운영효율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도 많다.

▶나 의원=대학 수가 과다하고 진학률도 너무 높다. 이렇게 많은 대학과 대학생에게 반값 등록금은 효과적이지 않다. 우선 부실 대학 퇴출 여건을 만들어 대학 수를 줄여야 한다. 사립대 등록금 수준을 일괄적으로 평가하면 안 된다. 잘나가는 대학은 등록금을 더 받을 수 있어야 한다. 일률적으로 높다 낮다고 말할 수 없다고 본다.

▶이 의원=제대로 교육을 못하는 대학은 퇴출해야 한다. 부실 대학에 재정지원을 끊으면 퇴출될 수밖에 없다. 학생들이 외면하는 비(非)선호 대학의 경우 등록금까지 높으면 학생들이 갈 리가 없다. 사립대학은 교비 회계를 매우 공정하고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등록금 결정 과정도 객관적이고 합리적이어야 한다. 대학적립금도 특정 목적을 위해 쓸 건 그대로 놓아두되 그렇지 않은 건 등록금을 인하하는 데 써야 한다.

▶사회=반값 등록금이 되면 대학 경쟁력은 재정 취약으로 더 나빠지는 것 아닌가.

▶나 의원=그 부분이 아주 중요한데 최근 논쟁에선 그게 빠져 있다. 어떻게 하면 등록금을 낮추느냐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 경쟁력은 결국 돈에서 나온다. 서울대가 세계 50대 대학에도 왜 못 들어가느냐고 비판하지만 서울대 예산은 미국 명문 대학의 20%도 안 된다. 연구개발(R&D) 투자가 안 되고 인력 유치도 안 된다. 무조건 예산을 줄이고 깎으라고 하면 안 된다.

▶사회=요즘 기부금 입학도 활발하게 거론되고 있다.

▶나 의원=국민 공감대가 형성된다면 정원 외 기여입학제를 적극 고려할 필요가 있다. 정원 외로 부
유층 자녀를 추가 선발하면 아무도 손해보지 않는다. 거꾸로 그 사람 덕에 많은 사람이 장학금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선진국에선 모두 하고 있다. 기여입학제를 하면 좋은 대학만 혜택받을 것 아니냐는 비판도 있는데 이럴 경우에 대비해 기여금의 일정 부분을 공동기금으로 만들어 활용하면 된다.

▶이 의원=당 차원이나 개인 차원에서 모두 반대한다. 기여금 입학제가 장점은 있지만 현재 시점에서는 빠르다. 우선 기회균등에서 문제가 있다. 등록금 인하는 양극화 해소를 위한 것인데 기여입학제는 양극화를 더 부추긴다. 지방대나 여타 대학과의 형평성도 문제다. 지방대학에선 정원도 못 채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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